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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7월
평점 :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빵집에서 사온 푸가스. 빵 하나의 크기가 커서 보통 한 번 사면 두 명이서 두 번 정도 식사 빵으로 먹을 수 있다. 푸가스는 빵 반죽에 올리브유, 허브 등을 첨가하여 구워낸 나뭇잎 모양의 납작한 빵으로,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음식이다. 올리브유에 찍어 먹거나 파스타와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린다. 원두를 핸드 드립으로 내리고 냉장고에 전날 사두었던 천도복숭아, 자두를 곁들인다. 그리고 에그 스크램블을 만들면 아침 준비 끝. 늦은 주말 아침을 이렇게 먹는 것도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 같이 볼 영화 한 편을 골라둔다. 빨래감을 모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느슨한 주말 아침의 풍경이다.
빵과 떡볶이는 식사가 아니라던 사람이 어느새 빵을 좋아하게 되고 늦은 밤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말한다. 김치찌개에 소주를 좋아하고 주말 아침이면 한식 밥상을 고집하던 사람이다. 내가 의도적으로 식성을 바꿀 수는 없는 것.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오던 사람들이 만나서 오랜 시간 같이하다 보니 우린 어느새 그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서로에게 조금씩 물들 듯이.
내가 원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는 마음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함께하다 보니 내 것을 꼭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고 같이 함으로써 상대의 기쁨이 내게 더 큰 즐거움으로 오는 것이 느껴진 걸까.
다정한 말을 건네고 다정한 하루를 보내는 건 어렵지만 또 어렵지 않다. 어제의 다정한 시간을 오늘도 내일도 함께 이어가려 노력한다. <다정한 매일매일> 안의 빵과 작가님의 이야기, 그리고 책. 어느 것 하나 스쳐 지나가지 않듯 다정함이 매일에 깃들기를 바라게 된다.
√짧은 글 안에서 적어두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요즘 고민하는 부분과도 맞닿아서 깜짝 놀라기도. 글에 빠져들고 숨이 쉬어지는 시간이었다. 책에 소개된 책들을 찾아보는 즐거움 또한 남아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들. (p.60)
소설이 삶을 닮은 것이라면, 한길로 꼿꼿이 가지 못하고 휘청휘청 비틀댄다 해도 뭐가 어떤가. 내가 걷는 걸음걸음이 결국엔 소설 쓰기의 일부가 될 텐데. 길 잃고 접어든 더러운 골목에서 맞닥뜨리는, 누군가 허물처럼 벗어놓고 간 쓰레기들과 죽은 쥐마저도 내 빵에 필요한 이스트나 밀가루가 될 텐데. (p.71)
나의 글에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나의 글이 조금 더 가볍고 자유로워지기를.
그리하여 내가 마침내 나의 좁은 세계를 벗어나서
당신에게 가닿을 수 있기를. (p.114)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하루와 하루 사이를 박음질하듯 이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그리고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 채 매일매일 그저 자신에게 최선이라 믿는 길을 선택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 한, 사노의 질문은 길 잃은 자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빛날 것이다. (p.192)
우리는 어떤 일이 눈앞에 직접 닥쳤을 때에야 비로소 하나에 촘촘하게 얽혀 있는 수많은 다른 선들을 볼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쉽게 금을 긋고 선과 악, 옳고 그름 중 하나를 택하라고 소리 높여 말하는 이들은 대부분 멀찍이 떨어진 강의 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p.247)
@jakkajungsin 작가정신의 작정단12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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