모조품
커스틴 첸 지음, 유혜인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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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괜찮은 가짜는 살 수 있다.”

어마어마한 가격의 명품을 사기 위한 오픈런과 오픈런을 위한 아르바이트 채용까지 명품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은 명품에 문외한이기도 하고 관심도 없는 나에게 명품을 구매하기 위한 오픈런이 무모해 보인다. 심지어 명품이 아니어도 좋은 제품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가품이라도 지니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오늘 리뷰하는 모조품의 두 주인공 위니와 에이바가 색다른 방법의 사업을 구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명품에 집착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괜찮은 가짜,,, 왠지 씁쓸해진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두 여자의 치밀한 사기행각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중국계 미국인 에이바의 독백 같은 진술로 시작된다. 잘나가는 변호사였던 자신이 결혼과 육아로 그저 그런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어 남편의 무관심과 육아에 지쳐 20년 전 룸메이트였던 위니에게 속아 범죄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럴듯한 자백이 이어진다.

에이바가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위니는 20년 전 명문 스탠퍼드에서 돌연 자퇴를 했던 지질한 모습이 아니라 명품에 둘러싸인 누가 봐도 완벽한 미국인이었다. 과연 지질한 중국 유학생 위니를 완벽한 미국인으로 탈바꿈시킨 마법은 무엇이었을까,,,

이식 전문 외과의로 잘나가는 에이바의 남편에게 소중한 친구의 이식수술을 부탁하기 위한 만남으로 시작했지만 위니는 에이바가 처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에이바에게 사업 파트너를 제안하고 남편에게 종속되어 있는 삶을 계속하고 싶지 않았던 에이바는 옳지 않은 사업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충동적으로 위니의 제안을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명품 짝퉁을 진품으로 둔갑시키던 두 여자의 사기행각은 점점 더 대범해지지만 작은 사건으로 말미암아 그들의 사기행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그녀들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할 또 다른 사기를 계획한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에이바는 쇼퍼를 채용하고 훈련하는 일을 맡았다. 제품이 집으로 배송되지 않도록 사우스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촌에 창고도 빌렸다. 케이맨제도에 법인을 설립하고 두 사람의 스위스 은행 계좌를 개설했다. 프라이버시는 최대한 보호하고 세금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였다." (p.187)

일말의 죄의식 없이 그저 수단으로 존재하는 거짓말. 모든 이가 같은 마음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보여주기 위한 일상을 위해 명품 매장으로 오픈런 하는 허영심이야말로 죄책감 없는 사기행각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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