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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인두투스 : 입는 인간 - 고대 가죽옷부터 조선의 갓까지, 트렌드로 읽는 인문학 이야기
이다소미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2월
평점 :

아침마다 옷장 앞에서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입을 옷은 많은데, 왜 입을 게 없지?”
옷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늘의 기분과 만날 사람,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게 어떤 느낌으로 보이고 싶은지를 생각하다보면 선택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옷은 단순히 몸을 덮는 천이 아니라, 내가 어떤 존재인지 보여 주는 표식이자 언어에 가깝다. 말하기 전에 이미 나를 소개하고, 때로는 내가 의식하지 못한 내 욕망과 관계의 거리까지 드러낸다. 그래서 누군가의 옷차림을 보면 취향이나 직업뿐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시대의 규범과 분위기, 즉 그 시대의 공기까지 함께 느껴지기도 한다.
『호모 인두투스, 입는 인간』은 우리가 평소 막연하게 느끼던 이 감각을 출발점으로 삼아,
옷을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의미를 담아 말하는 하나의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 이다소미는 옷의 1차 목적이 맨몸의 부끄러움을 가리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말하면서도, 인류는 곧 옷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고 신분과 욕망, 바람을 표현해 왔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가 옷을 언어적 기호로 보았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옷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한 시대를 기록하는 역사적 문서이며 이런 복합성을 담아 저자는 ‘입는 인간’—호모 인두투스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 책은 인간이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는지라는 질문을 창세기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가 무화과 잎으로 치마를 엮는 장면은 옷의 시작이 부끄러움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 신이 두 사람에게 가죽옷을 입히는 대목에서 옷은 보호와 생존을 위한 도구로 확장된다. 인간은 강한 신체를 타고난 존재가 아니라, 취약함을 도구로 보완해 온 존재였고, 옷은 태초부터 그 곁을 지켜온 가장 오래된 기술이었다.
바지의 변천사는 옷이 어떻게 문명을 바꾸었는지를 보여준다.
말 위에서 살아야 했던 스키타이 유목민에게서 시작된 바지는 실용성과 기동성이라는 필요를 충족시키며 퍼져나갔고, 제국의 확장과 함께 동서로 전파되었다.
처음에는 ‘야만인의 옷’으로 배척되었지만, 결국 군사 개혁과 혁명을 거치며 평등과 저항의 상징이 된다. 프랑스 대혁명에서 귀족의 무릎 바지를 거부한 ‘상퀼로트’는, 옷 한 벌이 정치적 선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옷이 사회의 규범을 얼마나 강하게 조여오는지도 인상적으로 드러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가 날씬한 체격임에도 코르셋을 조여 입는 장면은,
미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한 여성성의 표준을 따른 결과다.
코르셋은 몸을 꾸미는 장치이자, 자세와 행동을 규율하는 통제의 도구였다.
옷은 자유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억압의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산업혁명은 옷의 세계를 다시 흔들었다. 직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며 왕실과 귀족의 전유물이던 실크와 레이스가 시민들에게 확산되었고, 화학 산업의 발전은 염색의 가능성을 폭발적으로 넓혔다. 그러나 화려함에는 대가가 따랐다. 비소가 포함된 셸레 그린, 에메랄드 그린 염료로 만든 ‘죽음의 초록 드레스’는 실제로 건강과 생명을 위협했고, 결국 역사 속에서 퇴출되었다. 아름다움의 이면에 기술과 윤리의 문제가 늘 함께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렌치코트의 역사 역시 옷이 기능에서 상징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참호전의 진흙과 냉기 속에서 병사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트렌치코트는 전쟁 이후 거리와 스크린으로 옮겨가며, 품위와 쓸쓸함을 동시에 상징하는 클래식이 되었다.
실용이 시간이 지나 미학이 되는 순간이다.
이 흐름은 에르메스와 버킨백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1984년, 제인 버킨이 비행기에서 에르메스 CEO 장 루이 뒤마에게 가방 사용의 불편함을 털어놓자,
그는 즉석에서 냅킨 위에 새로운 가방을 스케치한다.
그렇게 탄생한 버킨백은 기능성과 세련미를 동시에 갖춘 아이콘이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명품 시장의 정점에 서 있다. 에르메스의 가치는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수작업을 고수하는 장인 정신과 흔들리지 않는 경영 철학에서 비롯된다.
대량생산 대신 희소성을 택하고, 가족 지분을 통해 철학을 지켜온 선택은 브랜드를 가격 경쟁 밖으로 밀어 올렸다.
결국 『호모 인두투스, 입는 인간』은 옷을 통해 인간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규정되고 또 스스로를 드러내는지를 보게 만든다. 한 벌의 옷은 단순한 취향의 결과가 아니라, 그 시대가 정해 놓은 기준과 기술의 변화, 권력의 작동 방식, 그리고 우리가 품은 욕망이 겹쳐진 결과물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옷은 ‘무엇을 입었는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입게 되었는가’를 묻게 된다.
결국 옷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건, 내가 어떤 규범 속에서 살아왔고 어떤 방식으로 나를 만들어 왔는지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는 뜻이다. 이 책은 ‘입는 행위’가 곧 자기표현이면서 사회와의 협상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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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맘 @gbb_mom / 하하맘 @wlsdud2976' 서평단을 통해,
'해뜰서가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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