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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ㅣ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처럼 안전하고 빠르게 택배 배송이 이루어지는 나라도 없다. 코로나 시대, 수많은 나라에서 감탄하고 부러워한 우리나라 시스템 중 하나가 바로 택배 배송이 아닌가. 코로나로 배송이 더 늘어나고 밀렸다해도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물건을 받고는 했다. 지금도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이런 시스템이 더 발전해서 시간 배송으로 이어지고, 그게 한시간 내에 문 앞까지 배송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소비자에겐 분명 혁신적이고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빠른 배송 일을 하게 될 사람들에겐 과연 어떨까? 여기에 물건을 최저가로 살 수 있다면 소비자에겐 최고의 기업이자 선택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 물건을 최저가로 납품해야 하는 기업들의 입장은 어떨까? 이 책은 대기업의 횡포로 죽어나가는 중소기업들의 문제라던지, 앞으로 미래에 벌어질 수 있을 택배 배송 전쟁, 그리고 그 직종에 종사하게 될 사람들의 작업 환경 문제 같은 생각보다 많은 현실적인 문제를 담고 있었다.
미래 기업 클라우드. 지구 온난화, 대량 총기 사건 등 다양한 이유로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배송 전문 회사다. 같은 이유로 꿈의 직장이기도 하다. 합격하는 순간, 모든 것을 갖춘 주거시설부터 건강, 복지 교육 등 모든 것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클라우드의 CEO 깁슨, 한때 CEO 였으나 클라우드로 인해 파산하고 무일푼 신세가 된 팩스턴, 그리고 누군가의 의뢰로 기업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위장 취업한 산업스파이 지니아, 세 사람의 시선으로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밤에만 충전하라. 그 외에는 손목에서 빼내지 마라. 왜냐하면 그것은 건강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문을 열고, 등급을 등록하고, 업무 할당량을 전달하고, 거래를 처리하고, 그리고 아마도 누군가 마더클라우드에서 필요로 할 수백 가지 다른 것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족쇄나 다름없을 것이다. - P. 75
"지금은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겠지만, 일단 일을 시작하면, 이게 당신의 업무 진행 상황을 추적해갈 거예요. 녹색 선은 당신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해요. 뒤처지면 노란색으로 떨어질 겁니다. 빨간색은 등급 순위가 급락한 걸 의미해요. 그러니 빨간색까지 떨어지지는 말아요." - P. 106
입사와 동시에 주어지는 혜택 중 하나이자 작업에 필수인 클라우드밴드. 하루 9시간의 작업 시간 중 식사시간은 30분, 화장실 가는 시간은 15분씩 두번이 주어진다. 하지만 작업장에서 화장실까지 가는 시간만 7~8분. 어디 있느냐에 따라 덜 걸리수도 더 걸릴수도 있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체크된다는 것은 모든 시간, 행동이 감시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문득 카카오톡과 그와 비슷한 대화 어플로 시간에 관계없이 내려지는 업무지시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던 기사와 필요에 의해 계속 늘어나는 CCTV 가 되려 국민들을 감시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는 비슷한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소설 곳곳에서 떠올릴 수 있는 현실적 문제점들 때문인지 이야기는 소설로만 여겨지지 않았다. 미래 언젠가 충분히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책장이 술술 넘어갔던 것 같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 발전하는 시스템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 문제점들 역시 충분히 고민하고 걱정해야 함을 알려주는 듯 하다. 코로나 때문에 영화화가 언제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이 이야기가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질지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