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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앉아있는 사람을 위한 책 - 놀랍도록 간편하고 짜릿하게 효과적인 사무직의 통증 해소법
엔도 겐지 지음, 신희라 옮김 / 사이드웨이 / 2025년 10월
평점 :

“딱히 큰 병은 아닌데, 늘 피곤하다.”
“밤에 자도 개운하지 않고, 낮이면 머리가 멍하다.”
“어깨랑 목이 항상 뻐근한데, 그냥 직업병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출근만 하면 괜히 예민해지고, 사람 말 한마디에도 더 상처받는다.”
요즘 주변에서, 그리고 내 입에서도 자주 나오는 말들이다. 우리는 이 모든 걸 스트레스, 나이, 멘탈 탓으로 돌리면서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 채 버틴다. 『아주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을 위한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강하게 브레이크를 건다. 당신이 겪는 무기력, 불면, 짜증, 두통, 눈의 피로가 “그냥 내 성격, 내 멘탈”이 아니라, 의자 앞에 앉아 있는 그 자세, 그 시간에서 비롯된 아주 구체적인 결과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몸의 언어로 설명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말 그대로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붙어 있는 사람을 위해 쓰였다. 저자는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붙잡고 있는 직장인뿐 아니라, 하루 두 시간 이상 앉아서 일하는 사람까지 모두 사무직으로 부른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이 ‘앉아 있는 방식’ 자체가 어깨와 목, 허리의 결림을 만들고, 그 결림이 몸과 마음 전반에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어깨 결림은 단순한 근육통이 아니다. 저자는 결림이 구역감, 현기증, 무기력, 집중력·기억력 저하, 불안, 불면, 눈의 피로와 시야 흐려짐 같은 증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통증이 계속되면 뇌의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고,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며, 몸과 마음이 계속 긴장 모드(교감신경 우위)에 갇힌다. 그 결과 업무 효율은 떨어지고, 출근이 싫어지고, 사람과 일에 대한 여유가 사라지면서, 결국 우울증이나 자율신경기능이상 같은 마음의 병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멘탈 문제”라고만 여기는 많은 증상이 사실은 목·허리 결림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집요하게 짚어낸다.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부동화’다. 근육은 원래 움직이면서 혈액을 펌프질하고, 영양과 효소를 받고, 피로물질을 내보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같은 자세로 계속 앉아 있으면 근육이 움직이지 못하고, 펌프가 멈추듯 혈액순환도 떨어진다. 혈관이 압박을 받으면서 피로물질과 수분이 쌓이고, 그 피로감이 결림과 통증으로 바뀐다는 것이 기본 메커니즘이다. 통증이 생기면 몸은 반사적으로 더 긴장하고, 더 긴장한 근육은 다시 혈류를 나쁘게 만들며, 통증은 만성화된다. 저자는 “단 30분만 가만히 있어도 근육은 굳기 시작한다”는 연구를 근거로, 아무리 바빠도 최소한 30분마다 한 번은 자세를 풀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상황은 훨씬 나빠진다. 마감, 실적, 인간관계 같은 업무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더욱 흥분시키고, 근육을 쉽게 뭉치게 만들며, 통증에 대한 민감도까지 높인다. 결림과 통증이 자율신경을 교란시키고, 교란된 자율신경이 다시 통증과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저자는 사무직의 하루는 인체 설계 기준으로 보면 “매우 부적절한 환경”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겪는 피로와 짜증, 무기력을 단순 의지 부족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도록 시선을 돌려 준다.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도 여기에 기름을 붓는다. 머리는 체중의 약 10퍼센트를 차지하는 무거운 구조인데, 고개를 15도, 30도, 60도로 숙일 때마다 목이 버텨야 하는 하중은 두 배, 세 배, 다섯 배까지 늘어난다. 출퇴근길과 쉬는 시간 내내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자세는 목뼈의 정상적인 커브를 무너뜨리고 ‘일자 목’·‘거북 목’을 만든다. 그 부담은 다시 목과 어깨 근육으로 전가되어 결림과 통증을 악화시키고, 두통과 눈의 피로, 만성 피곤함으로 이어진다. 허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엉치뼈 앉기’나 무리한 ‘좋은 자세’ 고집은 척추의 곡선을 잃게 만들고, ‘일자 허리’나 과도한 요추 전만을 부르며 요통을 심화시킨다.
이 책의 장점은, 여기서 “몸이 이렇게 망가진다”는 경고만 던지고 끝내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까지 꼼꼼히 제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도쿄의과대학에서 척추·척수 연구와 진료를 병행해 온 정형외과 의사이자, 스스로도 어깨 결림과 요통을 겪어 본 환자였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일상에서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세 가지 기본 운동(어깨뼈 떼어내기 스트레칭, 골반 진자 운동, 까치발 체조)을 소개하고, 각각이 어떤 원리로 통증을 줄이는지까지 설명한다. 각 동작에 QR코드를 달아 실제 영상을 보며 따라 할 수 있게 한 구성도, “운동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인상을 준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흘려 보내기 마사지’와 ‘근막’ 개념이다. 저자는 우리가 익숙하게 믿어온 “세게 주무르면 풀린다”는 생각이 오히려 근육에 미세 상처와 내출혈을 일으키고, 회복 과정에서 섬유화가 생겨 더 단단한 덩어리로 굳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이 책이 제안하는 마사지는, 통증 부위를 손가락으로 모아 근섬유의 방향을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쓰다듬어 피로 물질과 불필요한 수분을 ‘흘려 보내는’ 방식이다. 근육을 둘러싼 유연한 조직인 근막에 쌓인 부기를 빼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통증이 느껴지는 자세에서 5회 정도만 시행하라고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결국 이 책은 “더 운동해라, 더 노력해라!”라고 다그치는 대신, 우리가 이미 살고 있는 방식 안에서 몸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기술을 가르쳐 준다. 오래 앉아 있는 삶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그 앉아 있는 시간을 덜 고통스럽게, 덜 위험하게 만드는 방법을 더하자는 제안이다. 그래서 『아주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을 위한 책』은 사무직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루는 건강서이자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이유 없이 피곤하고, 집중이 안 되고, 잠도 잘 오지 않는 날들이 이어질 때, 이 책은 그 모든 과정을 몸의 흐름과 신호를 통해 차분히 풀어 설명해 준다. 그리고 “단순한 결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 온 통증들을, 지금 당장 돌봐야 할 중요한 신호라고 다시 일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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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앤 @yozo_anne 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사이드웨이 @sideways_pub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제1장 정리 근육은 계속 움직이지 않으면 굳는다. ‘부동화’가 결림과 통증의 원인이다. 스트레스는 긴장을 일으켜 결림과 통증을 악화시킨다. 스마트폰을 보는 자세가 머리를 훨씬 무겁게 만든다. 일자 목, 일자 허리 때문에 목, 어깨, 허리 통증이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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