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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를 종료합니다 - 나를 괴롭히는 108번뇌 탈출 필사
필로소피랩 지음 / 각주 / 2026년 4월
평점 :

사람은 생각보다 현재를 살지 못한다.
이미 지나간 일에 마음이 붙잡혀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툭 던진 말 한마디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기도 하고,
밤이 되면 몇 년 전 실수가 갑자기 떠올라 이불을 걷어차기도 한다.
『번뇌를 종료합니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도 그것이었다.
우리가 힘든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속에 너무 많은 창을 띄워 놓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불교에서 말하는 108번뇌를 바탕으로 우리가 왜 괴롭고, 왜 불안하며, 왜 같은 고민을 반복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려운 불교 용어나 교리를 앞세우기보다 지금 우리 삶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들을 통해 번뇌를 이해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가리는 다섯 가지 방해물인 오개(五蓋)를 소개한다.
끊임없이 더 갖고 싶어 하는, 탐욕개
화내고 원망하는, 진에개
무기력과 나태함의, 수면개
후회와 불안의, 도회개
의심과 망설임의, 의개
이름은 낯설지만 내용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SNS를 보며 남과 비교하는 마음은 탐욕개이고,
상처 준 사람을 떠올리며 분노하는 것은 진에개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은 수면개이고,
지나간 일을 후회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은 도회개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하며 계속 망설이는 마음은 의개에 가깝다.
결국 번뇌는 특별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기본 설정 같은 것이었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부분은 ‘점점 억울함이 쌓인다’는 장이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으면 우리는 종종 그 장면을 반복 재생한다.
상대방은 이미 그 일을 잊고 살아가는데 정작 나는 몇 달, 몇 년 동안 그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다. 원망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이 아니라 그 기억을 붙들고 놓지 못하는 내 마음에 있다고 말한다.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는 상대에게 두 번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수십 번 같은 상처를 꺼내 보며 다시 아파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책이 말하는 “억울함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상대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자유롭게 하는 일”이라는 문장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실수를 곱씹으며 괴로워한다’는 장도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반성과 자책을 혼동한다.
실수하면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그런데 책은 이미 끝난 실수에 괴로움을 계속 덧붙이는 것은 한 번의 상처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실수는 교훈으로 남겨야 하는데 우리는 종종 벌로 만들어 버린다.
이 문장을 읽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잘못된 선택 하나 때문에 몇 달씩 스스로를 괴롭혔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실수 자체보다 그 이후의 자책이 더 큰 상처를 남겼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해야 한다는 건 아는데 몸이 안 움직인다’는 내용이었다.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알고 있다. 운동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밀린 일도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보통 이런 상태가 되면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몰아세우기 쉽다.
하지만 책은 몸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게으름이 아니라 마음이 지쳤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특히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늘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멈춘다고 해서 게으른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애플을 창업하고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았던 사람.
오랫동안 선불교를 공부했던 사람.
그런데 죽음을 앞둔 스티브 잡스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고, 죽음 이후의 세계를 궁금해했으며,
삶이 끝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
우리는 종종 성공하면 불안이 사라지고, 돈이 많아지면 고민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가조차 죽음 앞에서는 한 명의 인간이었다.
결국 번뇌는 성공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된다.
특히 마지막 순간 남겼다는 “Oh wow, Oh wow, Oh wow.“라는 말은 오래 여운이 남았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장면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죽음 이후의 세계보다 지금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더 잘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죽음은 언젠가 찾아오지만 번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필사 페이지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나는 억울함의 늪에서 빠져나와 자유로워진다.”
“잠시 멈춘다고 해서 게으른 것이 아니다.”
“불안함은 잘못된 신호가 아니라 지혜로 이어지는 시작이다.”
이런 문장들을 직접 손으로 따라 쓰다 보면 단순히 읽을 때보다 훨씬 깊게 마음속에 스며든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번뇌를 없애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번뇌를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고, 조금씩 내려놓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기에 번뇌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는 있다.
『번뇌를 종료합니다』는 마음이 복잡한 날, 자꾸 과거를 후회하는 날,
이유 없이 불안한 날 곁에 두고 한 장씩 펼쳐 보기 좋은 책이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불교의 지혜가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인간의 마음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다 읽는다고해서 번뇌가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번뇌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조금은 가벼워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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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이 책에서는 복잡한 번뇌들 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일상을 자주 흔드는 5가지 핵심 방해물인 오개(五蓋)를 중심으로 마음을 점검하고, 번뇌를 종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여기서 ‘개(蓋)’는 마음의 평온을 덮어버리는 덮개를 뜻한다.
① 탐욕개(貪欲蓋) ― 끊임없이 원하는 마음 ② 진에개(瞋恚蓋) ― 화내고 원망하는 마음 ③ 수면개(睡眠蓋) ― 멍하고 무기력한 마음 ④ 도회개(掉悔蓋) ― 들뜨고 후회하는 마음 ⑤ 의개(疑蓋) ― 의심하고 주저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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