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사랑 이야기 거장의 클래식 2
찬쉐 지음, 심지연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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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이란, 웨이보, 미스터 유, 샤오위안, 미스 쓰, 아쓰, 닥터 류 등 여러 등장인물이 서로가 서로와 연결되어 있음을 소설을 읽다 보면 느끼게 된다. 환상소설일까 싶을 정도로 몽환적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어느새 지극히 현실적인 대화들을 보면서 종잡을 수가 없다. 자기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말하는 등장 인물들에게서 혼란이 온다. 또한, 죽은 사람이 갑자기 등장하여 환각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것이 꼭 무서움을 주지 않아서 더 의아스럽다. 남자 주인공들과 사귀었던 여성들은 서로 친구가 되고 각자의 사랑을 북돋아 주는 모습에 이것은 여성연대인가 싶기도 한 소설이다.

 

읽는 중에 생각할 거리를 주는 문장들이 많아서 인덱스를 붙였지만 다 읽고 나서도 어떤 소설이었는지 정의 내리기가 어려웠다. 문장들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나로서는 난해한 소설이다. 어떤 해설도 없이 뚝 하고 끝나버리는 이 소설은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두꺼운 책을 끝까지 놓지 않고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와 주인공들 간의 연결이 그것이다. 이 소설 보신 분들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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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체조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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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생활이 붕괴에 가까웠다. 서로의 연결은 느슨해지고 더 고립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자는 이라부라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장난기 어린 호기심이 발동했다고 한다. 이라부의 남다른 처방의 세계로 가보자.

 

TV 시청률에 사활을 건 PD, 타인의 규칙 위반에 분노를 억누르다가 과호흡 발작을 일으키는 회사원, 주식 투자로 부자가 되었지만 컴퓨터 앞이 아니면 실신해버리는 데이트레이더, 책임감의 무게로 광장공포증에 걸린 피아니스트, 대학에 입학했지만 원격 수업으로 사회 불안장애에 걸린 학생이 등장해서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간호사 마유미의 치료(?)를 받게 된다. “괜찮아, 그래도 돼.”라고 말해주고 기발한 행동치료도 함께 하는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고 한다. 나 또한 집안에 갇혀서 아이들의 원격 수업을 돕고 식사를 챙기는 일상에 힘들었다. 모두 힘든 시기였다. 많은 자영업자들은 파산하고 가계대출이 치솟았고, 다시 학교에 간 아이들은 적응하기 힘들고 학습수준은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 파란색의 우울증을 우리는 집단으로 앓고 있었던 걸까. 소심한 내게 필요한 조언들이 많았다. 화를 내는 것도 내 속에 화가 쌓이지 않게 하는 것의 하나. 참지 말고 터뜨리자. 누군가에게 부탁하기 어려워하는 나. 힘들면 도와 달라고 말하자. 어이없고 황당한 처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특효약이었다.

 

공중그네의 이라부와 마유미가 돌아왔다. 유쾌하고 통쾌한 2인조에게 배워보자. 우울함의 특효약은 힘을 빼는 것! 이라부의 처방대로 하나 둘! 하나 둘! 날려 버리자! 우울함 따위 개나 줘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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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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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10년 동안 만들어진 열 편의 영화와 인권 이야기 <총은 총은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이다. 존엄한 죽음과 고독사, 노인 인권, 청년 인권, 학생 인권 등 우리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 본다. 흥행을 위한 영화가 아닌 지금 현실을 이야기하는 영화들로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제목도 여럿이다.

 

코로나 팬데믹 때 영화를 보고 줌으로 토론을 했었다. 사회과학책 읽는 모임이라 영화 선택도 사회현상을 다룬 영화를 보고 나누었는데 그때가 떠올랐다. 모임이 아니면 보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들을 했었다. 노인 인권, 가난, 아동 인권 등 결국 사회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영화를 통해 본 암울한 세상을 영화를 통해 더 나은 세상으로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어떨까.

 

책에 소개된 영화 중 <두한에게>는 장애인을 연기한 배우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진짜 현실이 아니고 은유라고 표현된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장애인들에게 장애는 작품 속 주인공이 극복해야 할 방해물이 아니라 영화가 끝나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감동을 주는 도구로서가 아닌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그냥 사람으로서 서로를 삶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날이 오기를. 영화를 통한 상상력으로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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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일기 쓰는 세 여자의 오늘을 자세히 사랑하는 법
천선란.윤혜은.윤소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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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면 할 수 없을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서로가 된 3명의 이야기. 일상 팟캐스트 <일기 떨기>는 일기 쓰기와 수다 떨기가 만나 오디오 방송으로 매회 각자 쓴 일기, 청취자의 일기로부터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 방송을 책을 통해 엮어냈다.

 

청취자의 댓글을 복음처럼 읽고 또 읽고 각자의 일기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재미있고 웃음이 빵빵 터지기도, 혹은 눈물 짓게도 한다. 20대의 삶은 녹녹하지 않았다. 20대의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말에 단단함을 느꼈다.

 

나만의 스트레스 해결 루틴도 재미있었다. 돈 쓰자~호텔 긁고 맛있는 밥을 먹는 선란님, 그냥 엽떡 주문하는 소진님, 그런데 청소 밀대에 청소포 끼울 때 행복하다는 혜은님!!! 각자의 스트레스 해소법에서 게임처럼 레벨 업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는 것에 신선함이 느껴졌다. 얼마나 좋은 방법인가.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고 다음 레벨로 업 하기 위한 것이라니. 이 언니들 너무 재밌다.

 

나한테 올 희망이나 가능성 같은 것들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너무 필요하죠. 어쨌든 살아야 되니까. 계속 살아야 되잖아요. (p.37)

 

부정하고 싶지만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삶의 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p.108)

 

이 부분에서 3명 다 엄마를 얘기한 것이 의미 있게 여겨졌다. 아픈 엄마를 돌보는 것이 지쳐서, 몸이 약한 엄마가 갑자기 내 곁을 떠날까 봐, 엄마의 외로움을 느꼈을 때. 그런 내면의 이야기들을 읽으니 눈물이 났다. 나도 엄마가 아팠을 때 부정하고 싶지만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삶 안에서 내 몫의 그것이 꼭 있다는 생각이다.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고 오롯이 내 책임이니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그런 것을 느끼게 된다. 일기를 나누고 그로 인해 나오는 질문들이 누군가와 꼭 나눠보고 싶은 질문들이다. 잘 적어두어 모임에서 해보기로.

 

결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결혼하는 당사자들 중심의 문화로 변화하고 꾸며진 가족 형태가 아니면 좋겠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정상 가족으로 보이기 위해 혼주석에 꼭 남녀 두 분을 앉혀야 했던 내 결혼식이 생각이 났다. 엄마는 휠체어에, 옆은 오빠가 앉았고 신랑 쪽엔 아버님과 고모님이 앉으셨던. 그때는 몰랐다. 비워두어도 된다는 걸. 우리는 정상이라는 틀 안에 우겨 넣고 있었던 걸까. 정상 가족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져 가고 있는 지금, 아직도 변화의 길은 멀었지만 이런 글들을 읽고 생각할 때마다 더, 더 빨리 변화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게 된다.

 

올해도 나는 계절별로 결혼식에 갈 것이고 친구의 편지에 한 번, 부모님의 눈물에 두 번, 신부와 신랑이 서로를 마주볼 때 세 번 울겠지. 작년보다 더 나약해진 것 같은 소화기관을 탓하면서 뷔페에서 한숨을 내쉬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가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편의점으로 가 네 묶음에 만 천 원짜리 맥주를 고르며 지금 내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가 산 맥주를 다 마시는 게 올해 서른이 된 나의 책임감이니까. (p.117)

 

중요한 건 서로 다른 삶의 행복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사는 내가 더 마음에 들지를 관찰하고 고민하면서 지금을 돌보는 거죠. (p.130)

 

모든 것을 그냥하다가 그냥그만두어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그냥 하고 있다는 것, 그냥 좋아한다는 것, 그냥 그만두어도 된다는 것이 참 근사하게 여겨졌다. 그 무수히 많은 그냥이 나를 상상도 하지 못한 장소에 데려다주곤 할 테니까. (p.219)

 

언젠가 <일기 떨기>가 유퀴즈에 나오는 그날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이러다 보면……

뭐든 될 수 있겠지.” 이들의 이 마음을 배우련다. 책 읽다 보면 뭐든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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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
김기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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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은 서로를 평가하는 기본적 잣대이며, 한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또한, 과거를 돌아보며 한 시대를 진단할 때 키워드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이 이기적 존재라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다움에 대한 인지 부조화의 상태에 놓인 현대인들에게 저자는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인간다움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과 그 생각에 대한 변화의 압력, 인간다움에 대한 우리의 생각, 또 그 인간다움에 대한 생각의 변화와 그 변화의 방향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인간다움이란 말은 친숙한 표현이다. 그러나 생각의 조각들이 그렇듯이 친숙한 낱말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는 순간, 친숙함이 사라지고 그 의미가 불분명해진다. (p.26)

 

인간다움은 어떤 도전을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이 유한성을 극복한다면 삶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는 죽음의 역할이 그 시효가 소멸할 것이며 죽음은 비용을 들여 제거할 수 있는 장애물이 되어 죽음 앞에서 공평하다는 환상이 깨진다고 한다. 저자는 결국 죽음이 물질과 재산에 대한 집착과 경쟁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 것이라 주장한다.

 

돈으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인간다움은 유지될 수 있을까? 삶의 본능적 집착은 경제 수준에 대한 집착이 되고, 경제적 가치는 다른 모든 가치에 우선되는 것으로 부각 될 것이다. 죽음과 노화가 운명이 아니라 장애물로 인식되고 경제적 능력이 미치는 영향은 인간다움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한다. 그러므로 타인의 존재도 나만큼 존엄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가치 이성이 기본 체력임을 강조한다. 서로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온기 있는 사회를 위한 긍정적 연대를 지향하는 가치 이성이 먼저 강화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그런 가치 이성과 함께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나갈 때 비로소 인간다움이 갖춰짐을 저자는 주장한다.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

1.공감-존중과 공존의 규범을 만드는 능력

2.이성-세상의 이치를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

3.자유-자기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능력

공감을 연료로 이성을 엔진으로 자유를 지지대로 다시 인간다움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책 속의 질문

세상이 점점 살기 힘들고 각박해진다고 느끼는가

인간은 이기적이며 동물보다 인간이 낫다고 느끼는가

자멸적 경쟁이 인간을 비극으로 이끈다고 생각하는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가

풍요로운 물질이 피폐한 정신을 위로하지 못해 절망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볼 때 인간의 정의가 도전받고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인간성 소실의 시대에 저자가 주장하는 인간다움을 들어보고 인간성의 재정립과 그를 통한 미래 삶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 나는 동물과 인간을 특별히 나누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써 불편하기도 했지만 인간다움에 대한 고전적이고 원론적인 면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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