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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2 세트 - 전2권
고이시 유카 지음, 현승희 옮김, 신쵸사 협력 / 서교책방 / 2026년 7월
평점 :

책의 판권에는 저자와 번역가, 편집자, 디자이너 등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러나 한 권의 완성도에 깊이 관여하면서도 독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바로 출판사의 숨은 공로자인 교열자다.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는 신쵸샤 교열부 문예팀에서 10년째 일하는 쿠쥬 코코로를 중심으로 교열자들의 세계를 그린 직업 만화다. 교열이라고 하면 흔히 오탈자나 맞춤법을 고치는 일을 떠올리지만, 작품 속 교열자들이 확인하는 범위는 훨씬 넓다.
소설의 배경이 2020년으로 추정되면 당시의 달 모양이 실제와 맞는지 살피고, 앞에서는 ‘뺀질뺀질한 소년’이라고 한 인물을 몇 페이지 뒤에서 ‘소심해 보이는 소년’이라고 표현하면 성격 묘사가 모순되지 않는지 확인한다. 서로 다른 장면에 흩어진 문장을 비교해 인물의 나이와 학년을 추론하고, 등장인물의 특징과 관계, 버릇, 작품 전체의 연표까지 따로 정리한다.
명백한 오류를 고치는 빨간 표시와 달리, 저자의 의도를 물어보기 위해 연필로 의문점을 적는 것을 ‘연필을 넣는다’고 한다. 교열은 문장을 마음대로 고치는 일이 아니라 저자의 표현을 존중하면서 더 정확한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작업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푹 빠져 읽으면 안 돼. 단어 그 자체와 마주해야지.”
독자는 이야기에 몰입하지만 교열자는 한 걸음 떨어져 문장과 단어를 바라봐야 한다. 사람의 눈은 익숙한 문장을 자동으로 보정해 읽기 때문에 틀린 글자도 쉽게 지나친다. 그렇다고 작품에 감동하는 마음까지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교열은 작품에 감동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을 것. 그렇기에 작품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싸울 것.”
작품에 빠져 오류를 놓치지 않는 객관성과, 작품을 사랑하기 때문에 더 좋은 책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애정. 좋은 교열에는 이 두 가지가 함께 필요했다.
교열자는 사실 확인, 이야기의 모순, 표기 통일 등 수많은 요소를 살펴야 한다. 하나의 단어가 책 안에서 여러 방식으로 쓰이는 ‘표기 흔들림’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사전을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품 속 야히코 씨는 교열 업무가 존재하는 이유를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따라서 사실과 이야기의 오류를 먼저 확인하고, 상대적으로 사소한 표기 통일에는 우선순위를 낮춰야 한다.
사전에 없는 표현이라고 곧바로 틀렸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언어에는 시대와 작가의 개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교열자는 사전을 통해 단어의 유래와 오래된 쓰임을 살피지만, 사전의 답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교열의 ‘교’는 비교하고 대조해 바로잡는 것이며, ‘열’은 살펴보고 검토한다는 뜻이다. 잘못을 찾는 것뿐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비교하는 과정까지가 교열인 것이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게 방심하기 쉬워요.”
“아예 모르면 단어가 주는 위화감을 못 느껴서 지나쳐 버리잖아요.”
“의문의 전제 조건은 지식인 것 같아요.”
“과신하지 말고 의심해 보는 자세가 중요해.”
이 대화는 교열을 넘어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아무것도 모르면 무엇이 이상한지조차 알 수 없지만, 안다고 확신하는 순간 확인을 멈추게 된다. 지식은 의문을 갖게 하는 출발점이지만, 진짜 전문성은 자신의 지식이 틀릴 가능성까지 열어 두는 데서 완성된다. 익숙한 일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하고 살피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발견했을 땐,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여기려 하고 있어.”
이 문장도 오래 남았다. 우리는 남의 실수는 쉽게 지적하면서 자신의 실수에는 이유를 붙이곤 한다. 하지만 나 역시 언제든 같은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대에게 함부로 말하기 어려워진다. 지적의 목적은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교열을 마쳐 인쇄 공정으로 넘기는 것을 ‘교료’라고 하지만, 그 이후에도 오류가 발견될 수 있다. 책이 인쇄 단계에 들어간 뒤 한 페이지를 수정하려면 그 페이지가 포함된 16페이지 단위의 ‘접지’ 전체를 다시 인쇄해야 한다. 글자 하나의 실수가 제작비와 일정에 영향을 주는 만큼 교열자는 마지막까지 책임을 짊어진다. 그렇다고 실수에만 붙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깔끔하게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무슨 일이든 평정심이 중요한 법이야.”
책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과 완벽할 수 없다는 현실 사이에서, 교열자는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다음 문장을 바라본다.
시마 씨는 책을 정보와 이야기뿐 아니라 무게, 종이의 촉감, 페이지 넘기는 소리와 냄새까지 포함한 하나의 ‘물건’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손에 건네질 그 물건에 뜯어진 신발이나 덜 조여진 나사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에는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온전한 책을 건네고 싶은 교열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교열은 단순히 틀린 글자를 찾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이 보지 못할 독자를 생각하며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도 책은 사라지지 않아. 책은 사람이 엮는 거니까.”
그리고 작품은 마지막에 말한다.
“문장은 사람이니까.”
문장 뒤에는 그것을 쓴 사람이 있고, 그 문장을 받아들일 사람이 있다. 교열은 글자를 고치는 일이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뜻이 어긋나지 않도록 돕는 일이다.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는 우리가 당연하게 읽었던 책 한 권이 얼마나 많은 질문과 확인, 책임과 애정을 거쳐 완성되는지를 보여 준다. 이제 판권을 펼치면 그곳에 적힌 이름뿐 아니라, 백 년 뒤에도 남을 한 권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문장과 마주한 숨은 사람들까지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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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앤 @yozo_anne 서평단‘을 통해,
'서교책방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쿠쥬 씨는 좋은 교열이 뭐라고 생각하나?" "객관적일 것?" "그렇군.. 나는 말일세." "작품에 감동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을 것." "그렇기에 작품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싸울 것." "난 그게 교열의 본래 자세가 아닐까 싶어."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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