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고 다 괜찮아지진 않았다
이경희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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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고 나면 뭐든지 완성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부모님의 간섭도 없어지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주변의 친구들은 당연히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는 현실에 맞닥뜨렸다. 부모님의 애정 어린 간섭은 줄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생명체가 되었고, ‘돈’의 무서운 권력 앞에 작아졌다. 심지어 마음을 나누던 친구들은 멀어지고, 서로를 힐끗거리며 경쟁하는 사람들의 사이에 외롭게 서있는 씁쓸한 현실이 펼쳐졌다. 세상이 참 외롭고 무서운 곳이라는 사실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어른이’라는 신조어를 종종 사용한다. 어릴 적 향수를 잊지 못하고, 철부지 같은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단어처럼 말이다. 만화영화를 보고, 피규어를 모으는 스스로에게 철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세뇌시킨다.

어른이 된 후에도 괜찮아지지 않은 어른들. 소소한 상처를 안고 괜찮은 척 살고 있는 많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같은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적잖이 위로를 받게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하기 어려운 말 중에 하나가 거절이다. 나만 생각하면 분명 거절했어야 하는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거절하지 못하고 원하지 않는 일에 휘말려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언제쯤이나 거절이 쉬워질까… 미움받을 용기가 여전히 나에겐 없다. 지금이라도 어른이 되기 위해, 작지만 소심한 나를 토닥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넉넉하지 않은 집의 맏딸이라는 역할 때문에 동생들과 달리 엄격하게 절제된 행동을 요구받았었다. 엄마도 그때는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그랬다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나 역시 큰 아이한테 작은 아이보다 엄격한 행동기준을 요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우리 큰 아이도 나중에 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되겠구나,,, 어릴 적 내가 불편했던 부모님의 행동을 은연중에 내보이는 내 모습이 어른인척하고 있는 십 대에 머물러 있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이지 싶다.

이제 곧 반백의 나이를 앞두고 있다. 어린 청년들이 우스갯소리처럼 반오십이라며 자기도 어른이라고 하던데 이제 곧 반오십의 배가 되는 반백이 되니 어른인척하는 어른이가 아니라 내 마음도 다독일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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