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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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이상하게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문장이 길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망설임이 너무 익숙해서였다.

‘행복할 거야’라고 말해 놓고도 바로 뒤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라고 붙이는 마음.

딱 그 정도의 거리감으로 나는 요즘을 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책을 펼치기 전부터, 이 이야기가 나를 다그치기보다는 조용히 옆에 앉아 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읽는 내내 느낀 건, 이 책이 어떤 결론을 급하게 꺼내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무조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지도 않고, 마음먹으면 다 된다는 식으로 등을 세게 밀지도 않는다.

대신 우리가 왜 자꾸 멈칫하는지, 무엇이 우리를 조심스럽게 만드는지 그 이유를 먼저 바라본다.

그래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왜 이걸 이렇게까지 참고 있었지?’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책이 내 마음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내가 내 마음을 다시 보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었다.

책 속 이야기들은 대단한 사건으로 채워져 있지 않다.

오히려 너무 일상적이라서, 나도 이런 날 많았는데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평범함이 좋았다.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의미가 생기는 게 아니라,

별일 없이 지나간 하루에도 분명히 무게가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해준다.

삶이 거창한 순간들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담담한 문장들이 계속 상기시킨다.

중간중간 마음에 콕 박히는 말들이 있었다.

특히 “우리는 다 알면서도 못 한다”는 식의 결을 가진 문장들은 괜히 뜨끔하게 만들었다.

늘 머리로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 생활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채였던 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시작을 너무 크게 잡아서라고 말해 주는 쪽에 가깝다.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에 시작하려다 보니, 결국 시작을 미루게 된다.

그러고는 “왜 나는 이것도 못 하지?” 하면서 나 자신을 더 몰아붙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자주 반복하던 그 흐름이 떠올라서 공감이 되기도 했다.

관계에 대한 부분에서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잘해주려는 마음이 커질수록, 오히려 말이 거칠어지거나 기준이 높아지는 순간이 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 정도는 알아주겠지’ 하면서 함부로 굴게 되는 날도 있고.

이 책은 그런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다.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걸 하라는 말보다, 상처가 되는 말을 줄이는 게 먼저라는 식이다. 칭찬을 쌓는 것보다 비난을 참고, 배려에 조건을 붙이기보다 상대가 편안해질 수 있는 거리를 남겨두는 것. 그런 이야기들이 지나치게 교훈처럼 들리지 않고, 실제로 내가 해봤던 실수들 위에 조용히 얹히는 느낌이라 오래 남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혼자 단단해지는 삶’을 멋지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버티는 힘을 의지력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누군가의 존재가 만들어 주는 여백을 중요하게 다룬다.

힘든 날에 대단한 해결책이 필요했던 게 아니라,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해주는 한 사람만 있었어도 견딜 수 있었던 순간들.

그런 장면들이 떠올라서 책을 덮고도 한참 생각이 이어졌다.

이 책의 구성도 글이 길지 않아서, 어느 날은 몇 장만 읽고 덮어도 충분했다.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긴 글을 따라갈 힘이 없을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럴 때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필요할 때 다시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읽고 나서 남은 생각은 의외로 단순하다.

나는 늘 나 자신에게만 유독 엄격했고, 그 엄격함을 성실함이라고 착각해왔다.

그런데 성실함이란 이름으로 나를 계속 조여 오면,

결국 남는 건 지친 마음뿐이라는 사실을 이 책이 조용히 보여줬다.

그래서 나는 요즘, 잘해내는 것보다 오늘을 무사히 지내왔다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무언가를 대단히 바꿔주지 않는다. 대신 내 하루에 붙어 있던 불필요한 힘을 조금 풀어준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얼마나 자주 나를 몰아세웠는지,

얼마나 자주 스스로에게 허락을 미뤘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엔, 내 생활을 통째로 고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오늘만큼은 내 마음을 조금 덜 다그쳐 보겠다는 생각이 남는다.

그 정도 변화면 충분하다고, 이 책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 같다.


'부크럼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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