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를 해부하다 - 〈키스〉에서 시작하는 인간 발생의 비밀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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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미술사의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에 담긴 생물학적 도식을 연구한 해부학자가 있다. 작품 안에 숨겨진 생물학적 도식인 클림트 코드를 발견하는 과정을 따라가 본다.

 

1부에서는 클림트의 탄생과 당시 오스트리아의 시대 배경, 인간 발생의 고대 역사부터 중세, 근대까지의 과학 이야기, 다윈의 <종의 기원>과 헤켈에 이르기까지 클림트에게 영향을 준 과학을 알아본다. 2부에서는 클림트의 그림들 속 생물학적 도상을 파헤치고, 3부에는 클림트 외에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 속 인간의 기원을 찾는 모습들을 찾아본다.

 

클림트의 <키스>는 사람 발생 초기의 내용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남성성을 상징하는 부분은 남성의 옷에 세로로 긴 직사각형으로 남성의 성기 모양의 상징으로, 여자 옷에는 도라지꽃 같은 다각형이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물결치는 듯한 꼬리가 붙어 있는 모습이다. 이는 현미경으로 확대한 정자의 모습이다. 이는 광학 현미경 관찰로 프레드릭 메브스 박사가 정자를 관찰하고 그린 것을 클림트가 참고하여 <키스>에 그려 넣었다고 한다. 또한, 여자의 옷에는 난자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황금색 배경으로 파란색 경계가 그려지고 속은 노란색으로 채워진 원이 난자의 형태이다.

 

클림트의 다양한 작품 속에서 인간의 탄생부터 성장, 노화,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생물학적 도식들로 보는 것은 미술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었다. 다양한 과학적 지식까지 함께 수록되어 있어 너무나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시대적 배경이나 예술가의 삶으로 조명되었던 여러 작품이 당시 과학적 발견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클림트 외에도 과학의 영향을 받아 발생학, 진화론, 세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저자는 소개한다. 에드바르 뭉크의 <마돈나>, 에곤 실레의 <엎드린 소녀>,<다나에>, 프리다 칼로의 <모세>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예술을 과학으로 해부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새로운 지식을 쌓는 기쁨으로 다가와 더 의미 있는 책 <클림트를 해부하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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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에디터스 컬렉션 16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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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추레한 군복과 사나우면서도 애처로운 얼굴은 내게 그 당시의 특별한 분위기를 일깨워주는 상징이다. 그는 그 전쟁 시기와 관련된 내 모든 기억과 한데 묶여 있다. 바르셀로나의 붉은 깃발들, 꾀죄죄한 병사들을 잔뜩 태우고 전선으로 기어가던 쓸쓸한 기차, 전쟁에 얻어맞은 회색 마을들, 얼음처럼 춥고 질척거리던 산속 참호. (p.19)

 

1930년대에 있었던 스페인 내전에 전투병으로 참전한 조지 오웰의 이야기이다. 파시즘에 맞서 혁명 세력과 함께 전쟁 중 실제로 겪은 이야기들과 그의 생각을 볼 수 있는 기록 문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내전 당시의 사진과 오웰의 에세이, 시와 함께 해제까지 있어 깊이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의용군의 참혹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총을 지급 받지 못하고 제대로 군사훈련도 받지 못한 이들이 꾀죄죄한 옷으로 춥고 배고픈 상황이라는 묘사는 전쟁의 참혹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그들의 어떤 모습에서 조지 오웰은 찬가라 부르게 했을까.

 

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이들의 참혹한 실상을 보면서 사람이 희생되는 것은 정치가 배후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을 바라보고 행하기엔 목숨을 내놓기 너무 아깝지 않은가 말이다. 누구의 이익으로 움직여지는가를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기록문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이 책을 보면서 왜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했나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안전한 잠에 빠져 있다. 오웰은 폭탄의 굉음에 화들짝 놀란 뒤에야 우리는 깨어날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세계 곳곳에 일어나는 폭력적인 일들이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 책 <카탈로니아 찬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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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지의 두 여자
강영숙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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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용역업체에서 일하는 민준은 어느 날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고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온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아 병원에 데려가고 두려운 마음에 아이를 두고 도망친다.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대신해 생활비를 벌려고 집을 나온 샤오는 10살짜리 딸을 버리고 나왔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다. 돈벌이가 어려워진 때 친구로부터 B도시에서 대리모를 제안받아 거액의 돈을 받기로 하고 임신을 한다. 그러나 출산이 순탄하지 않다.

 

진영의 딸 윤재는 실종 2주 만에 저수지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이후 가족의 삶은 망가지고 진영은 아이를 잃은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우연히 B클리닉에서 자원봉사자로 대리모를 자처하게 되고 임신을 한다. 임신 중 유방암이 발견되자 의뢰인은 아이를 원치 않게 된다.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바라보는 민준은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언젠가는 반드시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 생각한다. 샤오가 일하던 삼계탕집 농장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닭을 살처분해서 땅에 묻는다. 진영이 일하던 학교에서는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다.

 

접점이 없어 보이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관통하는 것은 무엇일까. 마치 분지에 갇힌 듯 답답함이 느껴져 눈앞이 뿌옇다. 버려진 아이와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 병에 걸려 효용을 잃은 생물의 버려짐. 또한, 불법에 가까운 방법으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만드는 것까지 인간이 만들고 폐기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덮고 나서 머릿속에 어지러운 질문이 남는 책 <분지의 두 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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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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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을 도전하는 저자는 50대 여성이다. 당당하게 혼술을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다가간다.

가본 적 없는 곳에 혼자 뛰어들어 가는 것은 장벽이 너무 높다. 무엇보다 어떤 분위기인지 들어가 보지 않으면 모르기에 그러니 한 번 가본 곳을 첫 혼술 집로 정하는 것이 좋다.

기죽지 않고 진지하게 혼술 수행을 하는 저자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서 웃음이 난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는 그 말에 말이다. 혼술이 뭐라고! , 혼술을 성공한 저자가 술집을 나와 혼자서 몰래 작게 한 번 폴짝 뛰었다는 글에 웃음이 나온다.

 

경쟁적이고 인정받아야만 사는 사회시스템에 익숙한 저자가 자기 자신을 지우니 선술집에서 공기처럼 스며들었다. 혼술이 너무나도 쉬워진 것이다. 저자가 혼술을 하는 이유는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것’(p.23)이다. 맨몸으로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쓸쓸해하지 않으며 당당하게 살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 혼술에서 저자는 성공하고 단골집까지 만든다.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혼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고독하지도 않고 고립되지도 않은 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자, 내 인생의 두려움이 대부분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혼자이기에 주위 사람들과 더 잘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pp.96~97)

 

혼술의 비기12

혼술 손님이 많은 곳을 골라라

1인용 자리에 않아라

우선 조용히 가게 분위기를 관찰하라

할 게 없더라도 스마트폰은 만지작거리지 마라

첫 술은 빨리 주문하라

술안주는 천천히 온 힘을 다해 주문하라

술과 요리에 집중해서 맛보라

먹은(마신) 다음에는 고마움의 뜻을 담아 감상을 말하라

할 게 없으면 다른 손님의 대화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라

대화란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터득하라

우선 바테이블 너머에 있는 술집 사장님과 대화를 시작하라

낯선 옆 사람의 행복을 빈다, 그게 바로 혼술의 행복이다.

 

우리는 쭈볏거리면서도 서로를 느끼고 공감과 관심을 가지고 식탁을 함께한 것이다. 우리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p.143)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술집, 안심하고 편히 있을 수 있는 가게가 있고 없고는 인생이 완전 다르다고 책에서 말한다. 그곳이 어디든 혼자 가도 혼자가 아닌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공감할 때 외롭지 않게 되니까.

생각해보니 나는 혼술보다 술집에서 여러 명이 같이 부어라 마셔라 했다. 혼술을 해 본 경험이 없다. 책은 어서 혼술을 해보라고 등을 떠민다. 하이볼 맛집이라도 나만의 혼술 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휴대폰을 들고 술집 검색을 하게 하는 책 <인생은 혼술이다>이다.

 

 

혼술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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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레리뇽 고원 - 선함의 뿌리를 찾아서
매기 팩슨 지음, 김하현 옮김 / 생각의힘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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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저자가 1935년에서 1945년까지 프랑스의 비바레리뇽 고원에서 평화를 연구하고자 고원의 주민들과 망명 신청자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며 남긴 기록이자 에세이다. ‘폭력은 연구하기 쉬우나 평화는 왜 연구하기 어려울까라는 것이 질문의 시작이다.

 

평범해 보이는 고원에서 평화에 대한 연구 여정은 길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것이 의미하고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선함의 뿌리이다. 2차 세계대전 중 많은 난민이 이곳 비바레리뇽 고원으로 찾아왔다. 그곳에 가면 탈출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곳 주민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개신교도, 가톨릭 신부들, 가난한 이들과 정치적 난민, 유대인들을 숨겨주고 보호해 왔다. 저자의 먼 친척이기도 한 다니엘 트로크메는 이곳에서 난민 아이들에게 전쟁 중 임에도 일상과 같이 학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왔고, 자신의 삶을 바쳐 이들을 보호했다. 아이들에게 -추위 속의 온기를 주기 위한 그의 선함을 따라가는 여정에서 저자는 선함의 뿌리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한다.

 

그에게 집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집은 꼭 장소가 아닐지도 몰랐다.

집은 추위 속의 온기였다.

(p.115)

 

지금도 고원에는 망명자신청환영센터CADA가 있어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의 만남과 교류 속에서 저자는 학자로서의 시선에서 그냥 사람의 시선으로 변화하게 된다.

 

하지만 그게 아쾨유accueil(수용)예요. 알겠어요? 그게 바로 사람을 수용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예요. 누군가가 문간에 나타나고 그 사람을 집안에 들이면 가끔은 나쁜 일도 일어나요. 원래 그런거예요. 그러니, 믿음을 가져야 해요. 하지만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문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결국에는 올바른 일이 벌어지리라는 믿음이 필요해요. 상황이 마땅하게 흘러가리라는 믿음이요.”(p.275)

 

기도하고 나면, 쓰인 대로 하고 나면 삶이 다르게 보여요. 어떤 사람이 웃고 미소 짓는다고 해서 그 사람한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우리는 희망을 품어야 해요.” (p.413)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기꺼이 나를 희생하고 다른 이를 돕는 이들의 마음이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을 행한 이들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선함의 뿌리를 찾는 여정에서 본 것은 결국 믿음과 희망, 그리고 끝없이 행해지는 사랑이다. 올바르게 흘러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희망을 품고, 매 순간 사랑을 실천하는 것.

그것을 갖춤으로써 우리는 당연하게 선함을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느끼게 된다. 폭력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선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여 더 의미있는 책 <비바레리뇽 고원>이다.

 

그러나 사랑은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것, 시도해야 하는 것, 매 순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사랑이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품성의 날줄과 씨줄이 되어서 언젠가 바람이 불고 경보가 울릴 때 그 품성이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p.510)

 

독서모임을 하기에는 다소 두껍지만 다양한 토론이 가능할 듯하다. 난민 문제, 홀로코스트, 역사적으로 유대인을 바라보는 시선-현재 전쟁 중이라 더 날카로운, 종교적인 것에 대한 것들, 개인의 선함, 그 확장성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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