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김지수 지음 / 두사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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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40대, 6살. 3대가 떠난 여행. 읽는 내내 참 많이 부러웠다. 결혼을 하기 전 엄마와의 여행을 생각했지만 자유롭지 못한 직장인이다보니 쉬이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결혼 후 신혼 초에 가까운 곳이라도 엄마와 떠나야지 했지만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았고, 직장을 그만두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둘이 되어버린 지금도 여전히 생각만 가득하다. 하지만 돌아보면 다 핑계일 뿐이다. 시간은 어떻게든 만들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삼대 여행을 하면 되지 않겠나. 다만 그러려면 아이들이 좀더 성장을 해야겠지만. 삼대 여행 이전에 올해는 우리 가족 여행부터 다녀와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이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망한 것 같다. 올해 말에나 백신 투여가 가능할 것 같다니 여행도 내년부터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삼대 여행의 중심 역할은 당연 40대 아들이자 아빠다. 아마 가장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아버지도 맞춰드려야 하고, 어린 아들의 기분도 고려하고 챙겨야 했을테니까.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고, 그의 노력을 발판삼아 삼대의 여행이 무사히 마무리 되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이 삼대에게는 평생 두고두고 꺼내서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이 생겼다. 이때의 추억이 자꾸 생각나서 다시 한번 떠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엔 너무 어려서 따라갈 수 없었던 둘째 딸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번 삼대 여행의 배경에는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어쩌면 어머니가 떠나시면서 삼대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 주시며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게 아니었을까? 여행의 시간시간마다 어머니를 떠올렸을 이들에게 그럼에도 여행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의 여행기는 어린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할 때 준비해야 하는 것들과 닥칠 수 있는 상황이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어린 아들과 함께 둘만의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아빠가 있다면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나도 아이가 조금만 더 크면 아빠랑 여행을 좀 보내야겠다. 아이가 아빠와의 여행을 즐겼으면 좋겠다. 자주 보낼 수 있게. 하하. 그나저나 그의 여행기를 보니 미국 국립공원 탐방은 나랑 맞는 여행은 아닐 것 같다. 땡볕도 더위도 살이 타는 것도 싫어하는 나로서는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을 동반하고는 더더욱.. 아이들이 훌쩍 자란 후 가게 된다면 또 모를까, 일단 미국의 국립공원은 그의 여행기로 만족할까 싶다. 그리고 그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실패했다는 음식. 가장 자주 이용한 음식점이 맥도널드 햄버거고,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 직접 해먹은 요리였다니 식당에 대한 정보는 여행을 떠나기 전 필수로 알아둬야 할 것 같다.

흔치 않게 삼대가 떠났던 여행, 그리고 그 여행의 마무리가 책이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여행이다. 앞으로는 정말로 나도 생각만 하지 말고 여행기를 사진들과 함께 작은 책자로 만들어 둬야겠다. 이렇게 출판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요즘은 사진앨범을 책처럼 만들어주니 그걸 잘 활용해서 앨범책자를 늘려가보련다. 만들어두면 두고두고 보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테니 말이다. 여행은 마음 먹었을 때 저지르고 봐야한다. 생각만 하면 나처럼 주구장창 생각에만 머문다. 부모님과의 여행을 생각한다면 꼭 먼저 저지르고 생각하길 바란다. 부모님의 체력이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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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에서 간절히 원하는 것들 - 상처로 남지 않을 죽음을 위하여
태현정 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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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스기념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이들이 보고 듣고 겪은 죽음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 담긴 책이다. 나이, 성별, 지위, 종. 모든 것을 다 떠나 생명을 가지고 있다면 공평하게 돌아오는 것이 바로 '죽음' 아닐까?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두렵고,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바로 '죽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양한 죽음을 가까이에서 보고 겪으면서도 '죽음' 자체를 멀게만 느낀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의 마지막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 사실 나 역시도 그렇다. 단 한번도 '나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나의 부재 후의 일을 조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노후에 대한 준비라면 모를까. 이 책을 읽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혹시모를 질병에 대한 대책은 반드시 있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불과 두달 전쯤, 가지고 있던 보험에 대한 정리와 변경 절차를 밟았던 터라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변경 전보다는 나아진 상태이니 앞으로 봐가면서 보완을 해나가야겠다.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호스피스 병원은 내게 낯설기만 한 장소다. 하지만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기는 했다. 다만, 떠올일 일도 없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곳이라 언제나 낯설기만 한 것 같다. 누군가를 이곳에서 만나야 한다는 것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마주한 죽음임에도 도통 익숙해지질 않는다. 매 순간 아프고 힘들기만 하다. 아마 내 평생,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도 익숙해질리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이런 일을 매일 겪어야 하는 호스피스 병동의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그들이라고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월 평균 20~30건의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지만 그 어느 누구의 죽음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똑같은 죽음은 없으니 말이다. 이들은 나름의 사명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조금 더 편하게, 그리고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길 바라며 각자의 자리에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의 많은 수가 '암'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암'이란 나와 먼 질병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갑자기 주변 지인들에게 '암'이라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자꾸 접하면서 결코 '암'이 멀리 있는 질병이 아니구나 느꼈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여전히 암은 정복되기 힘든 질병이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긴 투병생활을 하다가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엔 담긴 사연들은 참 다양했다. 사연들 중에는 이혼 후 아이에 대한 양육의 의무를 전혀 하지 않고 살다가 마지막에서야 보고싶어 하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살면서 단 한번도 연락도, 도움도 없던 아버지가 죽음 직전에 갑작스럽게 연락을 해온다면 자식의 입장에선 어떤 생각이 들까. 만남을 거절한 자식도, 응한 자식도.. 모두 이해가 되었다. 어떤 것도 정답일 수는 없다. 언제라도 후회가 되지 않는 쪽을 선택하면 되는 일이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언젠가 닥칠 내 죽음은 어떤 형태일지 모르겠지만, 그때가서 후회로 남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나도 남겨질 가족들도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 죽음이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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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똥 도감 신기한 도감
나카노 히로미 지음, 김창원 옮김, 후쿠다 도요후미 사진, 한영식 감수 / 진선아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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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소개글을 보자마자 참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과

아이와 함께보면 아이가 즐거워하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도착하자마자 펼쳐본 책에는 정말 다양한 동물들의 '똥'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처음 나의 반응은.. '읔'...

역시나 '더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진을 본 순간 지독한 냄새도 나는 듯한 느낌!!

그런데 보면 볼수록 그런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도 재미있고 신기했다.

동물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의 똥 역시

동물의 왕 답다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마의 똥 이야기에선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똥 뿌리기라니..!!! 똥물에 몸을 담그는 하마..

'으악' 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마만의 방법일테니.. 어쩌겠는가.

동물의 세계란, 신비로우면서도 더럽다...^^;;;
 

 

뱀의 똥과 오줌이라니. 정말 너무 신기하다.

그것보다 더 신기한건 곤충들의 똥.

세상에.. 정말 이렇게 다양할 수가 없다.

모양도 크기도 그야말로 제각각!!

절대 흔히 볼 수 없는 진귀한(?) 사진들이다.


달팽이가 먹는 것에 따라 배변의 색도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코끼리 똥 역시 덩치만큼 클 수밖에 없겠지만

수박만한 똥을 한번에 5~10개나

하루에 총 5~10번씩 싼다고 하니...

이건 정말 경악스러운 양이다.

 

 

마지막에는 다양한 곤충과 동물들의 똥에 대한

정보를 간략한 정보와 함께 한번에 확인이 가능하도록

정리가 되어 있었다. 중간중간 빨간박스로

똥에 대한 재미있는 정보도 있고.


요즘 한창 더러운 것들(코딱지, 똥 등..)에 관심을 갖고

즐거워하고 웃는 아들과 함께 재미있게 봐야겠다.

어쩐지 자꾸 같이 보자고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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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머러스 발리
김수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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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먼저 결혼한 동생이 신혼여행으로 다녀왔던 발리.

몇년 전, 신랑이 출장으로 다녀왔던 발리.

몇달 전, 막내 동생이 휴가차 다녀왔던 발리.

우리집에선 엄마와 나만 못가본 곳이 발리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엄마랑 발리 여행을 가고 싶다.

크게 복잡하지 않고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휴양할 수 있는

여행지인 것 같아 부모님과 함께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말이다.

 

 

 

조금 색다른 느낌의 발리 가이드북을 만났다.

세세하게 모든 것을 알려주는 기존의 가이드북들과는 달리

이 가이드북은 먹고, 놀고, 즐길 수 있는 정보에 충실하다.

이 정보들은 발리를 4년째 직접 보고 듣고 겪고 있는 작가가

알려주는 것들로 생생한 느낌의 정보들은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간다.

 

 

크.. 발리의 풀빌라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 데리고 훌쩍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올 여름엔 꼭 해외로 휴가를 떠나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망쳐버렸다.

대신 이렇게 가이드북으로나마 마음을 달랠 수밖에.

그런데 정말이지.. 너무 가보고 싶다.

사진 속 아름다운 저 풍경 속에 나와 내 아이들, 엄마가

함께 찍혀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리조트들의 모습은

그저 감탄만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들은 또 어떻고!!!

결국 발리댁이 되어 발리에 눌러앉은

작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발리에서 요가를 배워볼 수도 있단다.

요가를 좋아한다면 한번쯤 해볼만할 것 같다.

발리에서는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싶어 뭔가 신기했다.

여행지에 가서 할 수 있는 독특함 체험이 되지 않겠나!

나는 시도해보지 않을테지만.


한참 요가가 유행일 당시 나도 요가를 해보겠다며

한달 수강을 끊었다가 간신히 한달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도무지 나랑 맞지 않는 운동법이었다.

운동은 전혀 되질 않고 지루하고 졸리기까지 했던 시간들.

그 뒤로 내게 요가는 쳐다보지도 않는 운동이 되었다.

그러니 나는 이런 정보가 있다는 정도로 패스.

 

 

솔직히 사진으로 보면 도대체 무슨 재미일까 싶지만,

막내 동생이 이번에 경험하고 와서 너무 재미있었다해서 궁금해졌다.

언젠가 나도 한번 꼭 경험해봐야지..!!!

 

 

인도네시아를 상징하는 전통예술 바틱을 체험해볼 수 있는 클래스도 있고,

그림을 배워볼 수 있는 클래스도 있다. 하지만 내 눈에 띈 클래스는

바로 요것!! 천연 화장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클래스였다.

100% 천연 재료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데 아이들이 참여해도 괜찮을만큼

어렵지 않고 호기심을 자극한다니 궁금하다.

 

 

또 하나 발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클럽체험.

한국에서도 클럽은 가보지 않았는데,

외국으로 간다고 클럽을 가게 되려나.

더구나 아이들도 있을텐데.

이러나 저러나 클럽은 나와 인연이 아닌 듯 싶다.

어쩐지 한편으로는 조금 아쉽기도..! ^^;

 

이런 발리라면, 한달 살기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정말 기회만 된다면 한달 살기 해보고 싶다.

나도 아이들도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엄마와 함께라면 더더욱 좋을 것 같고.

 

 

엑?! 발리에서는 대부분 세탁기가 집에 없다고?!

세탁을 모두 세탁소에 맡긴다니;;;

이용료가 저렴한 것은 좋으나 대형 세탁기에

한번에 넣고 빨아 건조하는게 다라니..

세탁이 정말 제대로 되는게 맞는지 신용이 안간다.

하지만 한편으론, 집안일 중 한가지에선 해방이라니

그곳의 주부들이 아주 조금 부럽기도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는 세세한 정보보다

좀더 디테일하게 먹고 놀고 즐길거리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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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자란다 단비청소년 문학
이지현 지음 / 단비청소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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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어린 자식을 학대하거나 죽인 부모 혹은 어른들에 대한 기사가 올라온다. 그런 기사를 볼 때면 피해 아동에 대한 생각에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어른의 보호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아가들일 뿐인데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생각만 가득든다. 세상이 점점 더 미쳐가는 것만 같다. 부모 자격증이라도 존재하면 이런 일이 덜해질까?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 너무 많이 일어난다. 더 안타까운 것은 많은 학대 피해 아동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또 다시 가정폭력에 노출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전에 가정폭력으로 보호조치를 받다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결국 계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한 아이에 대한 뉴스를 보다가 알게된 사실이다.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이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 정책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된 법이 강화되고 폭력을 행한 어른들에 대한 처벌 또한 강화 되었으면 좋겠다.


영우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다. 우연히 아빠에게 폭행 당하는 엄마를 목격한 이후 두려움에 떨다가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반항을 했던 날 이후부터 영우 또한 끊임없는 폭력에 노출되고 말았다. 한창 클 나이의 영우의 성장이 멈출 정도로 아빠의 폭력은 다양한 이유로 계속 되었다. 하지만 엄마를 인질 삼은 협박 때문에 영우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고 그렇게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오랜 기간 준비를 해온 엄마가 드디어 결심을 하고 행동에 나섰다. 영우를 데리고 아빠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치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은 아빠가 추적할 수 없도록 위치추적장치를 해둔 휴대폰을 버리고 현금을 모두 찾은 후 현금으로 버스표를 구입해 서울로 향했다. 서울의 중심을 찾아 도착한 곳이 종로. 엄마는 이곳에 자리를 잡기로 하고 방을 구하기로 한다. 그렇게 묵을 방을 구했고, 그곳에서 두 사람의 최고의 인연이라 할 수 있는 택견고수 박범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 그건 생각보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그런데 최대의 위기에 놓여있던 영우와 엄마는 귀인을 만났고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정폭력의 가장 좋지 않은 점은 피해자였던 아동이 성인이 되었을 때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폭력이 되물림 되는 셈이다. 그만큼 폭력이란 끝없이 악영향만 미칠 뿐이다. 때문에 주위의 관심도 필요하지만, 영우의 엄마처럼 피해자 본인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오랜시간 폭력에 노출되면 자존감이 너무 낮아져서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못한다고 한다. 애초에 폭력이 시작된 초기에 적극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자기 자신과 자식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 때마다 법의 보호와 처벌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면 더 좋고. 지금 이시간에도 가정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박범수 할아버지 같은 인연이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으면 좋겠다. 가정폭력 반대!!


"시간이 내 편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했어. 그 말을 너에게 해줄 줄은 몰랐구나. 시간이 네 편이라는 걸 잊지 마라. 너는 지금 자라는 중이야." 말을 마친 할아버지가 빙긋 웃더니 "십 년쯤 지나면 네 아버지 나이가 어떻게 되니?" 했다. 나는 머릿속으로 아버지의 나이를 계산해 보았다. 마흔아홉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맞설 수 없을 땐 피하는 게 상책이야. 길거리에서 오다가다 만난 놈들이라면 코피가 터지더라도 맞붙어 볼 수 있는데 아무리 세상이 막장이라도 부모를 향해서 주먹을 날릴 순 없지. 네 아버지가 변하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은 쉽게 안 변해.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자들은 자기보다 강한 사람은 절대 안 건드린다는 거야. 비열한 놈들이지. 어쩌겠느냐. 그게 네 아버지인걸..."  - P. 140-141


"은혜는 그렇게 갚는 게 아니야. 나한테 뭘 조금이라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딴 사람한테 베풀어. 너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거야."  - P.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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