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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섬 밥상 - 해녀 밥상에서 공동체 밥상까지, 섬 음식 인문학
강제윤 지음 / 어른의시간 / 2023년 9월
평점 :
섬 활동가인 저자는 섬을 기록하고 섬 주민의 기본권 신장을 위해 일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을 지키고, 여객선이 다니도록 돕고, 전국 섬에 흩어져 있는 걷기 길을 하나로 모으는 ‘백섬백길’이라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섬 학교’를 세워 매월 1회씩 섬 답사를 진행하여 섬 여행의 지평을 열었다. <책날개 소개>
섬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섬을 떠난 뒤에도 섬을 돌아다니며 섬의 역사와 문화, 섬 음식을 기록해 온 지 20여 년째이다. 식당이 없는 섬에 가도 밥을 굶지 않는다.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밥 먹고 가라”라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섬의 민박에서 묵은 저자의 밥상은 정말이지 인심 좋게 푸짐한 한 상이다. 그 상을 보면 그네들의 삶과 객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환대가 느껴진다.
-신안섬의 ‘바옷’,‘독옷’이라고도 하는 바위옷은 바위에 이끼처럼 붙은 해초인데 이것을 긁어다 묵을 고았는데 신안 섬의 전통음식이라 한다. 바옷묵은 새신랑마저 염치를 잊게 할 정도로 유혹적인 맛이라고 하니 더욱 궁금함이 더해진다.
-욕지도 관광 안내 책자 등에는 욕지欲知란 이름의 뜻을 ‘알고자 하는’으로 풀이해놓고 있다. 욕지도의 뜻은 연화도, 두미도, 세존도 등 주변의 다른 섬들과 연계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이라는 불경구절에서 따온 것이라는 새로운 사실도 놀라웠다.
-완도 황간도에서는 몸이 허약해서 코피를 자주 흘리는 사람에게 생문어와 팥을 고아 먹여 코피를 멎게 했다고 한다.
-죽도에는 별신굿은 남해안 별신굿보존회와 죽도 마을 주민들이 의기투합하여 전승될 수 있었다. 현재는 문화재청과 통영시의 지원으로 존속되고 있다. 주민과 관객이 하나가 되어 대모에게 소원을 빌고 덕담을 듣는다고 한다.
-여수 허화도는 섬을 꽃으로 장식해 상징화하여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관광수입으로 모든 주민의 삼시 세끼를 부녀회에서 마을식당에서 해결한다. 고령화된 섬에서 한 끼의 식사는 매우 소중하다. 관광객이 몰려들어서 섬의 공동체가 파괴된 경우가 많은데 현명한 선택으로 공동체성을 회복하여 여수에 나가 살고 있는 이들도 고향섬으로 돌아와 살겠다고 한다. 이것이 진정한 마을 살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종홍합은 맛이 아주 달고 수심 깊은 바다에서 자생해서 다이버나 해녀들이 잠수하여 손으로 채취했다고 한다. 보통 어른 손바닥 만하다. 토종홍합은 지역에 따라 합자, 합, 열치, 담치, 참담치, 잠채, 섭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옛날에는 ‘동해부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조개의 이름으로 동해부인이라니!!
이 외에도 흑산도에서는 삭힌 홍어는 안 먹다는 이야기, 오징어, 민어, 통영의 비빔밥 등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음식 이야기들을 품은 섬들이 있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의 섬들도 많고 익히 들어보았던 이름들도 있다.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긴 세월을 지내온 사람들의 옛이야기와 지금의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세계로 초대된 듯하다. 섬에 가면 소박하고 따뜻한 환대가 나를 기다릴 것 같다. 올가을엔 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찬바람이 불면 해산물이 맛있어진다. 이제 섬에 갈 때이다. 책과 지도를 펼치고 어디로 떠날지 고민해 봐야겠다.
@chae_seongmo @yodabooks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