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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가디언 5 : 단단한 마음 ㅣ 책 읽는 샤미 63
이재문 지음, 무디 그림 / 이지북 / 2026년 5월
평점 :

친구 관계는 아이들에게 작은 사회이자 때로는 전부에 가까운 세계다.
어른들은 친구랑 싸웠으면 화해하면 되지!라고 쉽게 말하지만,
아이들에게 친구의 눈빛 하나, 말 한마디, 외면하는 태도는 하루 전체를 흔들 만큼 크게 다가온다.
『마이 가디언 5 : 단단한 마음』은 그런 흔들림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마이 가디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이자 완결편이다.
앞선 이야기들이 친구 관계의 가스라이팅, 첫사랑, 질투, 오해와 상처를 다루었다면,
이번 권에서는 우다미라는 아이의 내면을 중심에 둔다.
1권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던 다미가 이번에는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는 주인공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나쁜 아이가 반성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며, 관계 속에서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과정을 담아낸 성장 이야기다.
초반의 다미는 여전히 단단해 보인다.
최사랑과의 갈등 속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하지만 예전처럼 받은 만큼 되갚기보다, 자신이 한 행동을 인정하면서도 더 크게 되돌려 주지 않고 멈춘다.
이 장면은 작지만 중요한 변화처럼 보였다.
상처받은 아이가 타인을 공격하는 방식으로만 자신을 지키던 태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미가 정말로 마주해야 하는 문제는 친구와의 싸움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
바로 엄마와의 관계다.
엄마는 밤늦게까지 학원을 운영하며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쉬지 못한다.
그런 엄마가 다미에게 “우리 예쁜 딸”이라고 말할 때,
다미는 엄마를 피하고 싶으면서도 마음 한쪽이 벅차오른다.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엄마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랑은 다미에게 따뜻함만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엄마는 “엄마는 네 마음 다 알아. 너보다 너를 더 잘 알아.”라고 말하지만,
정말 엄마는 다미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엄마는 시험 점수를 잘 받아 온 다미에게 상처럼 소고기를 사 와서 먹인다.
하지만 다미는 소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미는 단 한 번도 고기가 싫다고 말하지 못했고, 엄마는 아직도 다미가 고기를 좋아한다고 믿고 있다.
이 장면은 사소해 보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엄마는 늘 “너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정작 다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차분히 들어 보려 하지 않는다.
다미가 외롭다고 느끼는 마음마저 엄마는 외로운 게 아니라 혼란스러운 것!이라고 다시 해석한다.
결국 다미는 자기 마음보다 엄마의 말을 먼저 믿게 된다.
“엄마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니까.”라는 다미의 생각은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왔다.
물론 엄마의 삶도 안타깝다.
혼자 학원을 운영하며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집안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은 엄마에게 충분한 여유를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엄마를 단순히 나쁜 어른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다만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누군가를 위한다고 생각한 말과 행동이 뜻하지 않게 그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토끼 스탠드 장면도 오래 남는다.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받은 토끼 스탠드는 다미에게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엄마가 곁에 없던 밤, 토끼 귀에서 나오는 노란빛은 다미를 지켜 주는 작은 위로였다.
하지만 엄마는 공부할 때 방이 어두우면 안 된다는 이유로 그 스탠드를 치워 버린다.
엄마 입장에서는 딸을 걱정해서 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다미에게는 자신을 지켜 주던 작은 세계가 빼앗기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더 밝은 형광등만은 아니다.
때로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안심시켜 주는 작은 불빛이 더 필요하다.
다미는 늘 “응, 알겠어.”, “더 잘할게.”라고 대답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일 없어 보이는 착한 딸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고민과 걱정이 가득하다.
친구 관계도, 엄마와의 관계도, 자기 자신에 대한 혼란도 혼자 감당하려 한다.
그래서 다미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정답을 알려 주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 있어 주며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지은의 글은 다미에게 중요한 계기가 된다.
어린이 예능 대회 문집 대상 작품이 이지은의 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다미는 그 글이 궁금해진다.
결국 문집을 읽으며 이지은의 솔직한 생각과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문장을 보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말하지 못했던 마음의 안쪽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만난 귀토 작가를 통해 다미는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귀토 작가는 “작가는 귀가 커야 한다”고 말한다.
글을 잘 쓰는 것보다 먼저 잘 들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남의 말뿐 아니라 자기 마음의 소리까지 들어야 글이 시작된다.
다미에게 글쓰기는 정답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처음으로 자기 마음에 거짓말하지 않는 연습이다.
다미는 그 수업을 이지은과 함께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하지만,
결국 수업을 듣기로 결정한다.
그 선택은 아주 작은 용기였다.
“한번쯤은, 나를 위해 해 볼래.”라는 다미의 결심이 뭉클하다.
늘 엄마의 기준, 친구들의 시선, 타인의 평가 속에서 움직였던 다미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귀토 작가의 첫 수업에서 나온 세모와 네모 이야기도 인상 깊다.
다미가 세모를 나쁘다고 말했을 때, 지은이는 “저는 세모를 이해해요.”라고 말한다.
세모가 세모가 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날카로운 쇳덩이에 갈아 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본 것이다.
지은이는 세모의 잘못을 덮어 주지 않는다.
다만 세모가 왜 그렇게 날카로워졌는지, 그 안에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를 함께 바라본다.
그 말은 마치 다미에게 건네는 말처럼 느껴졌다.
너는 잘못한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너라는 사람이 전부 나쁜 것은 아니라고.
네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아이였던 동시에,
너 역시 오래도록 자신을 갈아 내며 버텨 온 아이였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봐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후 다미가 지은이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건네는 장면은 유난히 뭉클하게 다가온다.
예전의 다미였다면 자존심을 먼저 세우고, 더 날카로운 말로 자신을 지키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다미는 자신의 잘못을 외면하지 않고, 상대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아이로 변해 간다.
“미안해”라는 짧은 말 안에는 다미가 지나온 시간과 성장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그렇게 지은이와의 관계가 풀리고,
멀어졌던 바름, 민지, 은하와의 관계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간다.
여기에 숙제처럼 남아 있던 엄마와의 관계까지 마주하고 풀어 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마지막은 더욱 뜻깊다.
『마이 가디언 5 : 단단한 마음』은 관계가 무너진 자리에서도 다시 마음을 세울 수 있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은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이야기다.
마지막 권의 제목이 ‘단단한 마음’인 이유를 책을 읽고 나면 알 것 같다.
단단한 마음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마음이 아니다.
상처받지 않는 마음도 아니다.
내가 외롭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내가 힘들다는 마음을 부정하지 않고,
그래도 나를 위해 한 걸음 내딛는 마음이다.
『마이 가디언 5 : 단단한 마음』은 그 마음이 어떻게 자라나는지를 조용하지만 깊게 보여 주는 성장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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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북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내가 이 스탠드를 받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혼자 어두운 방 안에서 잠을 청할 때마다 등을 켜 놓았다. 토끼 귀에서 나오는 노란빛이 밤새 나를 지켜 주었다. 엄마는 곁에 없지만, 그 빛이 엄마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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