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처음 읽는 부의 철학
최영원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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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어와 영어, 수학과 과학을 배우며 어른이 되지만,

정작 평생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돈’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운 적이 거의 없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얼마를 저축해야 하는지, 투자는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

돈을 어떻게 지키고 불려야 하는지 누구도 체계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돈을 벌기 시작한 뒤에야 시행착오를 겪으며 재테크를 공부한다.


『서른에 처음 읽는 부의 철학』은 이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단순한 재테크 책과는 방향이 달랐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노자, 세네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니체, 쇼펜하우어 등 고전 철학자의 사상을 돈과 소비, 투자, 노동, 욕망의 문제에 연결하며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보다 먼저 ‘왜 돈을 원하는가’를 묻는다.


저자는 돈을 공부할수록 결국 돈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같은 돈을 가져도 어떤 사람은 자유를 얻고, 어떤 사람은 더 큰 불안을 얻는다.

소득이 늘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돈 자체보다 비교와 욕망, 삶의 기준에 있을 수 있다.

돈은 우리의 불안을 완전히 없애주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는 돈이 많아질수록 지켜야 할 것과 비교할 대상, 원하는 것까지 함께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부를 만들기 전에 먼저 필요한 것은 ‘얼마를 가져야 하는가’가 아니라 ‘나에게 충분함은 어디까지인가’를 정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부를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았다.

스토아 철학자들 역시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더 중요한 부로 여겼다.

노자의 이야기도 같은 지점에 닿는다. 화려한 색과 소리, 맛과 귀한 물건처럼 강한 외부 자극에 계속 끌리다 보면 인간은 자신의 중심을 잃기 쉽다고 경고한다.

이 말은 소비 자극이 넘쳐나는 지금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SNS를 켜면 새 옷과 자동차, 여행, 명품, 투자 수익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과거의 욜로 문화 역시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자는 의미에서 출발했지만,

소비가 자존감을 대신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만족은 오래가지 않는다.

소비가 나쁜 것이 아니라 소비가 나를 설명하기 시작할 때 문제가 생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냐보다 무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냐가 중요해지면,

돈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타인에게 나를 증명하기 위한 무대 장치가 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보여준 단순한 삶도 그래서 인상적이다.

적게 소유한다는 것은 무조건 아끼고 궁핍하게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면서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저소비의 본질은 돈을 안 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이 만든 욕망에서 빠져나오는 데 있다.

물건을 줄이는 일이 결국 자신의 기준을 되찾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정 욕구와 소비의 관계도 깊이 들여다본다.

아들러가 말한 열등감과 허구적 목적처럼 우리는 ‘이 정도가 되면 괜찮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가상의 기준을 만들기도 한다. 좋은 직장, 높은 연봉, 명품, 집, 투자 수익 같은 요소들이 어느 순간 자신을 증명하는 표식이 된다.


특히 SNS에서는 다른 사람의 연봉과 자산, 몸매와 성취가 매일 전시된다.

우리는 타인의 하이라이트와 자신의 평범한 현실을 비교하면서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비교의 가장 큰 문제는 기분이 나빠지는 데 있지 않다. 타인의 속도를 내 인생의 시간표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누군가 집을 샀다고 조급하게 투자하고, 누군가 성공했다고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시작한다면 삶의 방향타를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작은 소비 습관도 무시할 수 없다.

제임스 클리어가 설명하듯 반복되는 행동은 어느 순간 자동화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쇼핑 앱을 켜고, 지칠 때마다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불안을 달래기 위해 충동적인 투자에 손을 대는 행동도 반복되면 하나의 습관이 된다. 부를 만드는 것과 부를 잃는 것 모두 거대한 선택 한 번보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돈을 관리한다는 것은 통장을 관리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감정과 습관을 관리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현실적인 내용도 빠지지 않는다.

근로소득만으로 살아가기보다 일정한 종잣돈을 만들고 주식, 채권, ETF, 부동산 등 자산을 통해 돈이 다시 돈을 만드는 구조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핵심은 수익률보다 자기 통제다.

소득이 늘 때 소비까지 함께 늘어나면 자산은 좀처럼 쌓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오래 남았던 문장은 버나드 쇼의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는 말이었다. 젊음은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뜻이 아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자본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돈은 잃어도 다시 벌 수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살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가장 귀한 자본인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하는 데 너무 쉽게 써버린다. 몇 년 뒤 기억조차 나지 않을 유행과 소비에 젊음을 사용하면서 정작 자신을 성장시키는 독서와 경험, 기술과 건강에는 인색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젊음을 낭비하지 말라’는 말은 무조건 아끼라는 뜻이라기보다 지금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지 돌아보라는 말로 느껴졌다. 소비의 흔적은 사라질 수 있지만 읽은 책과 배운 기술, 쌓아온 경험과 건강한 습관은 시간이 흐를수록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돈의 복리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삶의 복리’인지도 모른다.


칸트의 철학도 돈을 바라보는 기준을 한 단계 더 넓혀준다.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돈을 어떤 의도와 방식으로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결국 『서른에 처음 읽는 부의 철학』이 말하는 부는 통장 잔액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간, 건강, 지식, 관계, 경험, 선택의 자유까지 삶 전체를 자산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책 후반부에서 시간 관리와 복리, 독서 습관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일 읽는 몇 페이지, 조금씩 쌓는 투자금, 꾸준히 관리하는 건강처럼 눈앞에서는 별것 없어 보이는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인생의 격차를 만든다.


결국 진짜 부자는 가장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과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남의 욕망을 좇는 데 인생을 소비하지 않고, 오늘의 작은 선택을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투자로 바꿀 수 있는 사람. 이 책이 말하는 ‘부의 철학’은 결국 그런 삶의 기준을 만드는 일이라고 느꼈다.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많다. 하지만 그 돈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묻는 책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래서 이 책은 ‘얼마를 벌고 싶은가’보다 조금 다른 질문이 남는다.

나는 지금 가장 귀한 자본인 돈과 시간, 그리고 젊음을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스노우폭스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맹자는 "뜻을 세우되 뜻대로 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을 이기지 못한 탓"이라고 했습니다. 부를 쌓지 못하는 이유도 능력의 부족보다 자기 통제의 실패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산을 축적한다는 것은 욕망을 따라 흘러가지 않고, 자신이 세운 삶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입니다. 늘어난 수입에 휘둘리지 않고 소비를 절제하며 미래의 가치에 집중하는 힘. 이것이 바로 자산을 만든다는 말의 본질이며 그것은 ’돈의 기술’이기 이전에 ’삶의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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