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 - 삶을 관통하는 여덟 가지 주제에 관한 스승과 제자의 대화
이근후.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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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관통하는 여덟 가지 주제에 관한 스승과 제자의 대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독서모임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 것이 기억이 났다. 스승과 제자 사이인 두 저자는 하나의 주제로 한편 한편 짧은 글을 통해 삶의 지혜를 전달한다. 자존, 관계, 위기, 욕망, 확신, 비움, 성장, 행복이라는 8가지 대주제 속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읽어가다 보면 무릎을 탁~치기도 혹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부모의 권위나 강압에 의해 만들어진 이타주의는 이후 삶에 후유증을 남긴다는 부분이다. 습관적 배려는 진정한 배려가 아니기에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고 배려받지는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한다.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중.장년에 이기적이 되면 손가락질받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나이에 맞는 이기주의자가 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조건이라 한다. 그래야만 나도 살고 남도 산다는 그 말에 공감이 갔다. 습관적 배려라는 말은 나를 두고 한 말이라 뜨끔했다. 여럿이 밥을 먹으러 가면 나는 모든 메뉴 다 괜찮아라고 하며 다른이들에게 맞추곤 했다. 매운 걸 못 먹는데 먹고 며칠 동안 배가 아팠던 기억....왜 그랬을까. 책을 읽으니 이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 나는 조금 이기적인 삶을 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매운 거 잘 못 먹어요.”라고.

나이 들면 말이 짧아져야 한다는 이근후 작가님의 말대로 모든 챕터가 짧아서 즉문즉답 수준이라 어느 페이지를 펴서 읽어도 부담 없이 다정한 삶의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이다.

 

뇌가 있는데 내가 없으면, 기준을 내 바깥에 두고 나를 그 저울에 얹게 된다. 열등감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결과다. 뇌가 있고 내가 있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p.27)

 

허세가 반드시 허황되고 나쁜 것만은 아니다. 허세를 잘 활용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된다. 내가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 허세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지금보다 휠씬 나은 모습이 된다. 이때 허세는 자기를 발전시키는 에너지다. (p.118)

 

자신의 화를 잘 다스리려면 화가 나는 지점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일에는 거의 예외 없이 화가 나는 포인트가 있다. 발견이 빠르면 빠를수록 화를 잘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런 연습이 되면 다른 사람이 화를 낼 때 왜 내는지도 빨리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그것이 화의 진원지다. (p.121)

 

꼰대는 나이와 무관하며 소통과 관계되어 있다. 통하지 않는다면 나이를 불문하고 꼰대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굳게 믿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불쾌감과 적대감이 생긴다면 꼰대의 자격을 갖춘 것이고, 이를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면 꼰대로 확정된다. (p.142)

 

우리 삶이 왜 즐겁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잘못되었다. ‘우리 삶이 왜 고통스럽지 않을까가 제대로 된 질문이다. 고통은 자연적이며 즐거움은 인위적이다. 고통을 피하고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것이 기쁨과 즐거움과 보람이다. 그리고 그렇게 애쓰고 노력하는 과정이 길고 힘들수록 나오는 즐거움이 더 커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즐거움도 공짜가 아니다. 즐거움은 고통의 자식이다. (p.229)

 

외로움은 혼자라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혼자일 수 없어서 생기는 감정이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도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있어야만 하는 사람은 혼자 있을 수 없다. 외로움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짊어져야 하는 숙명이다. 혼자이기에 외로운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p.237)

 

@isamtoh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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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 환경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체에 관한 행동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발견
데이비드 무어 지음, 정지인 옮김 / 아몬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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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체에 관한 행동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발견

 

후성유전-다양한 맥락 또는 상황에 따라 유전 물질이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되는, 즉 발현되는 방식

행동 후성유전학-후성유전학의 효과가 감정적 반응성, 기억과 학습, 정신 건강, 행동 같은 심리적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연구하는 것.

 

나에게는 생소한 학문인 후성유전학에 관한 책을 쓴 저자는 발달 및 인지 신경과학자이다. 책모임에서 <양육가설>이라는 책을 읽고 아이들을 키움에 있어서 한결 마음의 무거움을 덜어냈던 기억이 있어 후성유전학이라는 것에 관심이 갔다. <양육가설>은 부모가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보다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또래 집단과 함께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간다는 주장으로 여러 실험을 한 내용이다.

 

읽어내기 만만치 않은 내용과 두께에 압도당했지만 저자는 친절히 심층탐구부분은 뛰어 넘어도 좋다는 팁을 주어 읽어 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유전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과 경험적 요인이 상호작용해 우리의 심리적.생물학적 특성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행동에 영향을 주는 후성적유전을 알게 된 것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했다. 게다가 실험을 통해 세대를 넘어서도 그런 표현형이 나타난다는 것에 놀라웠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로 인한 경험이 나를 이루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다른 이를 대할 때, 삶을 대하는 자세 또한 달라지리라 생각된다. 과학책을 통해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일깨워주는 책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이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믿음은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그리고 우리 곁의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p.37)

 

진화적 요인이나 유전적 요인만으로는 형질의 기원을 설명하기에 결코 충분치 않다. 과학자들이 이 사실을 항상 유념한다면, 사람들의 특징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알아냄으로써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자 하는 실질적인 목표에 계속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p.51)

 

경험이 후성유전적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후성유전적 상태는 표현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표현형은 실질적으로 세대를 넘어 전달될 수 있다는 이 모든 지식을 갖추었으니, 이제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할 차례다.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행동 후성유전학이라는 이 새로운 과학에서 어떤 배움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새로운 정보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줄까? (p.355)

 

후성유전의 연구는 노화로 인한 일반적인 병약함에 관한 생각뿐 아니라, 2형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뇌졸중이나 관상동맥질환) 같은 특정 질병에 관한 전통적인 생각도 바꿨다. 이 병들의 원인과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로 발달 초기(어쩌면 태아기나 유아기 초기)에 한 경험이 건강에 장기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이 또다시 확인되었다. (p.381)

 

후성유전학이 정신질환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 한 이유는 학습과 기억 같은 보통의 심리 과정들이 후성유정적 조절에 의존한다는 통찰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 감정에 이상이 생겼다면, 범인은 후성유전적 요인일지 모른다는 것이다.(p.386)

 

유전자 결정론의 종말이 인간 본성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꿔놓으리라는 것은 이미 한동안 명백한 사실로 여겨졌으며, 후성유전학의 여러 발견은 그 생각을 뒷받침한다. (p.424)

 

당신이 생물학의 올가미에 걸려 있다고는 생각하지 말라. 분투하라. 아이들을 주의 깊게 보살피고 돌보아라. 환경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구축하며, 지속적인 건강과 발달을 증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라. 중요한 건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pp.424~423)

 

@almondbook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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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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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절대 우리와 같은 아픔을 가지는 가족들이 다시는 이 세상에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요.” (p.18) -평택항 하역 노동 중 컨테이너에 깔려 사망한 이선호씨의 부친

 

제목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하루에 평균 두 명 꼴로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 것을 나타낸다. 문장 하나로도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저자는 산재 사고들, 유족들, 기업, 정부, 당사자의 이야기들을 통해 결국 시민의 연대가 중요함을 피력한다.

 

일이 먼저가 되어 삶을 빼앗기는 이상한 구조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민낯을 조명하게 하고, 기업이 안전이 아닌 생산을 중심으로 놓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사고의 본질에 접근한다. 산재 사고의 발생유형을 여러 사고를 예로 들어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재해를 줄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어떻게 하면 안전한 일터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발전시킨다. (p.123) 읽어내기 쉽지 않은 산재 사고들의 면면들을 더 들여다보게 하는 건 진상을 규명함으로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고, 사고로 떠나간 이를 깊이 추모하는 마음이다. 그렇게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남김으로써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업만이 아니라 정부도 안전을 위한 법을 더 강화하고 강력하게 규제하도록, 적정임금제를 도입해서 더 이상의 산재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민이 행동해야 한다. 안보던 뉴스도 더 보고 두 눈 부릅뜨고 세상을 봐야 함을 더 일깨워 준 책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이다.

 

산재사고의 발생의 유형

-회사가 세워 둔 안전수칙이 효율적 업무방식과 출동할 때

-위험에 관한 기업 간 소통이 부족할 때

-안전에 투자할 돈과 시간이 부족할 때

-안전에 관한 설명이 부족할 때

-안전에 대한 역량과 이해가 부족할 때

 

제 아이가 죽은 가장 큰 이유는 그날 그 작업을 우리 아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아무 전문성 없는 사람이, 관리감독자도 없는 상황에서 시켰기 때문입니다. ” (p44)

 

오직 원활한 생산활동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만든 기업의 생산체계와 안전을 뒷전에 둔 업

무방식, 작업에 늘 산재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음을 잊고 마구잡이로 지시를 내리는 등의 관행이 한데 모여 사고를 이룬다. (p.56)

 

사고가 났을 때 안전이 중요하다는 말은 도리어 노동자를 공격하는 무기가 된다. 스스로 지켰어야 하는 안전을 손쉽게 내버린 사람이라고 말이다. (pp.68~69)

안전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목표여야 한다. (p.69)

 

노동자가 일을 할 때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는 것은 안전일까, 업무 완수일까? 이론적으론 안전이겠지만 실무적으론 업무 완수다. 노동자들은 안전해지려고 회사에 오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고 급여를 받으러 회사에 온다. (중략) 회사가 노동자에게 바라는 것은 안전해지기가 아니라 제때 일을 마치기. (pp.78~79)

 

원청이 하청이 하는 일의 방식과 속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현실적인 작업량을 설정하고, 눈에 띄는 노동자의 반발이 없으면 문제가 없다고 착각해 작업량을 고수한다. -‘비용 절감 목적의 외주화’ (p.87)

 

만약 업계가 공정별로 필요한 최소 인건비를 산출해 공사금액의 하한선으로 삼는다면 어떨까. 공사금액이 적자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으니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돈도 보장되고 재하급이 마구잡이로 난립하는 문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제도를 적정임금제라 부른다. (p.129)

 

재해의 근본원인을 찾기보다 사업주 잘못을 지적하는 데 치중하는 건 지방노동청만의 문제는 아니다. 산재예방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두뇌역할을 하는 노동부 본부도 산재의 조직적. 관리적 원인을 분석하려는 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P.201)

 

그 산재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뭔지, 사업주가 어떤 면에서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못했는지 알 수 있다면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한 더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p.222)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각 사고에 영향을 미친 위험 요소들을 찾아내고 그 결과를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작업은 여전히 필요하다. 산재 조사에 관한 더 많은 정보가 공개돼야 하는 이유다. 적어도 두 가지는 반드시 대외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바로 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하는 재해조사의견서와 법원의 판결문이다. (p.268)

 

일터의 죽음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독자들이 아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변한다. 사고 발생 후 여론의 강하나 비판을 받은 몇몇 기업들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건의 사항을 받아들이고 선제적으로 설비 개선을 하며 안전에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인식을 조금씩 갖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라고 기업과 정부에 강하게 요구한 결과다. 노조들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의무로서 산업 안전을 주목하고 대응책을 찾고 있다. 모두 시민들의 관심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p.296)

 

@hanibook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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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하우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어느 가족 이야기
빅토리아 벨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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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러시아인이고 어머니가 우크라이나인인 저자는 10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성장한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를 침공하고 저자는 우크라이나에서 보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고 우크라이나로 향한다.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에서 외증조할아버지의 생전 큰형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인물을 추적한다. 제목인 루스터 하우스는 소비에트 시기에부터 비상위원회, 내무인민위원회(NKVD), 국가보안위원회(KGB)의 등이 거쳐 간 건물인 비밀경찰의 본거지였다. 볼셰비키 혁명, 대숙청, 2차 세계대전, 소련의 붕괴 등을 겪으며 살아남은 저자의 증조할머니에게 루스터 하우스는 여전히 두려움의 존재이고 외증조 할아버지의 큰형을 쫓는 저자를 걱정하는데... 그러나 저자는 사실을 파헤치고 그 과정 안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슴 아픈 역사들을 만나게 된다. 한 가족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그것이 곧 역사임을 알게해주는 소설 같은 에세이였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저자는 힘든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저자는 전쟁은 그렇지 않다. 익숙하게 보아온 지형지물이 폭력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과거의 우리를 잃은 것을 슬퍼하고 미래의 우리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p.44)고 한다. 내가 자랐던 마을이 파괴되고 더이상 그곳을 방문하거나 추억할 수 없게 되는 것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도 남과 북이 분단되어 휴전 중인데 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은 점점 줄어든다. 나이 드신 실향민들은 언제라도 통일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고향 땅을 밟아보고 싶어 한다. 나부터도 북한에 대한 반공 포스터를 그리던 세대이다 보니 북한에 대한 감정이 좋다고는 못하지만 나라가 분단된 것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젊은 세대들은 또 다르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지구상에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무고한 시민들이 전쟁의 아픔을 짊어지는 것이 과연 옳은가 질문하고 싶다. 이권들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서로 양보하고 고통받는 시민들을 생각하는 나라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마음은 특이한 장치였다. 나는 고통을 받아들이되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다. (p.219)

 

니코딤 관련 서류를 읽으면서 나는 거짓의 존재보다 진실의 부재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거짓과 반쪽 진실이 뒤섞인 안개 속에서는 방향을 가늠하는 것도, 자신만의 도덕적 기준으로 상황을 분석하는 것도 어려웠다. (p.297)

 

다른 대륙, 다른 나라, 다른 도시로 옮겨가 살 수는 있지만, 내가 만든 내 안의 감방에서 탈출하는 게 가능할까?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서 나 자신은 물론 나의 기억까지 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묻어놓고만 있으면 빠져나갈 수 없다. 현실과 맞서는 걸 겁내면 자유로워질 수 없다. (p.315)

 

옛날에 쓰던 방 안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과거는 고통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고 있음을, 어떤 고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지만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불확실한 미래를 받아들이듯, 복잡한 과거를 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에게 슬퍼할 자유를 주기로 했다. (p.366)

 

과거는 상실과 고통의 저장소이자 회복과 희망의 원천이었다. 내 조상들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행복을 찾았고 존엄을 유지했다. (p.380)

 

@moonhaksoochup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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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섬 밥상 - 해녀 밥상에서 공동체 밥상까지, 섬 음식 인문학
강제윤 지음 / 어른의시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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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활동가인 저자는 섬을 기록하고 섬 주민의 기본권 신장을 위해 일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을 지키고, 여객선이 다니도록 돕고, 전국 섬에 흩어져 있는 걷기 길을 하나로 모으는 백섬백길이라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섬 학교를 세워 매월 1회씩 섬 답사를 진행하여 섬 여행의 지평을 열었다. <책날개 소개>

 

섬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섬을 떠난 뒤에도 섬을 돌아다니며 섬의 역사와 문화, 섬 음식을 기록해 온 지 20여 년째이다. 식당이 없는 섬에 가도 밥을 굶지 않는다.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밥 먹고 가라라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섬의 민박에서 묵은 저자의 밥상은 정말이지 인심 좋게 푸짐한 한 상이다. 그 상을 보면 그네들의 삶과 객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환대가 느껴진다.

 

-신안섬의 바옷’,‘독옷이라고도 하는 바위옷은 바위에 이끼처럼 붙은 해초인데 이것을 긁어다 묵을 고았는데 신안 섬의 전통음식이라 한다. 바옷묵은 새신랑마저 염치를 잊게 할 정도로 유혹적인 맛이라고 하니 더욱 궁금함이 더해진다.

-욕지도 관광 안내 책자 등에는 욕지欲知란 이름의 뜻을 알고자 하는으로 풀이해놓고 있다. 욕지도의 뜻은 연화도, 두미도, 세존도 등 주변의 다른 섬들과 연계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이라는 불경구절에서 따온 것이라는 새로운 사실도 놀라웠다.

-완도 황간도에서는 몸이 허약해서 코피를 자주 흘리는 사람에게 생문어와 팥을 고아 먹여 코피를 멎게 했다고 한다.

-죽도에는 별신굿은 남해안 별신굿보존회와 죽도 마을 주민들이 의기투합하여 전승될 수 있었다. 현재는 문화재청과 통영시의 지원으로 존속되고 있다. 주민과 관객이 하나가 되어 대모에게 소원을 빌고 덕담을 듣는다고 한다.

-여수 허화도는 섬을 꽃으로 장식해 상징화하여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관광수입으로 모든 주민의 삼시 세끼를 부녀회에서 마을식당에서 해결한다. 고령화된 섬에서 한 끼의 식사는 매우 소중하다. 관광객이 몰려들어서 섬의 공동체가 파괴된 경우가 많은데 현명한 선택으로 공동체성을 회복하여 여수에 나가 살고 있는 이들도 고향섬으로 돌아와 살겠다고 한다. 이것이 진정한 마을 살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종홍합은 맛이 아주 달고 수심 깊은 바다에서 자생해서 다이버나 해녀들이 잠수하여 손으로 채취했다고 한다. 보통 어른 손바닥 만하다. 토종홍합은 지역에 따라 합자, , 열치, 담치, 참담치, 잠채, 섭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옛날에는 동해부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조개의 이름으로 동해부인이라니!!

 

 

이 외에도 흑산도에서는 삭힌 홍어는 안 먹다는 이야기, 오징어, 민어, 통영의 비빔밥 등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음식 이야기들을 품은 섬들이 있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의 섬들도 많고 익히 들어보았던 이름들도 있다.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긴 세월을 지내온 사람들의 옛이야기와 지금의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세계로 초대된 듯하다. 섬에 가면 소박하고 따뜻한 환대가 나를 기다릴 것 같다. 올가을엔 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찬바람이 불면 해산물이 맛있어진다. 이제 섬에 갈 때이다. 책과 지도를 펼치고 어디로 떠날지 고민해 봐야겠다.

 

@chae_seongmo @yodabooks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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