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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아일랜드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평점 :


'무인도에 딱 세 가지만 가져갈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답변을 하겠는가. 그냥 질문을 받았을 때와 실제로 무인도로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세 가지 물건만 챙겨야 한다고 할 때 답변이 달라지게 될까, 아닐까. 이런 가정하에 나도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딱 세 가지만 고르는게 힘들었다. 생존에 필요하다 생각되는 물건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 가지를 골라야 한다면, 칼, 텐트, 그리고 생존기술이 집약된 책이 나으려나.. 필수 의약품, 위성전화, 반려동물, 밧줄 등도 떠올랐다. 혼자 생존을 해야한다고 가정했을 때, 버릴 아이템이 하나도 없으니 고르는게 더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져 버렸다. 그것도 8명의 사람들에게 말이다.
술집 '아일랜드' 단골손님 8명은 '무인도에 딱 세 가지만 가져갈 수 있다면?'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다가 아일랜드의 마스터에게 각자 이야기한 아이템 세 가지를 가지고 자신이 소유한 무인도로 가보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이에 진짜 무인도에 떠나기 위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에 각자 고민 끝에 아이템을 골랐고, 그렇게 마스터까지 9명은 무인도에 도착한다. 그리고 다음 날, 마스터는 영상으로 최후의 생존자만 10억엔의 상금과 함께 섬을 나갈 수 있다는 메세지만 남긴 채 크루저를 가지고 사라져 버렸고, 남은 8명은 혼란에 휩싸인다. 믿기 힘든 상황이 진짜임을 알게된건 이 생존 배틀을 반기며 진짜 사람을 죽인 인물이 나오면서다. 남은 사람들끼리 누구를 믿어야 하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읽으면서 가장 기가 막혔던 인물은 부짓집 딸이자 슈이치의 약혼녀인 리리코다. 서른이 넘어서도 자기중심적인데다 변덕스럽고, 눈치도 없는데다 머릿속이 온통 꽃밭인 공주과. 무인도에 가는데 <약혼자, 선크림, 메이크업 박스>를 아이템으로 선택한 어이없는 여자.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는 행동들 때문에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가장 먼저 나가떨어질 인물로 예상했었으나, 예상외의 활약을 보여줘 깜짝 놀래킨 인물이기도 하다. 슈이치가 리리코와 결혼을 하려고 마음 먹은 것도 순전히 그녀가 가진 재력 때문이었는데, 살육이 남무하는 무인도에 갇히고 나니 본색이 드러난다. 리리코를 뺀 7명 모두 남자였는데, 남자들 중 가장 찌질하다고 볼 수 있었던 인물이다.
읽기 시작하니 단번에 읽어버렸던 소설이다. 가독성도 좋고, 재미도 있고, 흥미진진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기가막힌 마지막 결말은 놀라움을 선사해줬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거람.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생존에 힘을 쓰고, 무인도를 탈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면 결과는 또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말 아닌가. 욕심과 욕망에 눈이 뒤집혀 어리석은 선택을 한 이들의 결과가 좋을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생존 배틀의 결말이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