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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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모티브로 쓴 소설이다. 그 사건이란, 조세프 프리츨이라는 남성이 자신의 친딸 엘리자베스 프리츨을 11살이 되던 해부터 성폭행을 해오다가 그녀가 18세가 되던 1984년부터는 아예 그녀를 납치해 개조된 좁은 지하실에 납치한 후 24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엘리자베스는 성폭행으로 인해 7명의 아이를 낳아야했고, 그 중 한명은 사망했는데 조세프는 그 아이를 지하 보일러실에서 태웠다고 한다. 남은 6명의 아이 중 3명은 엘리자베스가 종교집단에 빠져 낳아서 버리고 간 아이들이라며 부인과 이웃들을 속인 후 조세프에게 입양되어 키워졌다. 이 사건은 엘리자베스의 딸 케르슈틴(19)이 큰병을 앓게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병원 직원이 의심스러워하며 신고를 했고 그로인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조세프이 아내이자 엘리자베스의 엄마인 로제마리는 엘리자베스가 가출을 한 줄로만 알고 있었을 뿐, 30여년간 전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조세프 프리츨은 224년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책을 읽고보니 나는 이 사건보다 2009년 미국에서 벌어진 '제이시 두가드' 사건이 더 비슷하다 느껴졌다. 이 사건은 제이시 두가드가 11살이 되던 해 등교길에 필립 가리도에 의해 납치되어 18년간 납치범의 집 뒤뜰 천막에서 갇혀 지내며 두 딸을 낳은 사건이다. 첫 딸을 14세가 되던 해에 출산하고, 그로부터 4년 후 둘째 딸을 출산했는데 11살, 15살이 된 두 딸은 가리도의 집에서 양육되었다고 한다. 병원이나 학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이 사건은 UC버클리에서 가리도가 제이시와 두 딸과 함께 종교 전단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다가 이를 의심스럽게 생각한 캠퍼스 경찰관이 그의 신원을 조회한 일이 계기가 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가리도의 아내 낸시 가리도도 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필립 가리도는 431년형을, 부인 낸시는 36년형을 선고 받았다.

조세프 프리츨 사건 이후, 터진 유사한 사건들은 사람들에게 더욱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런 끔찍한 일들은 대체 왜 일어나는 걸까. 더 끔찍한 것은 지금 이시간에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버젓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감금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딸을 성폭해온 인면수심의 아빠들이 꾸준하게 잡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가벼운 형벌을 받는다는 것이 문제다. 암튼 이 책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을 모티브로 한데다 내년 영화로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궁금했었다. 모티브가 된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가 될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5살 소년의 시점을 따라 흘러가다보니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은 사건 자체가 지닌 공포스러움을 완화시켰고 그 덕분에 전체적인 이야기가 예상보다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가로, 세로 3.5미터의 작은 방에서 태어나 5살이 된 잭에게는 방이 세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엄마에게 방은 끔찍하고 갑갑하기만한 좁은 방일 뿐이었다. 하루하루 잭을 위해, 잭 덕분에 버텨내던 엄마. 잭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엄마를 위해 모험을 해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모험을 멋지게 성공시킨 잭! 엄마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7년동안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박찬 모자에게 세상의 관심이 엄마와 잭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래서 잭은 다시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엄마와 둘이 안전했던, 아무 일도 없을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엄마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도,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고만 한다. 잭에게 세상은 규칙도 너무 많고, 알아야 하고 배워야하는 것도 너무 많고 혼란스럽기만 한 곳이었다. 작았던 세상이 끝없이 넓어졌으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더구나 잭은 5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으니 말이다.

내가 만일 엄마의 입장이라면, 잭은 내게 어떤 존재가 될까? 한줄기 빛이고 희망이라 느끼게 되는건 더이상 외롭지 않고,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 대화를 나눌 온전한 내 편이 생겼다는 것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내 아이이기 때문일까? 납치범이자 강간범의 아이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기적처럼 구출이 되어 세상에 나와 가족을 만났을 때, 가족들은 잭을 온전히 엄마의 아들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 어렵다. 어린 나이에 혼자 아이를 낳고 길러야했던 피해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과 공포에 놓여있었던건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래서 더욱 그들을 이런 상황에 놓이게 만든 범인들에게 분노가 치솟는다.

가독성은 좋았다. 도톰한 분량이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읽어나갔다. 다만.. 이야기가 너무 평탄하게 흘러간 느낌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사건이라 할 수 있을 방을 탈출한 사건(책에서는 '대탈출'이라 칭한다.)마저도 그랬다. 약간의 스릴이나 긴장감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이 책은 한번쯤 읽어봐야할 소설이다. 이런 일들에 대한 경각심과 이웃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필요한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잊혀져가던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 것을 보면 작가는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고 항상 우리 주변 이웃에 관심을 갖자는 메세지를 전하고자한게 아닐까? 그러고보면 요즘은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만해도 내 이웃에 어떤 이들이 살고 있는지 잘 모르니.. 이게 사실 정말 문제긴 하다. 도시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다. 시리즈로 계속 인기몰이 중인 '응답하라~'를 보면 예전엔 그러지 않았다. 이웃간의 정이 넘치고 넘쳤던 그 시절. 그때만큼만 이웃에 관심을 가진다면 현대사회에 문제점이 되어가는 고독사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이도 없을텐데 말이다. 실제 사건의 주인공과 이런 일을 겪어야 했던 이들은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부디 앞으로는 그들에게 행복한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이상 뉴스에서 이런 일들에 대한 소식을 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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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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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으로 연쇄살인범을 잡는다?! 게다가 우리나라 스실러 소설?!! 오!!! 이거 궁금하다!!! 사실 살인범이 살인범을 잡는 얘기는 다른 소설과 미드로 접해본 적이 있다.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나 미드 '덱스터' 등.. 그런데 우리나라 소설로는..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솟았다. 어떤 이야기일까? 그렇게 읽기 시작한 '사람이 악마다'. 아.. 정말 제목이 이렇게 와닿을 수가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 제일 잔인하고 무서운 동물이 '인간'이라지 않은가.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소설이다. 최근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난 끔찍하고 잔인한 일(정황상 예측은 할 수 있지만 물증은 없고, 그렇기에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많은 거짓말들이 드러난 일이 최근 주변에서 일어났다.)을 듣고난 후에 읽어서 그런지 '사람이 악마다'라는 문장이 더욱 가슴에 콕 박혔다.

처음엔 말도 안되는 살인행각을 벌이는 살인범이 그저 사이코패스에 머리 좋은, 사상 최악의 나쁜 놈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이놈은 대체 뭐 때문에 자꾸 이런 일을 벌이는 거람?! 이런 놈들은 빨리 잡혀서 죗값을 받아야해! 아니 똑같이 당해봐야해!!' 등등. 온갖 욕을 해줬더랬다. 그러다 마지막 즈음 밝혀진 사실.. 입안이 썼다. 그리고.. 무서웠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우리나라에서 '유령'을 탄생시킬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쇄살인범 '유령'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너무 가슴 아팠고, 기득권자들의 ​무관심과 이익만을 쫓는 이기심, 그리고 지은 죄에 비해 너무 가벼운 우리나라 법에 화가났다. 이래서 '법은 있는 자들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말이 있는건가 싶었다.(이 말은 대체 어디서 들었지? 아니 본건가? --;; 암튼!)

물론, 그 '사연' 때문에 유령이 벌인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살인'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고,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건 국가가, 법이 해주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뉴스를 봐도 그렇고, 실제로 피해자들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보는 세상이 아니던가. 보복범죄에 노출되고, 온갖 사람들의 눈길과 쑥덕임을 견뎌야 하는 등 2차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국가가 좀더 관심을 기울이고, 법이 아주 많이 강력해진다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책을 읽고나니 법의 한계가 너무 크게 와닿아 가슴이 묵직하면서 답답해졌다. 범죄에 대한 처벌수위가 제대로 논의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야기는 말도 안되는 살인 행각을 벌이고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채 사라진 '유령'을 잡기 위해 경찰 측에서 비밀리에 천재 프로파일러이자 연쇄살인범으로 사형수가 되어 수감 중인 강민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시작된다. 치밀한 두 연쇄살인범의 두뇌 싸움. 정작 활약을 해야하는 경찰이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것과 사람이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수뇌부들은 자기 이득을 위한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론과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갔고, 유령은 점점 더 대담해져 갔다. 결국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야 만다. 그로부터 얼마 후, 민수가 예상은 했지만 아니길 바랬던 유령의 마지막 타겟의 납치사건이 벌어졌다. 민수는 유령이 남긴 퍼즐을 제 시간에 마치고 인질을 구해낼 수 있을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어쩐지 이번 한권으로 이야기가 끝이 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충분히 시리즈로 만들어도 될만한 이야기기도 하고. 민수와 희진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했던 것도 있으니 시리즈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공권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사실 정당하게 집행되지 않을 때도 있죠. 언론 역시 공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파수꾼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면 바로 옆에 늑대가 와도 사람들은 깨닫지 못할 겁니다.  - 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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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디어의 적 - 개인과 기업의 혁신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군터 뒤크 지음, 홍이정 옮김 / 가치창조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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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느끼고 바래왔던 일, 예를들어 '책을 핸드폰 안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처럼 살아가며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모두 아이디어다. 이처럼 세상은 언제나 아이디어가 넘쳐왔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떠올리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 아이디어를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실현시키는 사람이 누구인가..'이다. 아이디어를 통해 이노베이션을 이루기 위해선 수많은 시행착오와 변화를 겪어야하기 때문에 결코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된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빛을 보지 못한 것은 결국 두려움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해야만 아이디어의 실현이 가능하고, 이노베이션이 가능해진다. 많은 기업들이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고 아이디어가 사장되고 있음을 안 저자 군터 뒤크는 책의 내용을 세 단락으로 나누어 1부에서는 이노베이션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2부에서는 이노베이션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살펴보고, 3부에서는 현실적 이노베이션 비전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을 썩 자주 읽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진도는 현저하게 떨어졌지만, 배울점은 많았다. 내가 평상시에 무심결에 내뱉었던 아이디어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지금까지 내가 사용해왔고, 사용한 물건들이 어떤 식으로, 어떤 고난과 역경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를 상상하며 꽤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초반 주부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세탁기, 건조기, 세제, 남성들의 필수품 면도기 등등. 지금은 당연하게 사용하는 이 물건들이 출시 당시에는 엄청난 비난과 반발을 받았다는 이야기에는 깜짝 놀랐다. 이노베이션을 성공시키려면 이런 일은 당연히 감당해야하는 몫이었고, 시련을 딛고 일어서니 지금에와선 이 물건들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처음부터 실현되고 성공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실현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이노베이션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열정을 가지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한번씩 TV에서 발명가들을 보면서 참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더랬다. 가만보니 이 사람들이야말로 이노베이션을 이루고 실현하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생각으로만 끝내지 않고 정리하고 구체화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비록 그것이 모두 실생활에 유용하지 않거나 아직 좀더 보완이 필요한 아이디어라 해도 그들은 이노베이션을 이뤄내고 있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새로운 것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게 빠른 사람들. 그런 이들이 이노베이션에 좀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예전의 나는 변화를 즐기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보다는 좀더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변화를 썩 반기지 않고, 새로운 것 또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린다. 삶에 대한 열정이 부족해진걸까?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자라고 말해야할 것 같다. 저자는 이노베이션을 기업과 물건에 한해 말하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기업도 개인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각 개인의 이노베이션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읽는데는 어렵진 않았지만, 평소 접하던 분야의 글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독성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무리없이 읽고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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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알고 있다
르네 나이트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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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일이 소설책이 되어 나에게 배달이 되었고, 그 소설 속 주인공이 나라는 것을 알게된다는 가정하에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는 책의 소개에 호기심이 일었다. 20년 전,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그리고 그 일은 누가 다시 끄집어낸 걸까? 벌써부터 폭스사에서 영화로 만들기로 결정했다는 이 소설은 진실이 왜곡된 한 사건이 어떤식으로 부부사이의 믿음, 자식과의 믿음, 그리고 사회적 비난과 멸시로 이어지는지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었다. 몇십년을 함께한 부부사이였더라도, 내 배로 나은 자식이라 하더라도, 그간 쌓아온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있다 하더라도. 의심의 작은 조각 하나는 단숨에 이 모든 것을 파괴해버렸다. 20년 전의 일을 감추고 살아온 여자와 그 일을 끄집어 낸 남자가 번갈아가며 서술자가 되었고, 사건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는 방식이었다. 초반은 약간 답답하고 지루한 편이라 속도가 잘 안났지만, 중반부터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높아질수록 가속도도 빨라졌다. 그러다 마지막 결말부분에선 사건이 생각보다 너무 쉽고, 너무 단순하게 마무리된 것 같아서 좀 아쉽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큰 한방이 없었다는 느낌이지만, 인물들 간의 심리묘사는 흥미진진했다.

내가 캐서린이었다면,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어떤 식으로 이 일을 해결하려고 애를 썼을까? 20년 동안이나 감춰왔던 진실을 남편에게 쉬이 털어놓을 수 있었을까? 도움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캐서린처럼 혼자 발버둥 쳤을까? 정말 온갖 물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한편으론 캐서린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녀에게 닥친 일은 남편이라 하더라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혹시라도 그 일이 남편과의 사이에 문제를 만들 수도 있고, 다시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기억이기도 했으며 이미 상대방이 죽은 후라 그녀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면 덮어질 수도 있었던 사건이긴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전의 일은 그녀에게 다시 되돌아오고 말았다. 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셈. 그때의 일은 또 다시 그녀의 삶과 가정, 아들을 위협하고 있었고, 때문에 이 일을 그냥 둘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녀의 반응을 즐기듯 이번엔 그녀의 가족 모두에게 그때의 일에 대한 단서를 던져줌으로서 그녀를 더욱 깊은 나락 속으로 추락시키고 있었다.

 

진실을 말하려해도 이미 그녀에게서 마음을 닫고 눈과 귀를 닫아버린 남편은 비난만 쏟아부을 뿐이었다. 몇십년을 함께 살았던 부부라도 노랫말 가사처럼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라더니. 남편의 태도가 딱 그러했다. 그래도 아내의 말은 들어줬어야지. 양측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고 난 뒤에 비난을 하더라도 그렇게 했어야지. 그는 너무 단호하게 아내의 말을 차단하고 멀리했다. 물론 남편의 심경도 이해가 가긴 한다. 사랑하고 믿었던 아내였으니까. 무엇보다 누구나 오해할만한 사진이 그의 손에 있었으니 말이다. 그랬기에 그 사진 속에 보이는 것과는 다른 감정이 눈빛에 섞여있다는 것은 보지 못했으리라. 게다가 아들과도 데면데면. 직장에도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그녀의 삶은 단숨에 엉망진창이 되고만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이미 그녀에겐 지울 수 없는 굴레와 감당하기 힘든 비난만 쏟아질 뿐이었다. 대체 소설책을 그녀에게 전달하고 그녀의 남편과 아들, 직장에까지 손을 뻗친 이는 누구란 말인가. 그녀에게 무엇을 바라기에 이런 일을 벌였을까. 캐서린의 힘겨운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드러난 진실. 가려졌던 진실이 드러나자 모두 경악을 하고만다. 20년 전, 그녀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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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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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교환도서를 읽었다. 음하하!! 이게 얼마만;; >0< 표지도 눈에 쏙 들어오는데다 제목도 독특해서 궁금했던 요 책!! 책에 대한 정보를 아무것도 읽지 않은채 읽기 시작했다. 초반엔 대체 이게 뭔 얘기인가.. 싶었다. 중반 이후부턴 약간 사랑이야기인가.. 했지만. 제목만큼 신선한 전개의 이야기긴 했지만, 썩 흥미롭지는 않았다. 뭐.. 마지막에 살짝 미소가 지어지긴 했으나 그것 뿐.. =-=a

이야기는 6시 27분에 전철을 탄 한 남자가 파쇄된 책에서 떨어져 나와 살아남은 낱장들을 사람들에게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남자는 36살의 길랭 비뇰. 책을 파쇄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책을 무척 사랑하는 남자이기도 하다. 체르스토르라는 기계 안에서 용케 살아남은 낱장들을 순서없이, 앞뒤 맥락도 생각지 않고 그저 읽는 것 뿐이었지만, 그것은 길랭에게 위안을 주는 일이기도 했다. 공장이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혐오감이 조금씩이나마 줄어드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그의 이런 행동을 승객들 중 아무도 막지 않는다는 것이다. 승객들은 그저 그의 이야기를 기다렸고, 들을 준비를 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어림도 없을 법한 일이거늘... 어쨌든, 그는 그렇게 승객들에게 다양한 낱장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두 할머니로부터 양로원에서 글을 읽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전철에서 읽듯 양로원에서도 낱장들을 읽어주게 된 길랭. 그의 이야기를 들은 노인들은 등장인물이 왜 그랬는지, 그에게 어떤 일이 생긴건지 등을 추측하며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듯. 매일 똑같은 일상이 이어지던 그가 전철에서 주운 USB 하나로 인해 색다른 감정을 갖게 되는 일이 생긴다. 별다른 생각없이 USB 속의 파일을 열어본 길랭은 글이 쓰여진 파일을 발견하고 그 이야기 속 여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28살의 그녀는 한 쇼핑몰의 청소부로 매일의 일상을 글로 남겨놓았다. 화장실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친구인 미용사 조지와의 우정, 화장실 청소와 관련된 특별할 것 없는 일상들이 깨알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길랭은 그 글을 쓴 쥘리라는 여성에게 매력을 느꼈고, USB를 돌려주려고 했던 생각에서 직접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때 같이 일했지만, 체르스토르 때문에 두 다리를 잃고 앉은뱅이가 되어버린 주세페의 도움을 받아 그녀가 일할만한 쇼핑몰을 좁혔고, 길랭은 주세페가 좁혀준 몇개의 쇼핑몰을 다니며 쥘리라는 여인을 찾아 다니기 시작한다.

음... 작가는 대체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인연은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해 결국 파쇄되는 운명에 처해야하는 책들이 사실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파쇄되어야만 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냥 사랑 이야기였을 뿐인가? -0-;; ​분명한건 내 스타일의 책은 아니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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