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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지우개 ㅣ 단비어린이 문학
박정미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1월
평점 :

창피하거나 좋지 않은 기억이 지워지거나 없던 일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 누구나 아마 한번쯤.. 아니 그 이상 해봤을 거다. 이번 동화는 그 상상이 실제로 가능하게 되었을 때 벌어지는 일을 다루었다. 기웅이는 전의 실수로 인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가장 친한 친구인 성민이도 도와주지 않자 잔뜩 화가 난다. 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홧김에 손에 쥐고 있던 지우개 똥을 던졌는데, 뜻밖의 것을 마주한다. 지웅이가 던진 지우개 똥을 흡수해 몸집이 조금 더 커진 깜장 몰랑이가 바로 그것이었다. 엄마에게 혼나기 전에 얼른 집으로 가야 했던 기웅이는 깜장 몰랑이를 무시하고 가려고 했지만, 자신이 기억 지우개라며 좋지 않은 기억을 지워주겠다는 말에 깜장 몰랑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게 된다. 나쁜 기억을 종이에 적은 후 자신을 문질러 지우면 나쁜 기억이 사라진다는 말에 기웅이는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던 일과 성민이와 약속했던 타임캡슐 일을 적은 후 지워본다. 그랬더니.. 정말 신통방통하게도 기분 나빴던 그 기억은 사라져 있었고, 깜장 몰랑이의 몸집은 조금 커졌다.
나쁜 기억이 사라지니 좋기만 했던 기웅이는 그 뒤로도 몇번의 기억을 지웠고 그때마다 깜장 몰랑이는 몸집을 키워갔다. 하지만, 사라진 기억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기웅이는 나쁜 기억을 지우는 것이 정말 괜찮은 일인지 고민하게 된다. 좋든 싫든 내가 가지게 된 기억을 지우는 일이 정말 괜찮을까? 기웅이의 이야기를 보면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다. 나쁜 기억이라 해도 결국은 내가 가지고 가야하는 기억인 것이다. 그 일로 얻은 지혜와 경험은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졌을 때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람은 기억하는 일을 나만 없앤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차라리 아예 타임머신을 타고 그일이 벌어지기 전으로 돌아가면 몰라도 말이다. 차라리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앞으로를 위한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기억이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