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 일력 365 - 전국민 경제 멘토 박정호 교수가 들려주는 하루 한 장 경제수업
박정호 지음 / 이든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경제 일력 365 – 전국민 경제 멘토 박정호 교수가 들려주는 하루 한 장 경제 수업』은 제목 그대로 “오늘의 경제가 내일의 통찰이 되게 하는” 책이다. 책을 받아 펼쳐보니,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구조가 아니라 책상 위에 세워두고 달력을 넘기듯 매일 한 장씩 보는 일력형 경제 교양서였다. 책상이 아니어도 자주 머무는 공간, 자주 마주치는 자리에 올려두고 그날의 페이지를 한 번 넘기기만 하면 되니 부담이 적다. 그렇게 매일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저자는 지금의 시대를 “월급만으로는 미래를 대비하기 어려운 시대, 투자가 일상이 된 시대”라고 규정한다. 100세를 넘어 120세까지 바라봐야 하는 시대에 투자는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 속에서 다뤄야 하는 과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답이 거창한 투자 스킬에 있는 것은 아니다. 급변하는 시장과 신기술, 국제 정세까지 쫓아가야 할 정보는 끝이 없지만, 결국 성과를 만드는 힘은 ‘좋은 습관’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인생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결심이 아니라, 작지만 꾸준히 반복되는 선택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이 철학은 책의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홀수 달에는 과거 오늘 실제로 일어난 경제 사건이, 짝수 달에는 경제 사상가와 투자 대가들의 명언이 실려 있다. 과거의 사건은 오늘을 해석하는 기준점이 되고, 명언은 내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씩 틀어준다. 한쪽에는 ‘사건’이, 다른 한쪽에는 ‘문장’이 놓이며 한 해를 지나는 동안 경제를 ‘흐름’과 ‘생각’이라는 두 축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실제로 며칠 동안 책을 탁상에 세워두고 사용해보니, 이 책의 매력은 깊이보다는 ‘리듬’에 있다. 하루 분량은 짧다. 간단한 사건 설명, 짧은 해설, 생각거리 한두 줄이면 끝나는 날도 많다. 하지만 바로 그 덕분에 ‘매일’이라는 약속을 지키기가 쉽다. 퇴근 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눈앞에 세워진 일력의 글은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한 장을 읽게 되고, 그 작은 행동이 반복되며 일종의 패턴이 만들어진다. 경제 공부를 위한 별도의 시간을 쪼개기보다, 생활 속으로 슬며시 들어와 버리는 구조다.
내용 역시 단순한 연표가 아니다. 사건이 당시 시장과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흔들었는지 간단히 짚어 주고, 명언 페이지에서는 워런 버핏, 벤저민 그레이엄 같은 투자자부터 다양한 경제 사상가와 경영자들의 문장을 만나게 된다. 어떤 날은 내 상황과 딱 맞아 마음에 오래 남고, 어떤 날은 크게 와닿지 않는 문장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날조차 “왜 오늘은 이 말에 반응하지 않을까?”를 돌아보게 해서 결국 나를 점검하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을 꾸준히 펼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경제 뉴스를 보는 눈이다. 예전에는 기사 제목만 훑고 지나가곤 했는데, 이제는 책에서 다뤄진 과거의 사건과 자연스럽게 이어서 생각하게 된다. “그때도 금리 인상이 심리를 이렇게 흔들었지. 지금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무엇이 다를까?” 같은 질문이 떠오르면서, 숫자와 그래프만 보이던 경제가 사람들의 선택과 심리가 얽힌 이야기로 느껴진다.
물론 한계도 있다. 하루 한 장이라는 형식 때문에 어떤 날은 “조금만 더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구체적인 투자 전략이나 치밀한 실전 노하우를 기대한다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정답을 알려주는 교과서가 아니라, 생각의 스위치를 켜주는 일종의 “알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책이 공부와 판단을 대신해주지는 않지만, 오늘 무엇을 더 찾아볼지, 어떤 키워드를 더 깊이 들여다볼지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읽는 방식도 각자 만들 수 있다. 그날의 사건이나 문장을 읽고 관련 뉴스나 자료를 찾아보거나, 마음에 남는 문장을 따로 적어 두는 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 한 달이 끝날 때 인상 깊었던 페이지만 모아보면 그 달 내 머릿속을 가장 많이 차지한 단어들이 드러난다. 금리, 인플레이션, 실업률일 때도 있고, 심리, 기대, 버블일 때도 있다. 그러고 보면 경제를 읽는 일은 세상의 불안과 기회를 읽는 동시에, 그때그때의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박정호 저자는 여러 경제 교양서와 강연으로 이미 익숙한 이름이지만, 그의 다른 책들이 한 번에 몰아서 읽는 경제 개론서라면, 『경제 일력 365』는 한 해 동안 곁을 지키는 동행자에 가깝다. 설명이 과도하게 전문적이지 않아 경제·투자 입문자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무엇보다 “경제는 결국 습관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게 해준다.
두꺼운 이론서를 펼칠 여유는 없지만 경제 감각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이 책은 꽤 현실적인 선택이다. 책상 한쪽에 조용히 세워 두고 “오늘도 한 장 넘겼다”는 소소한 성취를 쌓다 보면, 경제와의 거리는 분명 조금씩 좁혀진다.
나에게 『경제 일력 365』는 경제를 어렵게 느끼던 내가, 큰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도 작은 반복을 통해 점점 경제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부담 없이 습관을 쌓으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이야기를 접하게 해주는, 친절한 입문서 같은 존재라고 느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경제 분야의 책들을 한 걸음 더 편안하게, 그리고 조금 더 자주 찾아 읽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ㅡ
'이든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