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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알고 있다
르네 나이트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년 전,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일이 소설책이 되어 나에게 배달이 되었고, 그 소설 속 주인공이 나라는 것을 알게된다는 가정하에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는 책의 소개에 호기심이 일었다. 20년 전,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그리고 그 일은 누가 다시 끄집어낸 걸까? 벌써부터 폭스사에서 영화로 만들기로 결정했다는 이 소설은 진실이 왜곡된 한 사건이 어떤식으로 부부사이의 믿음, 자식과의 믿음, 그리고 사회적 비난과 멸시로 이어지는지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었다. 몇십년을 함께한 부부사이였더라도, 내 배로 나은 자식이라 하더라도, 그간 쌓아온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있다 하더라도. 의심의 작은 조각 하나는 단숨에 이 모든 것을 파괴해버렸다. 20년 전의 일을 감추고 살아온 여자와 그 일을 끄집어 낸 남자가 번갈아가며 서술자가 되었고, 사건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는 방식이었다. 초반은 약간 답답하고 지루한 편이라 속도가 잘 안났지만, 중반부터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높아질수록 가속도도 빨라졌다. 그러다 마지막 결말부분에선 사건이 생각보다 너무 쉽고, 너무 단순하게 마무리된 것 같아서 좀 아쉽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큰 한방이 없었다는 느낌이지만, 인물들 간의 심리묘사는 흥미진진했다.
내가 캐서린이었다면,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어떤 식으로 이 일을 해결하려고 애를 썼을까? 20년 동안이나 감춰왔던 진실을 남편에게 쉬이 털어놓을 수 있었을까? 도움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캐서린처럼 혼자 발버둥 쳤을까? 정말 온갖 물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한편으론 캐서린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녀에게 닥친 일은 남편이라 하더라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혹시라도 그 일이 남편과의 사이에 문제를 만들 수도 있고, 다시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기억이기도 했으며 이미 상대방이 죽은 후라 그녀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면 덮어질 수도 있었던 사건이긴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전의 일은 그녀에게 다시 되돌아오고 말았다. 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셈. 그때의 일은 또 다시 그녀의 삶과 가정, 아들을 위협하고 있었고, 때문에 이 일을 그냥 둘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녀의 반응을 즐기듯 이번엔 그녀의 가족 모두에게 그때의 일에 대한 단서를 던져줌으로서 그녀를 더욱 깊은 나락 속으로 추락시키고 있었다.
진실을 말하려해도 이미 그녀에게서 마음을 닫고 눈과 귀를 닫아버린 남편은 비난만 쏟아부을 뿐이었다. 몇십년을 함께 살았던 부부라도 노랫말 가사처럼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라더니. 남편의 태도가 딱 그러했다. 그래도 아내의 말은 들어줬어야지. 양측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고 난 뒤에 비난을 하더라도 그렇게 했어야지. 그는 너무 단호하게 아내의 말을 차단하고 멀리했다. 물론 남편의 심경도 이해가 가긴 한다. 사랑하고 믿었던 아내였으니까. 무엇보다 누구나 오해할만한 사진이 그의 손에 있었으니 말이다. 그랬기에 그 사진 속에 보이는 것과는 다른 감정이 눈빛에 섞여있다는 것은 보지 못했으리라. 게다가 아들과도 데면데면. 직장에도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그녀의 삶은 단숨에 엉망진창이 되고만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이미 그녀에겐 지울 수 없는 굴레와 감당하기 힘든 비난만 쏟아질 뿐이었다. 대체 소설책을 그녀에게 전달하고 그녀의 남편과 아들, 직장에까지 손을 뻗친 이는 누구란 말인가. 그녀에게 무엇을 바라기에 이런 일을 벌였을까. 캐서린의 힘겨운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드러난 진실. 가려졌던 진실이 드러나자 모두 경악을 하고만다. 20년 전, 그녀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