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일기 쓰는 세 여자의 오늘을 자세히 사랑하는 법
천선란.윤혜은.윤소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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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면 할 수 없을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서로가 된 3명의 이야기. 일상 팟캐스트 <일기 떨기>는 일기 쓰기와 수다 떨기가 만나 오디오 방송으로 매회 각자 쓴 일기, 청취자의 일기로부터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 방송을 책을 통해 엮어냈다.

 

청취자의 댓글을 복음처럼 읽고 또 읽고 각자의 일기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재미있고 웃음이 빵빵 터지기도, 혹은 눈물 짓게도 한다. 20대의 삶은 녹녹하지 않았다. 20대의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말에 단단함을 느꼈다.

 

나만의 스트레스 해결 루틴도 재미있었다. 돈 쓰자~호텔 긁고 맛있는 밥을 먹는 선란님, 그냥 엽떡 주문하는 소진님, 그런데 청소 밀대에 청소포 끼울 때 행복하다는 혜은님!!! 각자의 스트레스 해소법에서 게임처럼 레벨 업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는 것에 신선함이 느껴졌다. 얼마나 좋은 방법인가.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고 다음 레벨로 업 하기 위한 것이라니. 이 언니들 너무 재밌다.

 

나한테 올 희망이나 가능성 같은 것들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너무 필요하죠. 어쨌든 살아야 되니까. 계속 살아야 되잖아요. (p.37)

 

부정하고 싶지만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삶의 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p.108)

 

이 부분에서 3명 다 엄마를 얘기한 것이 의미 있게 여겨졌다. 아픈 엄마를 돌보는 것이 지쳐서, 몸이 약한 엄마가 갑자기 내 곁을 떠날까 봐, 엄마의 외로움을 느꼈을 때. 그런 내면의 이야기들을 읽으니 눈물이 났다. 나도 엄마가 아팠을 때 부정하고 싶지만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삶 안에서 내 몫의 그것이 꼭 있다는 생각이다.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고 오롯이 내 책임이니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그런 것을 느끼게 된다. 일기를 나누고 그로 인해 나오는 질문들이 누군가와 꼭 나눠보고 싶은 질문들이다. 잘 적어두어 모임에서 해보기로.

 

결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결혼하는 당사자들 중심의 문화로 변화하고 꾸며진 가족 형태가 아니면 좋겠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정상 가족으로 보이기 위해 혼주석에 꼭 남녀 두 분을 앉혀야 했던 내 결혼식이 생각이 났다. 엄마는 휠체어에, 옆은 오빠가 앉았고 신랑 쪽엔 아버님과 고모님이 앉으셨던. 그때는 몰랐다. 비워두어도 된다는 걸. 우리는 정상이라는 틀 안에 우겨 넣고 있었던 걸까. 정상 가족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져 가고 있는 지금, 아직도 변화의 길은 멀었지만 이런 글들을 읽고 생각할 때마다 더, 더 빨리 변화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게 된다.

 

올해도 나는 계절별로 결혼식에 갈 것이고 친구의 편지에 한 번, 부모님의 눈물에 두 번, 신부와 신랑이 서로를 마주볼 때 세 번 울겠지. 작년보다 더 나약해진 것 같은 소화기관을 탓하면서 뷔페에서 한숨을 내쉬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가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편의점으로 가 네 묶음에 만 천 원짜리 맥주를 고르며 지금 내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가 산 맥주를 다 마시는 게 올해 서른이 된 나의 책임감이니까. (p.117)

 

중요한 건 서로 다른 삶의 행복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사는 내가 더 마음에 들지를 관찰하고 고민하면서 지금을 돌보는 거죠. (p.130)

 

모든 것을 그냥하다가 그냥그만두어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그냥 하고 있다는 것, 그냥 좋아한다는 것, 그냥 그만두어도 된다는 것이 참 근사하게 여겨졌다. 그 무수히 많은 그냥이 나를 상상도 하지 못한 장소에 데려다주곤 할 테니까. (p.219)

 

언젠가 <일기 떨기>가 유퀴즈에 나오는 그날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이러다 보면……

뭐든 될 수 있겠지.” 이들의 이 마음을 배우련다. 책 읽다 보면 뭐든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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