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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내 눈에 비친 인도는 매우 심각한 빈부격차, 법으론 평등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존재하는 신분제도와 명예살인, 거기에 불가촉천민이라는 인간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최하층 사람들의 존재 그리고 심각한 오염에도 불구하고 힌두교들이라면 반드시 찾는다는 갠지스강 등 여러가지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은 나라다. 물론 각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와 법이 있고, 사는 방식의 차이가 있다지만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내게 이 소설은 인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금 더 추가해주고 말았다.
나는 열린 결말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딱 떨어진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게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물론 해피엔딩을 선호하긴 하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이 열린 결말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분명 사건의 내막이 밝혀졌고, 범인도 찾았지만 개운하지가 않다. 아니, 오히려 마음 한켠이 너무 불편했다. 분명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을 아이들의 실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하루 180명의 아이들이 실종되고 있다고 한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수많은 아이들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는. 인도의 경찰들은 무얼하고 있단 말인가. 실종된 그 아이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빈민가에서 아이들의 실종이 연달아 벌어졌다. 그런데 경찰은 실종사건 수색은 커녕 불도저로 지저분한 빈민가를 밀어버리겠다고 벼르고만 있는 중이다. 본래도 뇌물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경찰이었으니 공권력에 기대를 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참 씁쓸하고 속이 상하는 대목이었다. 경찰들에게 책임져야 하는 주민들의 안전에 빈민가의 주민들은 포함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에 형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9살 소년 자이는 친구 파리와 파이즈를 영입해 탐정단을 만들어 실종된 친구들을 찾아보기로 한다. 엄마의 비상금을 털어 보라선 열차까지 타며 실종 사건 조사에 열을 올렸던 탐정단. 드디어 실마리를 잡는다. 그리고 마주한 끔찍한 진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밝힌 진실이라기엔 너무나 잔인한 현실이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쫓은 사건이었지만 아이들의 가감없는 그 시선 속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담겨있었다. 성차별, 종교적 갈등, 부정부패, 가난, 억압... 아이들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상은 위선이 가득하고, 치열하며 잔혹했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실종되는 아이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많은 변화의 바람이 인도에 불어닥쳤으면 좋겠다. 빈민가에서 살든 그렇지 않든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귀하게 보호받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는 빈민가 아이들이 실종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