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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에서 간절히 원하는 것들 - 상처로 남지 않을 죽음을 위하여
태현정 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2월
평점 :
보바스기념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이들이 보고 듣고 겪은 죽음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 담긴 책이다. 나이, 성별, 지위, 종. 모든 것을 다 떠나 생명을 가지고 있다면 공평하게 돌아오는 것이 바로 '죽음' 아닐까?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두렵고,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바로 '죽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양한 죽음을 가까이에서 보고 겪으면서도 '죽음' 자체를 멀게만 느낀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의 마지막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 사실 나 역시도 그렇다. 단 한번도 '나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나의 부재 후의 일을 조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노후에 대한 준비라면 모를까. 이 책을 읽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혹시모를 질병에 대한 대책은 반드시 있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불과 두달 전쯤, 가지고 있던 보험에 대한 정리와 변경 절차를 밟았던 터라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변경 전보다는 나아진 상태이니 앞으로 봐가면서 보완을 해나가야겠다.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호스피스 병원은 내게 낯설기만 한 장소다. 하지만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기는 했다. 다만, 떠올일 일도 없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곳이라 언제나 낯설기만 한 것 같다. 누군가를 이곳에서 만나야 한다는 것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마주한 죽음임에도 도통 익숙해지질 않는다. 매 순간 아프고 힘들기만 하다. 아마 내 평생,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도 익숙해질리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이런 일을 매일 겪어야 하는 호스피스 병동의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그들이라고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월 평균 20~30건의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지만 그 어느 누구의 죽음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똑같은 죽음은 없으니 말이다. 이들은 나름의 사명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조금 더 편하게, 그리고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길 바라며 각자의 자리에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의 많은 수가 '암'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암'이란 나와 먼 질병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갑자기 주변 지인들에게 '암'이라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자꾸 접하면서 결코 '암'이 멀리 있는 질병이 아니구나 느꼈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여전히 암은 정복되기 힘든 질병이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긴 투병생활을 하다가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엔 담긴 사연들은 참 다양했다. 사연들 중에는 이혼 후 아이에 대한 양육의 의무를 전혀 하지 않고 살다가 마지막에서야 보고싶어 하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살면서 단 한번도 연락도, 도움도 없던 아버지가 죽음 직전에 갑작스럽게 연락을 해온다면 자식의 입장에선 어떤 생각이 들까. 만남을 거절한 자식도, 응한 자식도.. 모두 이해가 되었다. 어떤 것도 정답일 수는 없다. 언제라도 후회가 되지 않는 쪽을 선택하면 되는 일이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언젠가 닥칠 내 죽음은 어떤 형태일지 모르겠지만, 그때가서 후회로 남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나도 남겨질 가족들도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 죽음이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