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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아니었다 ㅣ 새소설 16
설재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평점 :
두 명의 어머니, 두 명의 아버지. 이 문장에 끌려 보게된 소설이다. 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걸까 궁금했다. 지양과 호림. 두 여자의 삶이 교차하고 그 사이에 고1의 소녀 성연이 끼면서 상황은 꽤 복잡하게 흘러갔다. 세 여자의 삶은 순탄치 않았고, 한숨이 절로 흘러 나오는 기가막힌 인연은 우연이라 할 수는 없는 듯하다. 우연이라기엔 이미 맺어지고 이어진 인연이 꼬이고 꼬이다가 마주친 것이니까. 이 소설은 '가족'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현대에는 가족의 형태가 예전보다 더 다양해졌다. 꼭 피로 이어져여만 가족이라 말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책 속에서 맺어진 가족의 형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난 어쩐지 세 여자가 만든 가족은 각자의 이익과 복수, 질투의 감정이 너무 크게 느껴져 언제든 끊어질 얄팍한 관계를 굳이 가족이라 엮은게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부모는 자녀의 삶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을 하는게 맞는 걸까. 호림의 엄마를 보면서 부모가 아이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아이의 삶을 어떻게 좌지우지 할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내 아이만 괜찮다면, 내 아이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내 아이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가정이라는 울타리와 부모의 삶 역시 지킨다는 명분 아래 행한 일들이 결국 내 아이에게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호림의 엄마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이 더 급했을 테니까. 남편, 아이에게 비밀로 하면서까지 아이의 삶에 개입을 하던 호림의 엄마를 보면서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 대해 자꾸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잘하고 있는건지, 나는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아이의 길을 함께 가줘야 할지.. 어쩐지 막막해지는 것만 같다.
가볍게 볼 소설은 아니다. 난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접근하고 읽기 시작했었지만, 읽으면서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점점 생각이 많아졌고, '가족'을 넘어 부모와 자식, 부부, 친구 등 다양한 인간 관계에 대해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읽을 때는 뭐 이런 이야기가 다 있나 싶었지만, 다 읽고나니 자꾸 여운이 남는다. 한번 읽어볼만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