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 바람을 가르다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박소명 지음, 한수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그간 꽤 읽었지만,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독립운동을 결심한 인물의 이야기 중에 가야금 장인은 없었다. 그래서 신선하기도 하고 독립운동에는 정말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구나 하고 다시금 깨달았다. 우리 민족의 혼까지 지배하고자 전통으로 여겨지는 모든 것을 없애려고 발악했던 일본. 그중에는 악기와 음악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본의 온갖 핍박 속에 강제로 아빠와 헤어지고 몸이 좋지 않은 엄마와 단둘이 살아야 했던 소년 오현은 향월관을 운영하는 이모 덕분에 배를 곪지는 않았지만 가정형편상 일찌감치 소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그래서 오현의 소원은 경성에서 성공했다는 동네 필수 형네 재기 삼촌처럼 경성으로 가서 돈을 버는 거였다. 어서 돈을 벌어 아픈 엄마의 병을 치료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전통행사인 마당밞이를 하다가 순사들에게 엄마가 잡혀가게 되었고 주재소에서 며칠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채 순사들에게 시달림을 당한 엄마는 집으로 돌아온 얼마 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장례를 치른 후 엄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야말로 경성으로 떠나야 할 때라 생각한 오현 앞에 뜻밖에도 아버지가 나타난다. 지금껏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었던 오현은 이런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의 사정을 알게 되었고, 이모의 사연 또한 듣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성에 대한 미련이 남긴 했지만, 주변의 상황은 오현을 계속 가야금 장인의 길로 인도했고, 마침내 오현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절로 가슴에 분노가 차오르곤 한다. 더불어 조상에 대한 깊은 존경과 감사 또한 느끼게 된다.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아픈 우리의 역사 속 강직하고 곧은 우리 조상의 모습은 언제 봐도 멋있기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내 눈에 비친 인도는 매우 심각한 빈부격차, 법으론 평등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존재하는 신분제도와 명예살인, 거기에 불가촉천민이라는 인간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최하층 사람들의 존재 그리고 심각한 오염에도 불구하고 힌두교들이라면 반드시 찾는다는 갠지스강 등 여러가지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은 나라다. 물론 각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와 법이 있고, 사는 방식의 차이가 있다지만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내게 이 소설은 인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금 더 추가해주고 말았다.

나는 열린 결말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딱 떨어진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게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물론 해피엔딩을 선호하긴 하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이 열린 결말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분명 사건의 내막이 밝혀졌고, 범인도 찾았지만 개운하지가 않다. 아니, 오히려 마음 한켠이 너무 불편했다. 분명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을 아이들의 실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하루 180명의 아이들이 실종되고 있다고 한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수많은 아이들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는. 인도의 경찰들은 무얼하고 있단 말인가. 실종된 그 아이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빈민가에서 아이들의 실종이 연달아 벌어졌다. 그런데 경찰은 실종사건 수색은 커녕 불도저로 지저분한 빈민가를 밀어버리겠다고 벼르고만 있는 중이다. 본래도 뇌물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경찰이었으니 공권력에 기대를 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참 씁쓸하고 속이 상하는 대목이었다. 경찰들에게 책임져야 하는 주민들의 안전에 빈민가의 주민들은 포함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에 형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9살 소년 자이는 친구 파리와 파이즈를 영입해 탐정단을 만들어 실종된 친구들을 찾아보기로 한다. 엄마의 비상금을 털어 보라선 열차까지 타며 실종 사건 조사에 열을 올렸던 탐정단. 드디어 실마리를 잡는다. 그리고 마주한 끔찍한 진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밝힌 진실이라기엔 너무나 잔인한 현실이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쫓은 사건이었지만 아이들의 가감없는 그 시선 속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담겨있었다. 성차별, 종교적 갈등, 부정부패, 가난, 억압... 아이들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상은 위선이 가득하고, 치열하며 잔혹했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실종되는 아이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많은 변화의 바람이 인도에 불어닥쳤으면 좋겠다. 빈민가에서 살든 그렇지 않든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귀하게 보호받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는 빈민가 아이들이 실종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의 눈물 단비어린이 문학
정해윤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물'이 금지가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한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일이다. 눈물이 사라진다면 슬픔도 사라지게 될까? 슬픔이라는 감정을 잃어버리게 되는 세상이 되는 걸까? 슬픔 하나만 사라졌다고 가정했을 뿐인데, 온통 삭막함으로 뒤덮인 세상이 상상이 된다. 눈물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세상이라니. 이런 세상에서 주인공 겸이가 살고 있었다. 겸이가 사는 세상은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인류가 죽음을 맞이했고, 큰 슬픔에 빠진 남은 인류를 구원하고자 겸이 할머니가 눈물 금지 주사를 개발했다. 너무나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고자 만든 주사였지만, 이 주사는 할머니의 의도와는 다르게 통치의 수단이 되고 말았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강제로 눈물 금지 주사를 맞아야 했다. 그런데 이에 맞서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눈물 금지 주사를 거부하고 진짜 감정을 돌려받길 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반대로 인공지능으로 사람들처럼 감정을 느끼는 로봇들은 눈물 금지칩을 원했다. 하지만 독재자가 되어버린 통치자는 거부하는 사람들을 조용히 처리하려 하거나 강제 노역장에 끌고 가는 방법을 취했다.


겸이 할머니는 친구였던 통치자를 찾아가 눈물 주사에 강제성을 부여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겸이의 친구 리아네가 눈물 금지 주사를 거부하고 잡혀가는 일이 생겼다. 이에 겸이와 할머니는 집에 혼자 머물고 있다는 리아를 먼저 구출했고, 리아의 구형 헬퍼 로봇까지 넷이서 '리아 부모님 구출 작전', 일명 '리부구'를 펼칠 비밀 결사대를 조직한다. 할머니와 헬퍼 로봇의 정보로 리아 부모님 구출에 단번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직전에 실패하고 만다. 다시 한번 시도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이번엔 할머니가 잡혀가버렸다. 이제 겸이와 리아 둘이서 할머니까지 구출해야만 한다. 눈물을 돌려받기 위해 맞서는 용감한 사람들을 보면서 민주주의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단 한명의 독재자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국가에 입힐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가 느끼는 희노애략은 정말 중요한 감정이다. 그 무엇 하나 빠져서는 안되는 소중한 감정인 것이다.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이 감정들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좋은 일에 사용하고자 만들었지만, 결국 나쁜 일에 사용된 눈물 금지 주사 같은 사례가 우리 미래엔 벌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등 래퍼 방탄 : 유튜브를 점령하라! 단비어린이 문학
고정욱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https://blog.naver.com/kindlyhj/222314433416 ☞ 초등 래퍼 방탄 : 오디션을 점령하라!


초등 래퍼 사총사의 두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한창 장난도 많이 치고 말썽도 많이 부리는 아이들이지만, 나름의 꿈이 있고 목표가 있으며 생각이 있던 어여쁜 아이들을 다시 한번 만났다. 몇개월만에 만난 방탄, 동구, 도복, 정만. 네 친구들은 여전했다. 이번 이야기에선 전편에서 싸웠던 래퍼 오브라이언으로 인해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다. 요즘 아이들의 꿈 순위에 올라있는 직업은 유튜버다. 긍정적인 효과만 있다면 좋을텐데, 너도나도 유튜브로 몰리면서 소재 고갈로 인해 자극성만을 화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 덕분에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심각해졌고, 어른들의 이런 모습들을 아이들은 고스란히 따랐다. 부디 아이들이 이 책의 사총사를 통해 무작정 유튜버가 되고자 하기보다 진짜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달리 프로 래퍼인 오브라이언은 전혀 프로답지 못한 인물이다. 전편의 오디션장에서 아이들에게 받은 굴욕을 유튜브로 방탄이를 겨냥한 랩으로 공격을 한 것이다. 그야말로 안하무인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물. 겨우 래퍼가 되고 싶은 초등학생 아이를 디스하는 랩을 하는 프로 래퍼라니. 이 유튜브를 보게 된 사총사는 분노하며 자신들도 유튜브를 만들어 복수를 하기로 한다. 처음엔 각자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고자 했지만, 생각보다 구독자 수를 늘리기란 쉽지 않았다. 이에 아이들은 힘을 합치기로 한다. 방탄이는 랩을, 도복이는 사회를, 정만이는 카메라맨을, 동구는 대본을 담당하기로 한다.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고심하던 아이들은 유명한 인물이 나오면 구독자 수가 늘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때마침 독일에서 돌아와 동네에서 작업을 하게된 그라피티 대가 맥스를 만난다.


이번 일도 또 한번 성장한 아이들. 엉뚱한 것 같으면서도 벌어진 일을 통해 교훈을 얻고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이 참 대견했다. 서로 합심해서 돕고 엉뚱한 일을 벌이긴 해도 결국엔 올바른 방향으로 자라는 사총사의 앞으로의 성장통도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들과 아버지 단비어린이 문학
이정록 지음, 배민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은 때때로 나 역시 나이를 먹고 있음을 실감하곤 한다. 내가 어릴 때 동네 분위기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배경 같았다. 동네 사람들끼리 서로 잘 알고 뭉치니, 아이들 역시 그랬던 정겨운 분위기를 요즘은 찾아볼 수가 없으니 때때로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분위기가 딱 그렇다. 읽다보면 향수에 젖어들듯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주제는 '아버지와 아들'이나 배경 자체는 옛 시절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리움을 동반한다. 작가는 세상의 아버지와 아들이 헤픈 사랑을 햇으면 하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예전만 해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그리 친한 관계가 아니지 않았던가. 아니,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라 해야 맞겠다. 옛 시절 대부분의 아버지 이미지를 생각하면 집안의 가장이자 무뚝묵함의 결정체였으니 말이다. 가족을 위해 밤낮 일에 몰두하다보니 정작 가족들에겐 소홀하게 되고, 그로인해 아이들과 뭔지 모르게 냉랭함이 감돌기도 하는 어색함이 생기는 아버지와 자식과의 관계.. 쉽게 상상이 되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이 책은 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를 좀더 이해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아버지에게 받은 가르침이 또 다른 세대로 전해지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린다.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 아들이 성장했을 때, 어린시절 속 아빠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때가서 아들은 아빠의 어린시절도 궁금해 하게 될까? 아들이 성장했을 때, 아버지와 아들이 사이좋게 여행도 다녀오고 친구처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는.. 그런 관계의 부자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처럼 헤프고 헤픈 사랑을 나누는 부자가 되어 있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