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의 마음 트래킹 - 모순덩어리 한국인을 이해하는 심리 열쇠
김경일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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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강하게 느껴졌던 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피로가 단순히 일이 많아서 생기는 피곤함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늘 바쁘고 지쳐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쉽게 쌓이는 억울함,

금방 날이 서는 마음, 이유를 다 설명하지 못한 채 반복되는 예민함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김경일의 마음 트래킹』은 바로 그 막연한 상태를 성격 문제로 넘기지 않고,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 구조 안에서 읽어내는 책이다.

책은 한국 사회를 ‘고각성 사회’라고 설명한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뒤처질 것 같고,

늘 무언가를 놓치지 않으려 긴장한 채 살아가는 사회라는 뜻이다.

이 표현이 인상 깊었던 건, 너무 익숙한 일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휴가 중에도 일 생각을 하고, 잠을 줄이면서까지 해야 할 일을 붙잡고,

그렇게 지쳐 있으면서도 정작 밤에는 짧은 자극을 끊지 못하는 삶 말이다.

책은 이런 모습을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몰아가지 않고,

사회 전체가 오랫동안 긴장 상태를 기본값처럼 끌고 온 결과로 본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남는 건 ‘만성 울분’에 대한 이야기다.

김경일 교수는 울분을 단순한 화가 아니라 억울함과 분함이 오래 해소되지 못한 채 굳어진 감정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PTSD와 PTED를 구분하는 시선도 인상적이다.

공포와 불안이 중심이 되는 PTSD와 달리, PTED는 부당함과 원망, 억울함, 분노가 중심이 되는 정서다.

이 대목을 읽다 보면 왜 우리는 무섭다고 말하기보다 억울하다고 말하는 데 더 익숙한지,

왜 작은 갈등도 쉽게 깊은 분노로 번지는지 조금 이해하게 된다.

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더 약한 사람이 더 크게 처벌받고,

정당하게 행동한 사람이 오히려 손해 보는 사회에서는 울분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다.

이 책은 결국 감정을 키우는 건 개인의 예민함만이 아니라,

공정해야 할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무너지는 신뢰라고 말하는 듯하다.

충동성에 대한 장도 꽤 현실적이다.

사람들은 왜 충동적인 사람에게 끌릴까?

왜 막말을 솔직함으로 착각하고 빠른 결정을 능력으로 오해할까?

책은 충동성을 하나의 성격이 아니라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특히 비계획적 충동성을 지닌 사람들이 왜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소비되는지를 짚는다.

동시에 그런 충동성이 혐오와 결합할 때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도 보여준다.

혐오는 가장 빠르고 값싸게 동원할 수 있는 감정 자원이고,

충동적인 권력자는 그것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집단을 움직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충동적인 사람을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런 인물에게 쉽게 끌리는 대중의 심리까지 함께 돌아보게 만든다.

좋았던 건 이 책이 감정을 무조건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울분도, 분노도, 불안도 모두 살아 있다는 신호라고 본다.

다만 그 감정이 곧바로 판단을 대신하게 두지 말라고 말한다.

억울하다는 감정이 곧 “세상은 끝났다”는 결론으로 넘어가는 순간,

사람은 감정 자체보다 그 감정이 만든 해석에 휘둘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감정을 없애는 법보다,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묻는 책처럼 느껴진다.

또 이 책은 이 외에도 한국 사회의 여러 단면을 촘촘하게 다룬다.

자극과 보상에 길들여진 ‘도파민국’, 쉬고 있지만 쉬지 못하는 ‘쉬었음’ 청년, 잠을 줄이는 것을 성실함처럼 여기는 수면 경시,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붙들린 외모 강박, 전화와 대면을 꺼리는 대면 기피,

스스로를 정의하지 못하는 정체성 빈곤, 진실보다 그럴듯함이 먼저 소비되는 불싯의 시대,

그리고 익숙해서 더 쉽게 놓치는 이분법의 함정까지 다룬다.

그래서 『김경일의 마음 트래킹』은 한두 가지 감정만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쉽게 예민해지고, 지치고, 흔들리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추적해보는 책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21세기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울분을 이루는 핵심 구성 요소 두 가지가 있다. 억울함과 분함이다. 이 두 감정이 결합하면 상황에 따라 강한 분노로 표출될 수 있다. 다만 두 감정의 결이 서로 다름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은 비슷해 보인다. 그 결과 분노와 억울함, 울분은 서로 다른 원인에서 파생된 감정임에도 자주 혼동된다. 과거 나라를 잃고 국민이 느낀 울분과 오늘날의 극단적 분노 표출이 ’울분‘이라는 단어로 묶여 혼용,오용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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