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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상자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4년 3월
평점 :
택배공화국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우리나라. 그만큼 우리 삶에 택배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이 택배로 인해 삶이 180도 달라지거나 어떤 사건에 연루될지도 모른다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남의 택배라면 열어볼 일이 없었을텐데, 집앞 내 이름으로 배달된 택배를 누가 열어보지 않겠는가. 어디서 보낸건지 알 수 없다해도 말이다. 이런 경우 보통은 '내가 뭐 주문했었나??', '지인이 보낸건가?' 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니까. 누가 쉽게 범죄와 연관지어 생각하겠나. 그것도 택배 안에 달랑 쪽지 한 장만 들어있다면 말이다. 100% 친구의 장난으로 생각하는게 더 쉬울거다.
책을 다 읽은 후, 프롤로그를 다시 읽었다. '아, 그래서 이런 꿈을..' 하며 이해를 했다. 한편으론 슬펐다. 그의 선택이, 그의 희생은 결국 어떤 결말을 맞았을까. 모든 상황이 너무 급하게 흘러갔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이해했지만, 잠깐이라도 자신에게 시간을 썼더라면.. 손상된 파일 부분을 자세히 알아볼 시간만이라도 가졌더라면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은 피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러기엔 이미 되풀이한 몇번의 선택으로 인해 피할 수 없었을까? 좋은 일을 하려 했을 뿐인 그의 운명이 안타깝기만 하다.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인 최도익. 여느날과 다름없던 날, 그에게 붉은 상자 하나가 배달되었다. 누가 보낸건지 알 수 없는 가벼운 상자. 뭘까?! 도익은 상자를 개봉했고, 쪽지 하나를 발견한다. 이해할 수 없는 쪽지의 내용. 친구의 장난으로 치부하고 잊으려 했던 그 쪽지의 내용 때문에 그의 눈앞에서 두 사람이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충격으로 인해 시험도 망친 도익은 또 다른 붉은 상자를 배달 받았고, 이 쪽지가 미래에 벌어질 일임을 알게된다.
한편, 붉은 상자는 예언이 담긴 쪽지를 품은채 다른 이들에게도 배달되었고, 누가 왜 어떻게 보내는건지 알지 못한채 쪽지의 내용대로 흘러가는 운명을 맞이한다. 어떤 일이든, 무슨 일이든 이용하려는 이들이 나타나기 마련, 붉은 상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 붉은 상자와 관련된 아이템들이 여럿 등장하고, 그 아이템들 중 으뜸인 예언의 펜을 차지하기 위한 은밀한 싸움이 벌어진다. 이런 사실을 알게된 도익은 이를 멈추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쪽지의 예언들이 연결되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사건들이 운명처럼 도익을 감싸고 있음에는 소름이 돋았다. 운명을 바꿔보려다가 다른 이의 희생이 요구되는 것을 보고, 차마 모른척 할 수 없었던 도익의 정의감이 가져온 결말은 충격이었다. 이렇게 되다니.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단 말인가. 흥미로운 설정의 소설이었다. 여러 의문점들을 남긴것은 의도된 것일까? 시리즈처럼 다음 이야기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