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
박현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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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 책 내용을 짧게 표현하자면,

북촌의 한옥 호텔을 어떻게 브랜딩했는가를 넘어,

브랜드를 고르고 키우고 확장하는 사고 시스템 전체를 보여 주는 책이다.

이 책은 먼저 우리는 하루에 평균 150번의 선택을 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 16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6분 24초마다 뭔가를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퇴근 후 운동을 할지 쇼츠를 볼지 등…

이렇게 선택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끝나 있고,

인생은 정말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저자는 브랜딩도 결국 수많은 선택의 누적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자신의 쓸모를 찾지 못하면 불안이 병이 되기 쉽지만,

성실하게 움직이고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촉을 세우고 있다면,

그 쓸모를 발견할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고 덧붙인다.

이때 브랜딩은 나만이 가진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세상엔 좋은 아이디어와 멋진 콘셉트를 가진 브랜드가 넘쳐 나지만, 오래 기억되는 브랜드는 상대적 희소성이 아니라 오직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절대적 희소성을 가진 곳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희소한데 내용까지 건전하면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동시에 붙잡고, 여기에 진정성이 더해지면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브랜드가 된다. 북촌이라는 장소 자체가 이미 그런 희소한 원천이라는 지점에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공간으로 이어진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북촌은 조선 건국 이후 600여 년 동안 지식인들의 중심지였다.

과거에 급제한 신진 사대부가 살던 곳이었고, 북학파·개화파 같은 진보적 지식인이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였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시간을 “지역이 가진 사라지지 않는 인장”이라고 부르며, 어원적으로 브랜드가 자기만의 안장을 만드는 일이라면, 북촌은 이미 뛰어난 브랜드였다고 말한다. 다만 그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아직 제대로 발굴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 잠재력을 실제 브랜드로 옮기는 과정이 1장 ‘싱킹’에 나오는 여섯 개의 키워드, 형식–지관–원천–감수–역전–전진이다. 형식은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으로 보는 단계다. 이름, 로고, 서비스, 조직 문화까지 모두 합쳐 이 브랜드는 어떤 사람처럼 느껴져야 하는가를 정하는 것, 사랑받는지 외면받는지는 결국 이 사고 시스템에서 갈린다고 말한다. 지관(止觀)은 멈추어 보는 태도다. 저자는 넓게 보기·높게 보기·깊게 보기라는 세 축으로 지관을 풀어낸다. 시장과 경쟁사, 라이프스타일과 데이터를 가로지르는 넓은 시야, 지금 내가 서 있는 관점이 적절한지 되묻는 높은 시야, “왜, 무엇을 위해, 어떤 의미인가”를 끝까지 묻는 깊은 시야. 북촌 한옥마을이 주거·관광·상업이 뒤섞인 공간으로 바뀌는 가운데, 무계획적 개발이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과 오버투어리즘을 피할 수 있는 체계적 기획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이 지관에서 나왔다. 원천은 한 번의 히트 아이템이 아니라 오래 퍼 올릴 수 있는 금맥을 찾는 단계이고, 감수는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위해 단기적 편리와 수익을 감내하는 결단이다. 역전은 한옥의 불편함 같은 약점을 프라이버시와 고유성이라는 강점으로 바꾸는 관점이고, 전진은 이 모든 것을 고객이 먼저 찾아오는 구조로 연결하는 마지막 단계다.

이 사고 구조 위에서 저자는 노스텔지어의 브랜드 에센스를 “600년 북촌의 역사성과 현대적 호스피탈리티가 만나는 유일무이한 공간”으로 정의하고, Curated–Conscious–Crafted라는 세 단어로 압축한다. 공간 하나하나에 의미와 이야기를 담아 큐레이션된 호스피탈리티(Curated), 북촌의 진보적 전통과 창조적 에너지를 이어받는 의식 있는 공간(Conscious), 한국 아티스트와 협업해 한국 미학의 깊이와 섬세함을 보여 주는 공예적 완성도(Crafted). 이 3C가 이후 모든 확장과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

2장 ‘빌딩’은 이 에센스가 실제 한옥에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 준다. 청기와를 두른 블루재는 그중 특히 상징적인 공간이다. 청와대 기와 장인이 만든 푸른 기와 아래, 저자는 “무엇을 고치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끝없이 질문한다. 한옥의 오래됨과 불편함을 완전히 지워버리기보다, 그 질감과 결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적 편의와 동선을 섬세하게 더해 “시간이 머무는 방”이라는 경험을 설계한다. 이 집을 비롯한 여러 한옥이 호텔이 아니라 문화 플랫폼이자 세계관의 무대로 설계되었다는 점이, 많은 온라인 리뷰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으로 언급된다.


3장 ‘디깅’은 이 세계관을 북촌 바깥으로 어떻게 파고들어 확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실제 노스텔지어 고객들이 “이 공간의 감각을 집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요청하면서, 북촌막걸리와 북촌소주가 탄생한다. 북촌막걸리는 외국인 VVIP와 호텔 게스트를 위한 만찬주이자 웰컴 드링크로 기획되었고, 500년 발효 비법 전통주를 현대적 미학과 지속 가능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켜, 기존 막걸리와는 다른 품격의 아이콘으로 포지셔닝한다. 북촌소주는 북촌막걸리의 인기에 힘입어, 같은 세계관 안에서 파생된 로컬 소주 브랜드로 이어진다.

이 술들은 많이 팔기 위한 상품이기 이전에, 북촌이라는 장소와 노스텔지어의 에센스를 한 병에 응축한 “마실 수 있는 브랜드 경험”에 가깝다.


기념품숍 카트카트(K-Art Cart)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북촌 한옥마을에 외국인 관광객이 마음 놓고 살 만한 품격 있는 기념품이 거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워, “한국 아티스트의 작품을 일상 제품으로 만드는 라이프 크래프트 브랜드”를 만들자는 결심에서 탄생한 곳이다. 작가의 원화를 그대로 인쇄한 굿즈가 아니라, 작가의 세계를 생활 속 물건으로 번역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스스로 그림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마니아라고 말하며, 객실에서 전시를 열 때 작가를 고르는 기준 네 가지를 이야기해 준다. 해당 기준을 바탕으로 열린 전시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국 고가구전이고, 이런 시도가 쌓이면서 노스텔지어에 묵으러 갔다가 전시를 보고, 작가의 굿즈를 사서 나오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디깅의 시선은 도시 전체로 확장된다. 저자는 가회동을 두고 “포르투처럼 될 수 있을까?”를 자문하며, 도시 브랜딩과 로컬 브랜딩의 차이를 짚는다. 로컬 브랜딩이 특정 장소나 가게, 제품에 초점을 맞춰 깊이를 만드는 일이라면, 도시 브랜딩은 개별 로컬들이 서로 이어지고, 도시의 역사·문화·일상이 하나의 서사로 흐를 수 있도록 전체 구조와 방향을 설계하는 작업에 가깝다. 북촌1777 같은 도시 캠페인이 바로 그런 시도의 대표적 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브랜드가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려면 어디까지 생각하고, 어디까지 파고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한 편의 긴 이야기를 들은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가 말하는 지관–형식–원천–감수–역전–전진으로 이어지는 여섯 단계는 결국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멈춰 보고(止觀), 넓고 높고 깊게 바라본 뒤, 나만의 원천을 찾고, 감수할 것을 감수하며, 약점을 뒤집어 레버리지로 만들고, 끝내는 ‘그냥 잘 팔리는 브랜드’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 사랑하게 되는 브랜드’로 전진시키는 일이다. 『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는 북촌이라는 오래된 무대를 빌려 그 여정을 아주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흑상어쌤 서평단'을 통해,

'디자인하우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브랜딩 과정 3단계
1단계 : 정체성 확립
‘우리는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는 과정입니다.
이 단계에서 기업의 핵심 가치, 존재 이유, 추구하는 바가 구체화됩니다.
2단계 : 외적 표현 개발
내적 정체성을 시각적, 언어적으로 구현하며
디자인, 네임, 메시지, 톤 앤드 매너 등을 일관성 있게 연결합니다.
3단계 : 관계 구축과 유지의 단계
고객과의 모든 만남에서 브랜드 약속을 실천하며
신뢰와 애정과 존경의 감정을 쌓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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