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레리뇽 고원 - 선함의 뿌리를 찾아서
매기 팩슨 지음, 김하현 옮김 / 생각의힘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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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저자가 1935년에서 1945년까지 프랑스의 비바레리뇽 고원에서 평화를 연구하고자 고원의 주민들과 망명 신청자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며 남긴 기록이자 에세이다. ‘폭력은 연구하기 쉬우나 평화는 왜 연구하기 어려울까라는 것이 질문의 시작이다.

 

평범해 보이는 고원에서 평화에 대한 연구 여정은 길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것이 의미하고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선함의 뿌리이다. 2차 세계대전 중 많은 난민이 이곳 비바레리뇽 고원으로 찾아왔다. 그곳에 가면 탈출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곳 주민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개신교도, 가톨릭 신부들, 가난한 이들과 정치적 난민, 유대인들을 숨겨주고 보호해 왔다. 저자의 먼 친척이기도 한 다니엘 트로크메는 이곳에서 난민 아이들에게 전쟁 중 임에도 일상과 같이 학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왔고, 자신의 삶을 바쳐 이들을 보호했다. 아이들에게 -추위 속의 온기를 주기 위한 그의 선함을 따라가는 여정에서 저자는 선함의 뿌리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한다.

 

그에게 집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집은 꼭 장소가 아닐지도 몰랐다.

집은 추위 속의 온기였다.

(p.115)

 

지금도 고원에는 망명자신청환영센터CADA가 있어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의 만남과 교류 속에서 저자는 학자로서의 시선에서 그냥 사람의 시선으로 변화하게 된다.

 

하지만 그게 아쾨유accueil(수용)예요. 알겠어요? 그게 바로 사람을 수용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예요. 누군가가 문간에 나타나고 그 사람을 집안에 들이면 가끔은 나쁜 일도 일어나요. 원래 그런거예요. 그러니, 믿음을 가져야 해요. 하지만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문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결국에는 올바른 일이 벌어지리라는 믿음이 필요해요. 상황이 마땅하게 흘러가리라는 믿음이요.”(p.275)

 

기도하고 나면, 쓰인 대로 하고 나면 삶이 다르게 보여요. 어떤 사람이 웃고 미소 짓는다고 해서 그 사람한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우리는 희망을 품어야 해요.” (p.413)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기꺼이 나를 희생하고 다른 이를 돕는 이들의 마음이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을 행한 이들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선함의 뿌리를 찾는 여정에서 본 것은 결국 믿음과 희망, 그리고 끝없이 행해지는 사랑이다. 올바르게 흘러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희망을 품고, 매 순간 사랑을 실천하는 것.

그것을 갖춤으로써 우리는 당연하게 선함을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느끼게 된다. 폭력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선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여 더 의미있는 책 <비바레리뇽 고원>이다.

 

그러나 사랑은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것, 시도해야 하는 것, 매 순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사랑이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품성의 날줄과 씨줄이 되어서 언젠가 바람이 불고 경보가 울릴 때 그 품성이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p.510)

 

독서모임을 하기에는 다소 두껍지만 다양한 토론이 가능할 듯하다. 난민 문제, 홀로코스트, 역사적으로 유대인을 바라보는 시선-현재 전쟁 중이라 더 날카로운, 종교적인 것에 대한 것들, 개인의 선함, 그 확장성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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