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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는 브랜드의 조건 - 디저트부터 AI까지, 로손 편의점 디테일 마케팅의 비밀
오가와 고스케 지음, 정현옥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6월
평점 :

편의점은 대체로 ‘가까워서 가는 곳’이다. 목이 마를 때, 배가 출출할 때,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들르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한 지역의 생활을 붙들고 있는 작은 사회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선택받는 브랜드의 조건』은 일본 편의점 로손이 어떻게 고객에게 선택받는 브랜드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인 마케팅 책처럼 성공 사례를 단편적으로 나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작부터 한 통의 전화로 이야기가 열린다.
2015년, 호세이대학교 오가와 교수에게 로손의 다마쓰카 게이치 사장이 전화를 건다.
저자의 『맥도날드 실패의 본질』을 읽고 로손의 경영을 학자의 시선으로 분석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 만남을 계기로 저자는 로손 본사를 방문하고, 경영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전국 매장과 현장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로손 응원 프로젝트’가 이 책의 출발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마치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로손이라는 기업을 관찰하는 느낌으로 읽기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그렇다면 로손은 세븐일레븐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하고 함께 고민하게 된다.
보통 마케팅 책은 각각의 사례가 따로따로 소개되어 몰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로손을 움직인 사람들, 실제 매장에서 벌어진 변화, 매출의 흐름, 회사의 전략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한 브랜드가 변화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지루한 기업 분석서가 아니라, 한 브랜드가 자기 길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우리는 세븐만 보았고, 세븐은 고객을 보았다”는 다케마스 사장의 말이다.
로손은 오랫동안 세븐일레븐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다. 매장 수, 일매출, 상품 전략, 시스템까지 세븐일레븐을 의식했다.
하지만 문제는 경쟁사를 보는 데 너무 많은 힘을 쏟은 나머지, 정작 고객을 충분히 보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이 깨달음 이후 로손은 ‘고객을 위해서’라는 장사의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방향에서 로손 혁신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여기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케마스 사장이 유니클로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의 『경영자가 되기 위한 노트』를 반복해서 읽었다는 대목이다.
그는 방향을 잃거나 힌트가 필요할 때마다 그 책을 펼쳤다고 한다.
이 장면을 읽으며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을 하거나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인생 책’을 만나는 일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는 것은 이미 아는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 그때의 나에게 필요한 답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방향을 잃었을 때 다시 펼쳐볼 수 있는 책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었다.
로손의 변화는 말뿐인 선언에서 끝나지 않는다. 2020년 시작된 로손 혁신 프로젝트는 매장 혁신, 수익 구조 혁신, 근무 만족도 혁신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주방 프로젝트, 상품 혁신, 지역 전략 재구축, 데이터 활용, 물류 개혁, 그룹 브랜딩까지 회사 전체를 다시 짜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로손은 2023년도 결산에서 V자형 회복을 보여준다.
즉석식품과 즉석조리식품, 일용잡화, 신선·냉동식품의 성장이 두드러졌고, 무인양품 도입과 매장 모델 개선도 성과에 영향을 주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히 몇몇 상품이 잘 팔린 결과가 아니라, 조직의 방향을 고객 중심으로 다시 세운 결과라는 점이다.
특히 왓카나이 프로젝트는 이 책의 핵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최북단 마을 왓카나이는 물류센터에서 차로 4~5시간이나 떨어져 있고, 한두 매장만으로는 물류 효율이 맞지 않는 지역이었다.
일반적인 계산으로는 쉽게 진출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런데도 로손은 주민들의 오랜 요청을 듣고 2023년 여름 두 개 매장을 먼저 열었고, 이후 두 개 매장을 추가했다. 개점 첫날에는 각 매장에 3천 명이 넘는 손님이 몰렸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편의점 오픈이었겠지만,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ATM을 이용하고, 티켓을 사고, 로손의 디저트와 도시락을 만날 수 있는 생활의 변화였다.
왓카나이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로손은 한 매장만 내는 대신 네 개 매장을 비슷한 시기에 열어 물류 문제를 해결했고, 경험 많은 매니지먼트 오너를 투입했다. 지역 컴퍼니 제도를 통해 현장에 권한을 넘겼고, 눈이 쌓이는 겨울을 대비해 넓은 창고와 조리 시설도 갖추었다.
또한 무인양품, 세이조이시이, 내추럴 로손, 로손 키친 같은 로손만의 자원을 지역 상황에 맞게 배치했다.
이 과정은 ‘편의점 하나를 열었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보고, 그 필요를 실제 운영 시스템으로 바꿔낸 사례에 가깝다.
이 책이 말하는 브랜드의 조건은 화려한 광고나 유행을 빠르게 좇는 감각만이 아니다.
고객을 숫자로 보지 않고, 지역을 시장으로만 보지 않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의 중심에 두는 태도다.
로손은 세븐일레븐을 무작정 따라가는 대신, 자신이 가진 무기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디저트, 로손 키친, 무인양품 협업, 로손팜, 아바타 직원, 그린 로손, 식품 손실 감축, 동네 책방형 매장까지 로손은 편의점의 역할을 조금씩 확장해 간다.
목차를 보면 이 책이 다루는 세계가 생각보다 넓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지속가능한 편의점인 그린 로손, 동일본대지진 이후 로손 키친이 보여준 현장의 힘, ‘로손 하면 디저트’라는 인식을 만든 프리미엄 롤케이크와 바스크 치즈케이크, 무인양품과의 협업, 농가와 연결된 로손팜, 식품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발주 시스템과 냉동 주먹밥 실험, 아바타 직원을 통한 따뜻한 기술의 가능성, 그리고 편의점 안에 책방의 기능을 더하는 시도까지 이어진다.
디저트부터 AI까지라는 부제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고객은 왜 로손을 일부러 찾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답은 분명해진다.
로손은 단순히 가까운 편의점이 아니라, 고객의 생활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고, 지역의 빈틈을 채우고, 작은 즐거움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되려 했기 때문이다. 선택받는 브랜드는 경쟁사만 바라보지 않는다. 고객이 사는 자리,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순간, 고객이 작게라도 행복해지는 장면을 오래 바라본다. 『선택받는 브랜드의 조건』은 바로 그 시선의 힘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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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북스 서포터즈2기' 활동을 통해
'동양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2020년 4월, 전 세계는 코로나19의 어둠에 굴복했다. 외출이 금지된 다케마스의 책상 위에는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유니클로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가 지은 《경영자가 되기 위한 노트》로, 다케마스의 애독서다. 부사장이었을 때 구매해서 읽었는데 사장으로 취임한 2016년에도 그 책을 다시 읽고 있었다. 그는 무언가를 숙고할 때, 힌트가 필요할 때 늘 습관처럼 야나이 다다시의 책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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