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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평점 :
연쇄살인범으로 연쇄살인범을 잡는다?! 게다가 우리나라 스실러 소설?!! 오!!! 이거 궁금하다!!! 사실 살인범이 살인범을 잡는 얘기는 다른 소설과 미드로 접해본 적이 있다.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나 미드 '덱스터' 등.. 그런데 우리나라 소설로는..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솟았다. 어떤 이야기일까? 그렇게 읽기 시작한 '사람이 악마다'. 아.. 정말 제목이 이렇게 와닿을 수가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 제일 잔인하고 무서운 동물이 '인간'이라지 않은가.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소설이다. 최근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난 끔찍하고 잔인한 일(정황상 예측은 할 수 있지만 물증은 없고, 그렇기에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많은 거짓말들이 드러난 일이 최근 주변에서 일어났다.)을 듣고난 후에 읽어서 그런지 '사람이 악마다'라는 문장이 더욱 가슴에 콕 박혔다.
처음엔 말도 안되는 살인행각을 벌이는 살인범이 그저 사이코패스에 머리 좋은, 사상 최악의 나쁜 놈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이놈은 대체 뭐 때문에 자꾸 이런 일을 벌이는 거람?! 이런 놈들은 빨리 잡혀서 죗값을 받아야해! 아니 똑같이 당해봐야해!!' 등등. 온갖 욕을 해줬더랬다. 그러다 마지막 즈음 밝혀진 사실.. 입안이 썼다. 그리고.. 무서웠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우리나라에서 '유령'을 탄생시킬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쇄살인범 '유령'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너무 가슴 아팠고, 기득권자들의 무관심과 이익만을 쫓는 이기심, 그리고 지은 죄에 비해 너무 가벼운 우리나라 법에 화가났다. 이래서 '법은 있는 자들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말이 있는건가 싶었다.(이 말은 대체 어디서 들었지? 아니 본건가? --;; 암튼!)
물론, 그 '사연' 때문에 유령이 벌인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살인'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고,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건 국가가, 법이 해주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뉴스를 봐도 그렇고, 실제로 피해자들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보는 세상이 아니던가. 보복범죄에 노출되고, 온갖 사람들의 눈길과 쑥덕임을 견뎌야 하는 등 2차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국가가 좀더 관심을 기울이고, 법이 아주 많이 강력해진다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책을 읽고나니 법의 한계가 너무 크게 와닿아 가슴이 묵직하면서 답답해졌다. 범죄에 대한 처벌수위가 제대로 논의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야기는 말도 안되는 살인 행각을 벌이고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채 사라진 '유령'을 잡기 위해 경찰 측에서 비밀리에 천재 프로파일러이자 연쇄살인범으로 사형수가 되어 수감 중인 강민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시작된다. 치밀한 두 연쇄살인범의 두뇌 싸움. 정작 활약을 해야하는 경찰이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것과 사람이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수뇌부들은 자기 이득을 위한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론과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갔고, 유령은 점점 더 대담해져 갔다. 결국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야 만다. 그로부터 얼마 후, 민수가 예상은 했지만 아니길 바랬던 유령의 마지막 타겟의 납치사건이 벌어졌다. 민수는 유령이 남긴 퍼즐을 제 시간에 마치고 인질을 구해낼 수 있을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어쩐지 이번 한권으로 이야기가 끝이 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충분히 시리즈로 만들어도 될만한 이야기기도 하고. 민수와 희진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했던 것도 있으니 시리즈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공권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사실 정당하게 집행되지 않을 때도 있죠. 언론 역시 공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파수꾼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면 바로 옆에 늑대가 와도 사람들은 깨닫지 못할 겁니다. - P.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