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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기차 ㅣ 책 먹는 고래 8
권은정 지음, EUNBI 그림 / 고래책빵 / 2020년 6월
평점 :

정말 세상에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가 등장한다면 어떻게 변할까? 마법사의 삶은 또 어떨까? 이런 물음에 기분 좋은 상상만 된다면 좋을 것을, 나는 세상의 때에 너무 물들어버렸는지 무섭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생겼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니 말이다. 만일 그 마법사가 나쁜 사람이라면, 세상에 악영향을 미칠게 아닌가. 좋은 사람이라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 당하게 되거나 국가의 감시 속에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마법사라는 특별함에 처음엔 희열을 느끼겠지만, 끊임없이 이어지게 될 사람들의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SF 소설과 영화를 너무 많아 봐서 그런가. 내 기억 속 마법사들의 절반은 악역으로 등장한 탓에 이런 생각들이 더 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마법사가 성인이라도 이런저런 걱정이 생기는데, 어린아이들에게만 마법력이 생기고 그 마법력도 13살 전에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루야, 넌 있는 그대로 빛나. 난 네가 부러운걸. 무엇이든 꿈꿀 수 있고 할 수 있잖아. 난 아니야. 마법이 생긴 순간부터, 내 꿈은 이미 정해졌어." - P. 14
이 책의 주인공 12살 하루에게는 상위 1%의 천재 마법 학생이라 칭해지는 쌍둥이 자매 하린이 있었다. 평범한 자신보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은 하린이가 부러웠던 하루. 그런데 하린이는 오히려 꿈을 꿀 수 있는 하루를 부러워했다. 마법이 생긴 순간부터 자신의 길은 정해져 버린 탓이다. 전세계적으로 마법력이 있는 아이의 수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국가에서 특별 관리, 교육을 시키며 정해진 길이 있는 엘리트로 키워졌다. 꿈이 아닌 그저 목표만 있을 뿐인 삶을 살게된 하린이에겐 마법이라는 재능이 반가울리가 없었다.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한 하루는 그저 부러워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법 기차를 타러 집을 나섰던 하린이가 하루에게 마법 기차를 타기 싫다며 자신을 찾아달라는 쪽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마법 기차 승차권과 마법학교 학생들의 상징인 망토까지 남겼으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 생각한 하루는 즉시 하린이를 찾아나서게 된다. 기숙학원으로 가는 버스에서 무작정 내린 하루는 걱정과 달리 무사히 마법 기사에 오를 수 있었다. 쌍둥이 하린이 흉내는 눈 감고도 가능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모험과 신기함으로 가득 차 있을 것만 같았던 마법 기차는 하루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상위 순위에 들기 위해 죽어라 공부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시험에 통과를 하며 한칸 한칸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기차의 앞부분으로 갈수록 상위권에 속하는게 되고, 상위권에 올라가야만 평생 보장되는 직업과 특혜가 주어지게 되니 기차에 탑승한 아이들에게 상위권 진입은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기차에 탑승한 아이들은 곧 마법이 사라질 아이들이었으니 이번이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그 와중에 각 레벨 시험에서 3번 탈락해도 기차에서 강제 하차를 하게 되니 서로가 적이자 경쟁자로만 인식되는 살벌한 곳이었던 것이다. 이런 마법 기차의 모습이 하루는 충격이었다. 하린이에게 들은 것과 너무 달랐던 것이다. 마음 여린 하린이가 이런 숨 막히는 곳에서 생활해야 했다니.. 하린이는 괜찮을 걸까? 대체 하린이는 어디에서 있는 걸까. 초조해진 하루는 어떻게든 빨리 하린이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아이들에게만 주어지는 마법. 그것을 이용하려는 어른. 얼마 안되는 마법력을 가진 아이들 사이에서도 치열하게 벌어지는 경쟁. 그런 경쟁을 부추기는 시스템. 모든게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아마 현실에서 정말 마법의 존재가 나타난다면 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에게 아이들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어야 하는게 어른인 것을, 끝모를 경쟁 속에 아이들을 놓아두고 이용하는 어른이라니 정말 최악이 아닌가. 과도한 경쟁 속에 친구마저 경쟁자로 인식해야 하는 요즘의 아이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어른으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내 아이들 역시 이런 경쟁 사회 속에 커야 한다는 사실에 벌써 가슴이 아프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경쟁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선의의 경쟁만 할 수 있길.. 과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길.. 그저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