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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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니 저자의 전작 <종이 동물원>은 어떨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언젠가 읽겠다고 책장 한켠에 고이 꽂아둔 책이었는데, 조만간 꺼내들게 될 것 같다. 저자의 상상력, 필력. 진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차분하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계속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다. 한번 집어들면 계속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손에 들고 처음엔 살짝 망설였었다. 책에서 풍기는 느낌이 어쩐지 어렵게 느껴졌던 까닭이다. 보통 SF 들이 난해한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래서 조금 걱정 아닌 걱정을 했더랬다. 이해하기 힘든 작품들을 만날까봐. 매일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요즘의 나에겐, 쉽게 읽히고 이해할 수 있으며 폭 빠져 읽을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책이 가장 최고의 힐링템이다. 과연 이 책은 어떨지. 손에 쥐고 참 궁금해 했더랬다. 본래 첫 느낌이 그러면 잘 안 읽는 편이다. 그 느낌을 무시하고 읽었던 책 중에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 했다 싶은 책이 손에 꼽아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희한하게도. 그래서 읽은 책인데, 안 읽었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이렇게 괜찮은 SF 단편집을 만나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11편의 단편을 묶은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단편집 [은낭전(The Hidden Girl and Other Stories)], 장편 판타지 시리즈 '민들레 왕조 연대기'의 2부인 [폭풍의 벽(The Wall of Storm)] 이 차례로 출간이 될 모양이다. "'민들레 왕조 연대기' 1부는 이미 출간이 되어 있는건가?" 하고 궁금해서 찾아보니, 아아.. '제왕의 위엄'이 1부였었다. 출간 당시 크게 관심있게 본 책이 아니었었는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어떤 이야기인지. 읽지 못한 시리즈보다 앞으로 출간될 단편집들이 더 궁금하다. 빨리 만나봤으면 좋겠다. 이야기들은 모두 술술 잘 읽혔고, 짧은 SF 드라마 혹은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했다. 모두 단편 드라마나 단편 영화로 제작되어 영상화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현대의 기술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집착과 의존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미리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나면 IT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이야기들이 재미있었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첫번째 '호', 그리고 싱귤래리티 3부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충격적인 설정도 그랬지만, 이야기 전개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작품들이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들이랄까? 발전하는 기술에 현혹되어 점점더 기계에 의존하게 되는 삶의 끝이 과연 어떠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내가 만난 미래를 다룬 작품들의 대부분은 암울하기만 하다. 인간들은 점차 인간적인 감정을 잃어갔고,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있듯,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끝은 결국 지구의 멸망이 될거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의 단편들 또한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많은 작가들이 경고하고 걱정하는 우리의 미래. 매해 심해지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면 마냥 소설 속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가 없다. 이제는 정말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앞으로 계속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될 작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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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와 치즈고양이 단비어린이 문학
이서영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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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귀여운 동물의 그림이 있으면 그냥 절로 눈이 가고 손이 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휘리릭 펼쳐보게 된다.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보통 감동적이고 예쁘기 마련이라 읽고나면 기분이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 책 역시 손에 든 순간 바로 읽어버렸다. 귀여운 이야기다. 다만, 정보가 좀 부족한 동화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읽어보면 소녀 하루는 혼자다. 고양이 '나나'이외에 가족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나오니 고아인 모양이다. 그런데 어린 소녀가 어쩌다 혼자 살게 된 것일까? 보통 이런 경우에는 정부의 보호로 보호소나 위탁시설에 있어야 하지 않나? 어쨌든 하루는 반려묘 나나와 함께 건물주 노아 아저씨의 배려로 (너무 낡아 세도 나가지 않는) 건물의 맨 꼭대기층에 무료로 거주 중이다. 동네 사람들은 종종 집에 남아있는 물건을 하루에게 주곤 한다. (그런데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통조림 제품들도 하루의 몫이다. 이왕이면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에 주지. 그래도 아이에게 주는 건데..) 하루는 이런 도움들을 감사히 여기며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하루가 어쩌다 어른없이 혼자 살게된건지, 하루는 어떻게 나나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건지,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돕게 되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없이 에피소드 3가지만 등장하니 좀 당황스럽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그냥 이야기 자체만 보면 귀여운 이야기지만, 이왕이면 이런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또 현실적인 부분도 너무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분명 학교를 가야 하는 나이임에도 학교에 가지 못했다. 어째서?! 고아라 하더라도 초등학교는 무상교육이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거 아닌가? 복지 시스템의 부재인건지, 복지의 사각지대의 피해자인건지. 여러가지 부분에서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아닌가 싶어 이 부분 역시 의문이었다. 배경 설명이라도 조금 더 자세히 있었다면 덜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아이들이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고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우연히 하루가 마을 쌍둥이를 도와주면서 그덕에 학교를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긴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도움 역시 아쉬운 부분이 많다. 물품에 대한 도움은 종종 해주면서 다른 부분에선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의미가 되니 말이다. 아이에게는 이야기를 소녀와 고양이의 우정, 그리고 소녀의 선행에 대한 행운이 만들어 준 해피엔딩으로 이해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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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마이 라이프 단비청소년 문학
염연화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청소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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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조금 불편한 선배를 짝사랑하는 아이, 같은 정자를 기증받아 태어난 자매를 만나게 된 아이, 콩쥐가 시집간 이후의 팥쥐의 이야기, 작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지만 남자니까 안된다는 말이 언제나 의문이었던 아이, 우울한 집안 환경 탓에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된 아이, 슬프고 괴로운 기억을 리셋시킬 수 있는 미래에서 동생을 잃은 기억을 리셋 시켰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이. 총 6가지의 단편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에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중에서 나는 특히 팥쥐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흔히 알고 있는 콩쥐의 해피엔딩 이후의 이야기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각해 본다고 한다면, 보통은 콩쥐의 뒷 이야기를 생각해보지 않겠나. 팥쥐가 아닌! 그래서 이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콩쥐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한 해피엔딩이 아니었기에 더 그랬다.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아이들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지금 어디서도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특히 남자다움을 강요 받아야 했던 아이와 집안 환경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아이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어두운 면을 콕 집어준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짓는다. 남자아이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아이는 여자다워야 한다. 편견을 가지면 안된다고 하면서 이미 남녀로 나누어 편견을 주입시키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이 이야기를 보니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편견을 주입 시키고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생각없이 남녀를 나누는 발언과 행동으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엉망이 되어버린 집안. 그 사고로 인해 각자 지닌 상처로 더는 화목해질 수 없는 집안. 이 때문에 더는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의 쌓여가던 분노. 그저 안타까웠다.


죄책감과 자책이라는 감정에 파묻혀 남은 자식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은 이해가 되면서도 화가 났다. 이런 가정에 도움이 될만한 복지가 있을까? 다시 한변 간병에 대한 부분을 국가에서 책임져 줄 수 있었으면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이 가족의 상처가 낫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는 이유로 싸우지는 않지 않겠나. 자식을 잃은 슬픔, 부모보다 자식을 선택했다는 죄책감. 어찌 극복할 수 있을까.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각자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 애를 쓰는 아이들. 우리는 어떤 눈으로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아이의 마음과 생각보다 남들의 눈과 내 생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요해서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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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온 마녀 책 먹는 고래 9
김명희 지음, 김은아 그림 / 고래책빵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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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시우는 태어나면서 엄마를 잃은 소녀다. 아빠와 단둘이 살아온 소녀는 '엄마'의 존재가 낯설기만 하다.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지만, 어쩔 수 없이 부족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우의 경우, 식단 조절이 잘 되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 서툴렀다. 자신의 단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던 시우는 그저 아빠와 먹는 것만 있으면 행복한 소녀였다. 그랬던 시우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간 시우가 어려서 장기 출장을 가지 못했던 아빠가 10일간의 출장을 가게 되면서 '새엄마'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줌마와 '새오빠'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빠를 집으로 보내 같이 지내게 한 것이다. 이게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아빠의 여자친구라는 존재도 당황스러운데 갑자기 같이 지내며 친해지라니?! 그뿐이 아니었다. 아빠는 시우에게 생일선물로 강아지를 선물해 주었다. 전부터 강아지를 선물로 받고 싶다고 조르기는 했지만, 진짜 작은 강아지가 눈앞에 나타나니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어 어쩔 줄을 몰라했다.



급기야 자신이 원하는 강아지가 아니라며 생일선물을 무르겠다고도 했지만 아빠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강아지를 돌보게 되기는 했지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강아지의 존재도 부담스러운 상황에 모르는 아줌마, 오빠와 10일을 같이 살아야 한다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이에 친한 친구 해령이에게 얘기를 하고 갑자기 등장한 아줌마를 '마녀'로 명명하며 무찔러 보기로 한다. 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반항 아닌 반항을 해보지만 점차 아줌마와 오빠가 있는 집이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빠에게는 공부도 배우고, 매일 맛있는 요리를 먹고 한번도 하지 않았던 운동도 스스로 해내고, 강아지 돌보는 일도 아줌마의 도움으로 해내다보니 처음의 불편하고 화가 났던 감정들이 점차 누그러졌다. 아줌마를 따라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도 하며 유기견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눈과 마음에 담기도 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부분에서 달라진 시우. 결국 시우는 아줌마와 오빠의 존재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출장에서 아빠가 돌아오자마자 이별?! 이게 무슨 일이지?!


꼬마 아가씨의 귀여운 반항이 돋보였던 이야기다. 이야기에서 한 가지 불편했던게 있다면 아이의 생일 선물로 강아지를 선물로 준 부분이다. 아이가 온전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 아이보고 케어 하라며 선물로 생명을 사주다니. 이런 일 때문에 유기견이 많아지고 아이들은 생명을 쉽게 생각하게 되지 않은가. 물론 그렇지 않은 가정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생명을 물건처럼 생각하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아이들 동화책에서 이런 부분은 조심해서 다루어 주었으면 좋겠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된다. 둘이 키워도 힘든 일을 홀로 두 사람 몫을 해내야 하니 육체적 고단함은 둘째치고 심적 부담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부족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육아란 정말 주변의 도움없이 해낼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빠가 시우를 위해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아빠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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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기차 책 먹는 고래 8
권은정 지음, EUNBI 그림 / 고래책빵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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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세상에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가 등장한다면 어떻게 변할까? 마법사의 삶은 또 어떨까? 이런 물음에 기분 좋은 상상만 된다면 좋을 것을, 나는 세상의 때에 너무 물들어버렸는지 무섭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생겼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니 말이다. 만일 그 마법사가 나쁜 사람이라면, 세상에 악영향을 미칠게 아닌가. 좋은 사람이라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 당하게 되거나 국가의 감시 속에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마법사라는 특별함에 처음엔 희열을 느끼겠지만, 끊임없이 이어지게 될 사람들의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SF 소설과 영화를 너무 많아 봐서 그런가. 내 기억 속 마법사들의 절반은 악역으로 등장한 탓에 이런 생각들이 더 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마법사가 성인이라도 이런저런 걱정이 생기는데, 어린아이들에게만 마법력이 생기고 그 마법력도 13살 전에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루야, 넌 있는 그대로 빛나. 난 네가 부러운걸. 무엇이든 꿈꿀 수 있고 할 수 있잖아. 난 아니야. 마법이 생긴 순간부터, 내 꿈은 이미 정해졌어."  - P. 14


이 책의 주인공 12살 하루에게는 상위 1%의 천재 마법 학생이라 칭해지는 쌍둥이 자매 하린이 있었다. 평범한 자신보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은 하린이가 부러웠던 하루. 그런데 하린이는 오히려 꿈을 꿀 수 있는 하루를 부러워했다. 마법이 생긴 순간부터 자신의 길은 정해져 버린 탓이다. 전세계적으로 마법력이 있는 아이의 수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국가에서 특별 관리, 교육을 시키며 정해진 길이 있는 엘리트로 키워졌다. 꿈이 아닌 그저 목표만 있을 뿐인 삶을 살게된 하린이에겐 마법이라는 재능이 반가울리가 없었다.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한 하루는 그저 부러워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법 기차를 타러 집을 나섰던 하린이가 하루에게 마법 기차를 타기 싫다며 자신을 찾아달라는 쪽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마법 기차 승차권과 마법학교 학생들의 상징인 망토까지 남겼으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 생각한 하루는 즉시 하린이를 찾아나서게 된다. 기숙학원으로 가는 버스에서 무작정 내린 하루는 걱정과 달리 무사히 마법 기사에 오를 수 있었다. 쌍둥이 하린이 흉내는 눈 감고도 가능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모험과 신기함으로 가득 차 있을 것만 같았던 마법 기차는 하루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상위 순위에 들기 위해 죽어라 공부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시험에 통과를 하며 한칸 한칸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기차의 앞부분으로 갈수록 상위권에 속하는게 되고, 상위권에 올라가야만 평생 보장되는 직업과 특혜가 주어지게 되니 기차에 탑승한 아이들에게 상위권 진입은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기차에 탑승한 아이들은 곧 마법이 사라질 아이들이었으니 이번이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그 와중에 각 레벨 시험에서 3번 탈락해도 기차에서 강제 하차를 하게 되니 서로가 적이자 경쟁자로만 인식되는 살벌한 곳이었던 것이다. 이런 마법 기차의 모습이 하루는 충격이었다. 하린이에게 들은 것과 너무 달랐던 것이다. 마음 여린 하린이가 이런 숨 막히는 곳에서 생활해야 했다니.. 하린이는 괜찮을 걸까? 대체 하린이는 어디에서 있는 걸까. 초조해진 하루는 어떻게든 빨리 하린이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아이들에게만 주어지는 마법. 그것을 이용하려는 어른. 얼마 안되는 마법력을 가진 아이들 사이에서도 치열하게 벌어지는 경쟁. 그런 경쟁을 부추기는 시스템. 모든게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아마 현실에서 정말 마법의 존재가 나타난다면 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에게 아이들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어야 하는게 어른인 것을, 끝모를 경쟁 속에 아이들을 놓아두고 이용하는 어른이라니 정말 최악이 아닌가. 과도한 경쟁 속에 친구마저 경쟁자로 인식해야 하는 요즘의 아이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어른으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내 아이들 역시 이런 경쟁 사회 속에 커야 한다는 사실에 벌써 가슴이 아프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경쟁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선의의 경쟁만 할 수 있길.. 과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길.. 그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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