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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영: 소년병과 아인슈타인
여현덕 지음 / 드러커마인드 / 2025년 10월
평점 :

여현덕의 『AI 경영: 소년병과 아인슈타인』은 “AI가 세상을 바꾼다” 같은 추상적인 감탄사가 아니라, 우리가 AI를 어떤 태도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묻는 책이다. 단순한 기술 해설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저자가 반복해서 끌어오는 비유 ― 지뢰밭에 투입된 소년병, 전혀 다른 시야를 여는 아인슈타인, 그리고 감정 없이 끝없이 일하는 AI ― 는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로 보지 말고 인간과 조직의 문제까지 함께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책의 출발점은 “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튜링은 “기계가 사람처럼 대답해 사람과 구별되지 않으면 그건 지능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자는 거기에 의문을 단다. 그게 정말 인간적인 의미의 지능인가, 아니면 훈련된 흉내인가? 이 질문은 지금의 생성형 AI에 그대로 적용된다. 답변은 점점 사람 같아지지만, 그게 정말 ‘이해’인지 아니면 ‘모사’인지 우리는 여전히 구분하지 못한다.
마빈 민스키의 관점도 인용된다. 민스키는 지능을 하나의 거대한 의식으로 보지 않고, 많은 작은 기능(에이전트)의 조직적 결합으로 봤다. 오늘날 AI 역시 이 조합과 누적의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즉 AI는 이미 복잡하고 강력한 수준까지 왔고, 더 이상 장난감이 아니다.
여기서 책은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다. 생성형 AI 시대에 중요한 건 ‘협업지능(CQ, Collaborative Intelligence)’, 즉 인간과 AI가 함께 만드는 지능이다. 인간은 맥락, 감정, 책임, 윤리를 제공하고 AI는 지치지 않는 분석과 반복 실행을 제공한다. 결국 앞으로의 단위는 ‘나 혼자’가 아니라 ‘나+AI’ 팀이다. 이는 단순한 생산성 얘기가 아니다. “AI가 다 하게 두고 인간은 빠지면 된다”가 아니라, “AI가 낸 결과를 사람이 이해하고, 방향을 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걸 사람과 AI의 ‘공진화’라고 부른다. 인간을 없애는 AI가 아니라 인간을 확장시키는 AI. 그는 이것이 ‘신이 된 인간(호모 데우스)’을 만드는 방향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더 윤리적인 목표라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갈림길을 제시한다. 하나는 사이보그의 길, 즉 AI를 효율 극대화 수단으로만 쓰면서 더 빠르게, 더 싸게, 더 많이 돌리는 길. 다른 하나는 케이론의 길, 즉 AI가 인간의 가치와 목적을 공유하도록 만드는 길이다. “AI로 얼마나 더 벌 수 있나?”에서 멈추지 않고 “AI로 어떤 사회를 만들 건가?”까지 묻는 길이다. 저자는 이 선택이 앞으로 기업 문화, 교육 방식, 노동의 존엄을 결정할 거라고 본다.
흥미로운 건 이 거대한 얘기가 결국 현실적인 질문으로 내려온다는 점이다. 즉 “AI로 도대체 뭘 도울 건데?”라는 문제정의다. 책은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를 예로 든다. 언덕 위 집을 바라보지만 그 언덕을 오를 수 없는 한 여성. AI는 그녀의 다리를 마법처럼 고쳐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율주행 휠체어, 보조 외골격 슈트 같은 현실적인 해결책을 설계할 수는 있다. 결국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있다. 이걸 저자는 ‘AI Thinking’이라고 부른다. AI를 쓰는 능력보다, AI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묻는 능력이 인간 쪽 역할이라는 거다.
저자는 또 한 가지 경고를 한다. 우리가 AI가 준 답을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인간은 점점 생각하지 않게 된다는 것. 알고리즘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맞겠지” 하고 넘기는 순간, 우리는 검증도, 책임도, 창의성도 내려놓는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점점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협업지능은 그냥 “사람+AI=시너지!”라는 낙관적인 구호가 아니라,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스스로 쓸모를 잃는다”는 현실적인 경고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지점은 감정의 문제다. 우리는 보통 AI를 ‘차갑고 완벽하게 이성적인 존재’라고 상상한다. 그런데 책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끌어온다. 인간은 감정이 없으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 뇌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보여준 것처럼, 감정이 망가지면 오히려 이성적인 판단 능력까지 무너진다. 즉 감정은 방해물이 아니라 방향 감각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LLM은 반쪽짜리다. 수많은 데이터를 먹고, 그럴듯한 답을 내지만, 맥락적 배려나 윤리적 책임은 없다. 그래서 거짓을 자신 있게 말하는 할루시네이션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책은 다음 단계를 “감성 인공지능”, 즉 인간의 정서 상태를 읽고 반응하는 AI에서 찾는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AI를 넘어서, 운전자의 피로를 감지해 사고를 막고,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의사소통을 돕고, 돌봄과 안전 영역까지 개입하는 기술 말이다. 저자는 이것을 “2AI”라 부르며, 결국 AI가 인간의 마음과 연결되지 않으면 끝내 신뢰받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책의 마지막은 산업의 현재로 내려온다.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은 엄청난 자본과 인프라를 계속 투입하고 있고, AI는 식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더 깊이 들어오는 중이다. 저자는 지금을 “AI의 겨울”이 아니라 “AI의 가을”이라고 부른다. 이미 싹은 텄고, 이제 수확과 재편의 단계라는 뜻이다. 이건 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일에 직접 영향을 주는 현재형 이슈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AI를 두려워할 이유도, 맹신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건 AI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AI를 어떤 기준과 책임으로 사용할 것인가다. 저자는 말한다. AI는 불과 같다. 불은 방을 따뜻하게도 만들고 집을 태워버리기도 한다. 문제는 불이 아니라, 불을 쥔 사람이다. 이 책은 그 불을 쥐고 있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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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AI 시대가 열리면서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이 멋지게 만나는 협업지능(CQ:Collaborative Intelligence/Quotient)이 탄생한다면 인류 역사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두 지능이 자유자재로 통합되어 ‘인간의 창조지능,감성지능‘과 ’AI의 무심한 지능’이 합쳐져 지능이 증강된다면 장차 무슨 지능이 탄생할까? 신을 닮은 호모데우스의 지능이 탄생할까? 초거대 증강지능이 탄생할까?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인간이 AI의 힘을 빌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호모데우스(Homo Deus)가 탄생할지도 모른다고 예견했다. 호모데우스는 라틴어로 Homo(인간)와 데우스(Deus=God)를 결합한 조어로 ‘신이 된 인간’을 뜻한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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