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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길 잘했어
김원우 지음 / 래빗홀 / 2024년 7월
평점 :
SF소설 <당기는 빛>,<내부 유령>, <좋아하길 잘했어> 3편을 읽으며 나는 타인을 향한 마음이 떠올랐다. 타임머신의 존재를 부정했으나 가장 친한 친구의 죽기 직전으로 돌아갔다면 어떻게든 친구를 살리고 싶은 마음. 초능력이 있는 사람이 실험체가 된 초능력이 없는 아이를 정부 기관으로부터 구해는 그 마음. 우주 멸망을 막을 유일한 방법으로 무한한 사랑을 지닌 개가 선택되고 그 개를 무사히 우주로 보내기 위해 지키는 마음. 모두 나를 위한 마음이 아닌 밖을 향한 마음이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다고 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랑 가장 후회되는 순간 중 한 곳만 갈 수 있다고 하면 어디로 갈래?”(p.51)
“그럼 넌 진짜로 투시력 같은 건 없는 거야?”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니까.”(p.154)
개의 사랑이 우주 종말을 막기 위한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우주 연합은 개의 서식지를 전 우주로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우주를 개의 사랑으로 가득 채우면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줄어들 거라는 계산이었다. (p.194)
책을 읽으면서는 무슨 얘기인지 살짝 혼란이 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이야기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그냥 사람들이 모여 행복을 향해가는 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타인을 향한 마음이 가는 곳은 결국 모두를 위한 것이니.
‘누군가를 혹은 뭔가를 사랑했던 것에 후회를 해본적이 있냐’는 질문에 물론이라는 대답을 보고 우리는 일어날 일을 알면서도 당연히 그것을 향해 온몸을 불사르듯이 달려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했다. 반드시 일어날 일이라도 내가 있는 곳으로 세계를 끌어당기듯이 온 마음을 다하면 조금은 균열이 생겨 변화하지 않을까. 단단하게 고정 되어 있는 미래는 없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조금씩 내게 세계를 끌어당기는 작업 중이라고 믿고 싶어진다.
행복이란 최대의 만족과는 다른 상태라고. 우리는 여전히 결핍되어 있고 서로를 위해 각자의 욕심을 포기하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 하나 대단히 부족하지 않다. (p.285)
아이가 상담 중인데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다.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내 안에 켜켜이 쌓이는 것들을 털어내기가 어렵다. 부모란 뭘까, 좋은 부모란 뭘까 고민하고 남편과도 대화를 나눠보지만 나를 덜어내기란 힘든 것. 작가의 말에 ‘용기라는 단어로는 이해할 수 없고 낙관이나 의지라는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p.327)이라는 문장을 읽고 내 마음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뭘까. 내 마음은. 역시 좋아하길 잘했어 일까?
“내가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으로 세계를 끌어당기는 거야.”(p.55)
개의 사랑에는 연료가 필요 없다. 개는 무에서 유를 만든다. 개의 사랑은 질량-에너지 보존 법칙을 초월한다. (p.194)
“난 요즘 옛날 생각을 많이 해. 그러다 보면 문득 그냥 회상이 아니라 내가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이라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리다가도 내가 그때와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거야. 옛날에는 과거에 집착하는 게 한심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내가 그렇게 되어버렸네. 정말 한심하지?” (p.230)
이 세상은 엉망이고 나아질 기미가 도무지 보이지 않아. 고장 난 건 핸들인데 사람들은 자꾸 바퀴만 고치려고 들어. (p.279)
@rabbithole_book 래빗홀출판사에서 도서를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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