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
이누준 지음, 이은혜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저번 "무인역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를 읽으면서 너무 펑펑 울어가지고 이번 책에 선뜻 손을 뻗칠 수가 없었다. 또 펑펑 울 것 같아 약간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랄까. 이번엔 어떤 사연들이 등장할지.. 걱정되면서도 궁금하고 기대가 됐다. '무인역'은 죽은 이를 만날 수 있는 전설을 가진 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면, '종착역'은 둘 중 한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살아있는 사람이어야 만날 수 있는 전설을 가진 역이었다.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룰을 가진 이번 이야기는 과연 어떨까.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보내진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것을 두려워 하는 미쿠. 바쁜 부모님 대신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받아들이는게 힘겹다. 게다가 할머니가 계실 때와 달리 부모님과 매일 부딪히니 마음 둘 곳이 없다. 때문에 예전의 할머니를 그리워 하던 미쿠는 종착역의 전설을 듣게 된다.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믿고 싶었던 전설은 미쿠를 종착역에 내려준다.
약식 프로포즈를 허락받은 후, 드디어 여자친구 사호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기뻐하던 마모루. 분명 사호도 자신의 프로포즈를 기뻐해 주었다. 그랬던 그녀에게 느닷없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문자와 함께 이별 통보를 받는다. 믿을 수 없었던 마모루는 사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하지만, 연락 수단을 모조리 바꾸고 이사와 이직을 해버린 사호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듣게 된 종착역의 전설. 사호를 만날 수 있을까?!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고향으로 돌아온 아키. 이혼 후 자신들을 홀로 양육하던 엄마로부터 버림 받은 기억이 있는 고향은 언제나 떠나고 싶은 곳이었다. 그래서 '우울증', '질병 휴직'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저 지쳐있었을 뿐이라고 되뇌였다. 그러다 종착역 전설을 떠올리고 언제나 만나고 싶었던 엄마를 만나러 가보기로 한다. 꼭 물어보고 싶었던게 있었으니까.

오랜 세월 함께 해온 부부 가즈미와 도모키. 언제나 이렇게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이 계속 될 줄 알았다. 그래서 도모키의 '루게릭병' 발병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남겨질 아내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던 도모키지만, 자신의 병이 진행될수록 아내 역시 말라기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결국은 남겨질 수밖에 없는 가즈미를 위해 도모키는 종착역의 전설을 이용하기로 한다.

따뜻하지만 그래서 더 슬픈 감동적인 네 편의 이야기였다. 다행이라면 '무인역'보단 슬픔이 적어 펑펑 눈물을 쏟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으나 몇일 전에 비하면 양반이랄까. 종착역을 경험한 이들은 마지막을 준비하고 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거대한 슬픔보다 정리된 감정들을 보인다. 그덕에 슬픔은 확 줄어들었고, 감동은 배가 되었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감동의 이야기를 전해줄지, 다음 작품에 대한 소식을 빨리 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