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만든 천재들 - 광기와 창조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 지음, 성소희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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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뇌에는 보통 사람에게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까?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익숙한 세계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신경과 의사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의 『뇌가 만든 천재들』은

이 질문을 높은 지능이나 타고난 재능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신경과학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며 우리의 뇌가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고통과 기억을 어떻게 다시 구성해 예술로 바꾸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의 출발점부터 흥미롭다. 약 300만 년 전의 ‘마카판스갓 조약돌’이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사람 얼굴처럼 보이는 돌로, 발견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옮겨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저자는 이를 인간의 얼굴 인식 능력과 파레이돌리아 현상에 연결한다.

먹을 수도 없고 특별한 도구도 아닌 돌을 누군가 굳이 가지고 다녔다면,

그에게는 이미 쓸모를 넘어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여기서 창의성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창의성이란 없는 것을 갑자기 만들어내는 능력보다 모두가 보고 있는 것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쇼베-퐁다르크 동굴 이야기도 놀랍다.

구석기 시대 화가들은 사자의 머리를 겹치거나 들소의 다리를 여러 개 그리는 방식으로 정지된 벽 위에 움직임을 표현했다. 수만 년 뒤 뒤샹이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2》에서 하나의 화면에 연속된 움직임을 담아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사례를 보면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창작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 오래 품어온 감각과 질문을 자기 시대의 언어로 다시 번역하는 과정일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이후 ‘광기와 천재’라는 오래된 신화를 본격적으로 해부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인물은 멕시코 출신 화가 마르틴 라미레스다.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대공황과 실업, 가족과의 단절을 겪은 뒤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긴장성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당시 충분한 통역 없이 이루어진 진단이었다는 점에서 그 정확성을 둘러싼 논쟁도 존재한다.


병원에서 라미레스는 쓰레기통의 종잇조각을 이어 붙이고 성냥의 목탄, 구두약, 크레파스와 과일주스까지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 그의 작품에는 멕시코의 교회와 기병, 성모상과 동물뿐 아니라 끝없는 터널과 철도, 고속도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 길들을 보고 있으면 단순한 풍경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멕시코와 미국, 고향과 타향, 병원 안과 바깥세상 사이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했던 한 사람의 삶이 겹쳐 보인다. 사람은 현실에서 돌아갈 수 없는 장소를 기억 속에서 다시 만들기도 한다.

예술은 때로 현실에서는 갈 수 없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라미레스나 반 고흐의 삶을 근거로 ‘정신질환이 예술적 천재성을 만든다’고 결론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생각을 ‘고통받는 천재’의 신화로 경계한다. 극적인 삶을 살았던 천재들은 강하게 기억되는 반면 평온하게 살았던 수많은 창작자는 잘 떠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정신적 고통과 천재성이 실제보다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책이 강조하는 것도 고통 자체보다 그 고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변형했는가에 가깝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고통을 예술의 재료로 바꿀 수 있다는 것과 고통이 있어야 위대한 예술이 탄생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후자의 생각은 정신질환을 낭만화하고, 실제로 질환 때문에 삶이 무너지는 사람들의 고통마저 천재의 대가처럼 포장할 위험이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사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그는 평생 뇌전증을 앓았고, 작품 속에도 뇌전증을 가진 인물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는 스메르쟈코프의 뇌전증이 이야기의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뇌전증이 도스토옙스키를 천재로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질병과 고통을 인간의 죄책감과 죽음, 구원과 자유를 탐구하는 문학적 재료로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앤디 워홀에서는 다른 방향의 질문이 등장한다. 워홀이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였다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후대 연구자들은 그의 반복적인 생활습관과 제한된 관심사,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을 자폐 특성과 연결해 해석해왔다.

이 책은 이 가능성을 워홀의 팝아트와 함께 살펴본다.

흥미로운 것은 ‘반복’이 그의 예술 자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캠벨 수프 캔과 매릴린 먼로의 얼굴을 끊임없이 복제하고, 자신의 작업실을 ‘팩토리’라고 부르며 예술 제작 과정 자체를 대량생산 방식으로 바꾸었다.

남들에게는 경직된 습관처럼 보일 수 있었던 특성이 워홀에게서는 하나의 미학적 언어가 된 것이다.

자신을 세상에 맞추기보다 자신의 사고방식으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고, 결국 세상이 그 세계 안으로 들어왔다.


이 책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이 얼마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경험하는지도 보여준다.

프란츠 리스트와 바실리 칸딘스키를 통해서는 소리를 색처럼 경험하거나 서로 다른 감각이 연결되는 공감각을 살펴보고, 프리다 칼로에게서는 끔찍한 사고 이후 계속된 육체적 고통과 트라우마가 자화상과 신체 이미지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들여다본다.


버지니아 울프와 실비아 플라스, 앤 섹스턴의 삶에서는 이야기가 개인의 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이들의 죽음을 단순한 ‘광기’로 환원하지 않고 유전적 취약성과 만성적인 스트레스,

가족 관계와 여성에게 가해졌던 사회적 압력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바라본다.

또 뇌 손상으로 공간의 한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편측 무시’가 화가의 그림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향정신성 물질과 환각은 인간의 지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꿈과 무의식은 초현실주의 예술과 어떻게 이어졌는지도 살펴본다.


기억과 망각 역시 중요한 주제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반드시 축복인 것은 아니며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 사는 것이 아니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는 역설도 생각하게 한다.

시력을 잃어간 보르헤스가 자신의 상실마저 문학의 재료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더 깊게 남는다. 이 모든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생각으로 모인다.

예술은 완벽한 뇌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자신이 경험하는 세계를 이해하고 다시 구성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질문도 자연스럽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글까지 쓰는 시대에 인간의 창의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 책은 공감각과 질병, 트라우마, 꿈, 기억과 망각을 거쳐 결국 인간과 기계의 지능과 창의성이라는 문제까지 나아간다.


라미레스에게는 돌아가지 못한 고향이 있었고, 칼로에게는 고통스러운 몸이 있었으며

도스토옙스키에게는 뇌전증과 죽음 가까이까지 갔던 삶이 있었다.

인간의 창작에는 단순한 정보의 조합만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살아낸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시 표현하는 과정이 들어 있다.


그래서 『뇌가 만든 천재들』을 읽고 나면 처음의 질문도 조금 달라진다.

‘천재의 뇌는 무엇이 다른가?’보다 더 흥미로운 질문은 어쩌면

‘인간의 뇌는 어떻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전혀 다른 의미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일지도 모른다.

천재는 고통을 많이 받은 사람도, 남들과 다른 뇌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감각과 경험, 때로는 결핍과 한계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 이전에는 없었던 언어로 세상에 보여준 사람이다.


300만 년 전 누군가 얼굴을 닮은 돌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했던 순간부터 동굴벽화와 라미레스의 선로, 워홀의 수프 캔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현실에 없는 의미를 만들어왔다.

우리는 단순히 세상을 보는 존재가 아니다.

본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경험한 것을 다시 해석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도 존재하게 만드는 존재다. 『뇌가 만든 천재들』은 천재들의 특별한 뇌를 구경하는 책인 줄 알았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인간의 불완전한 뇌가 얼마나 놀라운 방식으로 세계를 만들어내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흐름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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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오랫동안 광기와 창의성의 상관관계를 추측해왔지만, 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은 역사를 거치며 조금씩 변화했다. 고대에는 광기를 신이 내린 속성이나 형벌로 여겼다. 중세에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가 개념을 제시하고 훗날 클라우디오스 갈레노스Claudius Galenus가 발전시킨 의학에 따라 질병을 체액 불균형과 연관 지었다. 혈액이 과하면 쾌활하고 활기차며 정력적이고, 점액이 과하면 사려 깊고 평온해지며, 황담즙이 과하면 공격적이고 야심 차며, 흑담즙이 과하면 시인의 질병인 우울증에 걸린다고 보았다.
19세기에 들어서야 현대 정신 의학의 선구자 필리프 피넬Philippe Pinel이 정신 질환을 분류했다. 천성이 인본주의자였던 피넬은 정신병원 내 쇠사슬 사용을 막은 최초의 의사이며, 정신 질환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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