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학이라는 세계』를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았던 질문은 이것이었다.

AI 시대에 인간은 왜 여전히 스스로 생각해야 할까.

요즘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먼저 검색하고, 이제는 AI에게 묻는다.

나 역시 그 편리함을 매일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편리함이 너무 당연해진 시대에 오히려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모든 판단과 해석을 AI에게 맡긴다면, 과연 나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누군가가 대신 내려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산다면, 그것이 정말 나답게 사는 일일까.

『독학이라는 세계』는 단순히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독학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되는 법’을 말하는 책에 가깝다.

저자는 AI에게 물으면 금방 답이 나오는 문제라도 일부러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책을 읽고, 며칠이고 몇 주고 탐구해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스스로 탐구할 때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정답을 맞히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외우고, 시험지에 옮겨 적고, 정해진 답을 맞히면 공부를 잘한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방식은 로봇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피타고라스 공식을 외우는 것과, 그 공식이 어떻게 나왔는지 스스로 증명해보려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암기지만, 후자는 탐구다.

그리고 진짜 공부는 바로 그 탐구에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아이는 학습을 하고, 어른은 독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습은 모방이다.

글씨를 따라 쓰고, 선생님의 방식을 흉내 내고, 정해진 틀 안에서 배우는 일이다.

하지만 어른이 해야 할 공부는 거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어른의 공부는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깊이 파고드는 일이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독학은 외롭게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공부가 아니다.

특정한 스승을 두지 않는 대신, 최고의 책들을 스승으로 삼는 일이다.

이 문장이 참 좋았다.

독학은 고독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수많은 스승을 곁에 두는 일이라는 점.

좋은 책 한 권을 제대로 읽는다는 건, 한 사람의 사고방식 전체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중요한 건 저자의 말에 무조건 동의하는 게 아니다.

그가 어디에서 출발해 어떤 경로로 결론에 이르렀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책은 믿고 따르는 금과옥조가 아니라, 더 깊이 생각하기 위한 도구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저자는 명저라고 해서 모두 옳은 것은 아니라고도 말한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예로 들며, 유명한 학자의 이론도 결국 특정 시대와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가설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책을 읽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유명한 책, 유명한 저자, 권위 있는 이론 앞에서 쉽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독학하는 사람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그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생각이 시작된다.

또 하나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교양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곧바로 교양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교양은 지식을 지혜로 바꾸고, 그것을 삶의 태도로 옮길 때 완성된다.

저자는 교양을 세상에 잘 보이기 위한 처세술로 보지 않는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가진 지식을 어떻게 삶에 적용할지 고민하는 윤리적인 태도로 본다.

이 부분에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과 ‘책을 통해 달라지는 사람’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학이라는 세계』는 읽으면서 책의 밀도가 꽤 높다고 느껴졌다.

한 장 한 장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책이라기보다, 모르는 개념과 낯선 인물, 익숙하지 않은 사유의 방식이 계속 등장해서 자주 멈춰 서게 되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게 맞나, 내 독서 방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에도 책을 읽고 나면 내용이 쉽게 잊히는 것 같아 아쉬움과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머리에 남는 독서’와 ‘직접 조사하고 정리하는 공부’에 관한 부분을 읽으며 조금은 그 답답함이 해소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내가 책을 못 읽었던 것이 아니라 너무 빨리 이해하고 너무 빨리 넘기려 했던 것은 아닐까?

조금 느리더라도 직접 키워드를 적고, 모르는 내용을 찾아보고,

내 언어로 정리해보는 독서라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학의 방법에 관한 부분도 현실적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그럴듯한 답은 금방 나온다.

하지만 그것은 정보일 뿐이고, 살아 있는 지식은 직접 조사하고 정리할 때 생긴다고 말한다.

궁금한 주제가 있다면 먼저 키워드를 세분화하고, 백과사전과 관련 책을 찾아보고, 목차와 색인, 참고문헌까지 확인하라고 한다.

가능하면 직접 서점에서 책을 살펴보고,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읽을 책과 참고할 책을 분류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 조금 번거롭고 느린 방식이지만 바로 그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눈이 생길 수 있다.

생각해보면 요즘 나는 너무 빨리 답을 얻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검색하고, 책도 빨리 읽고, 필요한 문장만 뽑아내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붙잡고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꼈다.

독학은 효율과는 조금 먼 세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비효율 속에서 인간다운 힘이 자란다.

추리력, 지구력, 다각도로 보는 능력, 가설을 세우는 힘 같은 것들 말이다.

저자가 니체의 말을 빌려 설명하듯, 공부가 남기는 진짜 가치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공부하는 과정에서 단련되는 능력에 있다.

『독학이라는 세계』는 당장 시험 점수를 올리는 책도 아니고,

빠르게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실용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더 빠르게 배우는 법이 아니라, 더 깊이 생각하는 법을 말한다.

남이 정리해준 답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사람이 되라고 조용히 등을 밀어준다.

책을 읽고 나니 독학이라는 말이 읽기 전과는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독학은 혼자 공부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삶을 자기 힘으로 이해해가는 과정이었다.

AI가 답을 알려주는 시대에도, 아니 오히려 그런 시대이기 때문에 인간은 더더욱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만의 판단과 사고를 가진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요즘 배우고는 있는데 이상하게 공허한 사람,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내 생각은 희미해진 것 같은 사람,

책을 읽어도 오래 남는 것이 별로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면 좋겠다.

빠르게 읽고 넘기기보다, 한 문장 앞에서 멈추고 자기 삶과 연결해볼수록 더 깊게 들어오는 책이었다.

'클랩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독학은 배움(Learn)이 아니라 스터디(Study)다. 여기서 말하는 스터디란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뜻하는데, 우리말로 딱 들어맞는 표현이 없다. ‘연구’라고 해석하면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인 학습이나 공부라는 단어를 쓰더라도,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스터디’라는 점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독학이라는 말에는 왠지 고독한 느낌이 묻어난다. 혼자서 묵묵히, 다소 우울하게 책상 앞에 앉은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독학의 ‘독(獨)’은 외로움을 뜻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스승을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정한 스승을 두지 않는 대신, 많은 것들을 스승으로 삼는다. 그것도 어설픈 스승이 아니라 최고 수준의 스승을 곁에 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고의 ‘책’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 독학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