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의 사고 - AI 시대,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포기하는가?
에릭 사댕 지음, 이선주 옮김 / 헤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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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궁금한 것을 검색하는 대신 질문하면 정리해 주고, 몇 줄의 지시만으로 글과 이미지, 음악까지 만들어 준다. 분명 놀라운 기술이다.

그런데 에릭 사댕의 『멸종 위기의 사고』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바로 그 ‘편리함’에서 한 걸음 물러나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바라보라고 요구한다.

이 책의 시작을 여는 나이팅게일 이야기가 이를 아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나이팅게일은 처음부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소리를 관찰하고 수없이 연습하면서 자신의 발성을 찾아가고, 성장하면서 저마다 다른 화음과 개성을 만들어 낸다.

그러던 어느 날 원하는 리듬과 후렴만 입력하면 대신 노래를 만들어 주는 기계가 등장한다.

더 이상 힘들게 연습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새들은 기꺼이 자신의 능력을 기계에 넘겨준다.

이 우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무겁다. 능력은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계속 나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용하고 연마할 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편리한 도구가 등장할 때 우리는 보통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간과 함께 어떤 능력을 잃고 있는지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약해지듯 사고력과 창의력 역시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편안한 둥지를 얻는 대신 스스로 노래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나이팅게일이 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그래서 저자가 챗GPT의 등장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도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인간에게 고유하다고 생각했던 사유하고 표현하고 창작하는 능력이 인간의 외부로 이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텍스트와 이미지, 음악뿐 아니라 판단과 조언까지 기계가 담당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점점 결과를 받아들이는 위치로 이동한다.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은 부분은 언어에 관한 이야기였다.

폴 발레리는 “창조하는 것은 바로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수많은 단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화가는 색과 선을 선택하며, 작곡가는 리듬과 음을 선택한다. 심지어 짧은 문자 한 줄을 보낼 때도 우리는 상황과 감정, 상대방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끊임없이 단어를 선택한다.

바로 그 선택 속에 한 사람의 경험과 취향, 기억과 판단이 스며든다.

이 관점에서 보면 글을 직접 쓰는 과정은 단순히 문장을 생산하는 작업이 아니다.

생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무엇을 먼저 말할 것인지 고민하고, 문장을 썼다가 지우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한동안 멈춰 있는 시간까지도 사고의 일부다.

그래서 글쓰기에서 모든 시행착오를 제거하고 완성된 문장만 빠르게 얻으려 한다면 결과물은 더 매끄러워질 수 있어도 정작 내 안에서 생각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줄어들 수 있다.

샤를 페기의 말도 오래 남았다. 그는 나쁜 생각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이미 만들어진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나는 이 문장을 AI 시대의 핵심 경고처럼 읽었다.

틀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이 생각한 것이다. 틀렸다면 반박당하고 고치면서 더 나은 판단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남이 만들어 놓은 생각을 자신의 생각처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면 사고 과정 자체가 사라진다.

생각의 가장 큰 적은 틀린 생각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이 문제는 이미 노동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책에는 AI로 먼저 번역한 원고를 번역가에게 넘기고 수정만 맡기는 사례가 등장한다.

문제는 AI 번역의 오류가 많아 번역가가 사실상 전체를 다시 손봐야 하는데도 ‘보조 작업’으로 평가되면서 보수는 낮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창작자에서 기계의 결과물을 정리하는 사람으로 밀려난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직업 감소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과 역할 자체가 평가절하되는 문제로 본다.

교육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학생이 자료를 찾고, 이해하지 못해 다시 읽고,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고, 틀린 문장을 고치는 과정은 모두 사고 훈련이다. 그런데 과제와 글쓰기를 AI에게 넘기기 시작하면 ‘시간은 절약’할 수 있지만 배우는 과정까지 함께 생략될 수 있다.

이 책은 효율성과 학위 취득에만 매달리는 교육이 결국 글쓰기를 익히고 사고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시간을 ‘낭비’처럼 여기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AI가 인간관계까지 대신하려는 현상도 경고한다.

언제든 대답해 주고, 나를 비판하지 않으며,내가 듣고 싶은 방식으로 공감해 주는 AI는 현실의 인간보다 편안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인간관계에는 불편함과 오해, 반대와 갈등이 존재한다.

역설적으로 바로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견디는 능력 역시 인간이 사회 속에서 배우는 중요한 사고 능력이다.

저자는 기계와의 완벽하고 편안한 관계가 자기 능력을 낮게 평가하게 하고 현실과 타인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위험을 지적한다.

물론 이 책은 비판적으로 읽을 필요도 있다. 사댕은 생성형 AI가 가져올 위험을 매우 강한 언어로 경고한다.

하지만 AI가 인간의 능력을 무조건 퇴화시키는 방향으로만 작동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어떤 사람에게 AI는 사고를 대신하는 도구가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자료를 더 넓게 탐색하고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며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내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보다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자료를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장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반론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을 믿을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어떤 문장을 내 생각으로 남길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어야 한다.

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려 ‘사유의 공허’를 경고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AI의 장단점을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기술이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우리의 삶과 교육, 노동, 문화, 인간관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제대로 바라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멸종 위기의 사고』라는 제목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검색을 대신 맡기고, 글쓰기를 맡기고, 판단을 맡기고, 선택까지 맡기는 동안 조금씩 사라진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AI보다 더 빨리 답을 내놓는 능력이 아니다.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 가장 귀해질 사람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의심하고, 선택하고,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은 AI를 두려워하라고 말하는 책이라기보다, 너무나 편리한 기술 앞에서 우리가 무엇만큼은 끝까지 인간의 몫으로 지켜야 하는지 질문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생각하는 수고를 포기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AI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지도 모른다.

‘헤세드의서재 서평단 @hyejin_bookangel’님을 통해,

'헤이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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