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밤의 뮤지컬 -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N차 관람 뮤지컬의 감동 Collect 37
윤하정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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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밤의 뮤지컬』은 제목 그대로, 30편의 대표 뮤지컬을 따라 밤의 무대를 여행하는 책이다.

저자 윤하정은 머리말에서 무대를 “밤의 산물”이라 부른다.

하루의 일과가 느슨해지는 그 시간, 무대 안팎에는 그날의 클라이맥스를 맞이하는 사람들(제작진·배우·연주자·관객)이 모이고, 한순간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이 공연장을 채운다는 고백으로 책의 결을 잡는다. 그리고 그 무대를 좇느라 오랫동안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밤에는 공연장으로, 낮에는 공연장 안팎에서 배우와 관계자를 만나고 원작과 배경을 탐험하며 기사와 방송을 이어온 시간이었다. 이 책은 그 세월이 흩어지지 않도록 관람·취재·기록을 아카이브로 엮어낸 결과물이다.

구성은 ‘하루 한 편’의 리듬을 닮았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뮤지컬 서른 편을 중심에 두고, 15개의 카테고리로 정리한다.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의 인기작부터 프랑스·오스트리아 뮤지컬, 우리 색이 짙은 창작뮤지컬, 1~2인극 소극장 작품부터 블록버스터급 대극장 공연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단순한 관람기라기보다, 자칫 단편적인 기사로 흩어질 수 있는 기록을 섬세하게 이어 붙인 입체적 안내서에 가깝다. 뮤지컬이 완성도 높은 종합예술이면서 가장 대중적인 공연예술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화려한 무대 뒤에는 시대와 문화, 삶의 방식, 인간의 깊은 내면이 겹겹이 숨어 있음을 한 편씩 꺼내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이 다정한 이유는 ‘용어’부터 잡아주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공연시장의 양대 산맥인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를 설명하면서,

웨스트엔드는 런던의 상업 공연지구, 브로드웨이는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중심 공연가라는 배경을 짚는다. 또한 국내 무대에서 자주 헷갈리는 오리지널·라이선스·창작뮤지컬의 구분도 명확하다.

해외 팀이 내한해 공연하면 오리지널(정확히는 내한공연에 가깝고), 저작료와 판권을 구입해 한국 제작진이 한국어로 올리면 라이선스, 우리 제작진이 만든 작품은 창작뮤지컬. 여기에 토니 어워즈(1947~)와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1976~)처럼 공연계의 대표 시상식, 뮤지컬의 노래를 뜻하는 ‘넘버’,

같은 선율을 반복하는 ‘리프라이즈’, 더블/트리플 캐스팅과 원 캐스팅의 차이까지 친절하게 정리해 둔다. 덕분에 입문자도 길을 잃지 않고, 마니아는 자신이 아는 공연을 정리된 언어로 다시 만난다.

이 책은 한때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던 〈오페라의 유령〉·〈레미제라블〉·〈캣츠〉·〈미스 사이공〉에서 출발한다. 기준은 단순하다.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들이라는 것. 모두 영국산으로, 〈캣츠〉(1981)·〈레미제라블〉(1985)·〈오페라의 유령〉(1986)·〈미스 사이공〉(1989)이 그 순서로 무대에 올랐다.

세월이 흐르며 순위가 바뀌었을지라도, 이 작품들이 지금도 멋진 선배처럼 무대를 지키며 젊은 관객과 진솔하게 소통하는 이유를 저자는 계속 질문한다. 이 질문이야말로 책을 단순 정보 모음이 아닌, 공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묶어준다.

예컨대 Day 1 〈오페라의 유령〉에서 저자는 작품의 주요 기록부터 또렷하게 정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35년 이상 쉬지 않고 공연된 유일한 뮤지컬이며(브로드웨이는 2023년 폐막), 2010년 런던 만 회, 2012년 뉴욕 만 회를 돌파해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왜 이 작품이 오래 버티는가를 “변치 않는 클래식함”으로 풀어낸다. 19세기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재현한 웅장한 무대, 200여 벌의 의상, 대형 샹들리에 같은 볼거리뿐 아니라, 드라이아이스와 촛불을 활용한 장면 구성, 도르래와 케이블로 설계된 샹들리에 추락의 기술적 구현까지 ‘무대가 어떻게 가능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핵심은 결국 음악이다.

‘The Phantom of the Opera’의 파이프 오르간, ‘The Music of the Night’의 다감한 내면, ‘All I Ask of You’와 이어지는 팬텀의 리프라이즈가 같은 선율을 전혀 다른 감정으로 무겁게 만드는 방식까지.

한 작품에서 이렇게 많은 히트곡이 나온 뮤지컬로도 명성은 깨기 힘들 것이라는 문장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읽는 쪽이 납득하게 된다. 게다가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의 실제 공간(지하 수공간)과 원작 소설을 연결하며 ‘런던에서 시작된 영국산 뮤지컬이 왜 프랑을 쓰는가’ 같은 궁금증까지 자연스럽게 해소해 준다. 공연을 본 사람은 장면이 다시 선명해지고, 못 본 사람에겐 꼭 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만든다.

Day 2 〈레미제라블〉은 또 다른 방식으로 독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이 작품을 저자는 가슴을 파고드는 포근한 인류애라고 부른다. 제목부터가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며, 빵 하나로 19년을 복역한 장발장이 미리엘 주교의 관용을 통해 새사람이 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은촛대까지 내어주는 작은 자비가 장발장의 삶뿐 아니라 주변의 삶까지 바꿔 놓고, 그 사랑은 마리우스와 코제트, 에포닌, 그리고 자베르의 원칙이 무너지는 비극까지 큰 파문으로 번진다.

혁명의 바리케이드와 ‘One Day More’ 같은 대서사 장면이 유명하지만, 결국 이 작품이 오래 남는 이유는 절망 속에 피어난 작은 사랑과 희망의 불씨를 끝까지 놓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또한 〈레미제라블〉의 포스터가 장발장이 아닌 어린 코제트인 이유를 상징으로 풀어주는 대목은, 작품을 한 번 더 깊게 보게 만드는 지점이다. 코제트는 비참한 인간의 상징이면서도 사랑과 포용, 새로운 삶을 향한 의지, 곧 작품이 말하는 방대한 인류애를 몸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설명은 공연을 보고 난 뒤에도 오래도록 곱씹게 만든다.

결국 『30일 밤의 뮤지컬』이 주는 선물은 정보만이 아니다.

저자는 30일의 밤 동안 자기만의 시공간에서 30편의 뮤지컬을 감상하며 색다른 감동을 느껴보라고 초대한다. 입문자에게는 가장 친절한 가이드로, 애호가에게는 공연장의 공기와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기록집으로 기능한다. 화려한 장면 뒤의 역사와 맥락을 알고 나면, 공연은 더 깊고 오래 남는다.

이 책은 그 깊이를 어렵지 않게 건네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정한 초대장이다.


'동양북스 서포터즈 2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한때 세계 4대 뮤지컬로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캣츠〉 〈미스 사이공〉을 꼽았습니다. 기준이 무엇일까요? 단순하게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들입니다. 모두 ‘영국산’으로 〈캣츠〉가 1981년, 〈레미제라블〉이 1985년,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미스 사이공〉은 1989년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세기가 달라지고 새로운 인기 뮤지컬도 많아진 만큼 순위가 조금은 바뀌었을 듯한데요. 그럼에도 대다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마흔 살 안팎, ‘라떼’나 ‘꼰대’ 수식어가 달릴 이들 뮤지컬이 꾸준히 ‘멋진 선배’ ‘진정한 리더’로 무대를 지키며 자신보다 어린 관객들과도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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