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쓰다 고전 : 고전 같은 것 몰라도 살기는 살겠지만 - 논어, 채근담, 손자병법 백일 필사 1
주순진 기획 / 아템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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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순진이 기획하고 엮은 《인생 쓰다 고전》은 논어, 채근담, 손자병법이라는 고대의 문장을 원문(한자) 그대로 실어 두고, 그 아래에 지금을 사는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를 담백하게 풀어 쓴 책이다. 고전을 ‘외우는 지식’이 아니라 ‘살아보는 태도’로 끌어내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첫 장은 《논어》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소인을 꾸짖지 않는다. “소인은 군자와 다른 종족이 아니라 아직 도달하지 못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고민이 많다는 건 아직 성장 중이라는 뜻이라는 해석이 마음에 남는다. 고전 속 군자상이 늘 현실과 멀게 느껴졌지만, 이 책은 군자처럼 살라가 아니라 소인답지 않은 소인이 되자고 권한다.

공자 말씀 가운데, 먼저 마음의 품에 대해 묻는다.

— 原文: 子曰 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

— 독음: 자왈 군자 탄탕탕 소인 장척척

— 뜻: “군자는 마음이 넓고 태연하지만, 소인은 늘 근심하고 조급하다.”

여기서 ‘탄탕탕’은 넓고 평탄하여 거리낌이 없는 마음, ‘장척척’은 자주 근심으로 좁아지는 마음을 가리킨다. 저자는 이 글에서 우리는 오르내리며 배우는 존재이고, 여유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태도라는 것을 알려준다.

비교 대신 성찰을 권하는 구절도 이어진다.

— 原文: 子曰 見賢思齊焉 見不賢而內自省也

— 독음: 자왈 견현 사제언, 견불현 이 내자성야

— 뜻: “좋은 사람을 보면 그와 같아지길 생각하고, 좋지 않은 사람을 보면 스스로를 돌아본다.”

저자는 먼저 ‘견현’, 즉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부터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지혜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관찰과 공부,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된다.

부러움과 열등감으로 타인을 보지 말고, 배움의 거울로 삼으라는 제안이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한다는 가르침도 또렷하다.

— 原文: 子曰 君子恥其言而過其行

— 독음: 자왈 군자 치기언 이 과기행

— 뜻: “군자는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다짐과 선언이 넘쳐나는 시대에, 결국 타인을 설득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삶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말이 앞서면 언젠가 그 공백의 대가를 치른다. 공자가 경계한 것은 남을 속이는 수사보다, 자기 삶을 속이는 태도다. 그래서 저자는 “말을 줄이고 일상을 보정하라”는 실천으로 논어를 현대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채근담》이 알려주는 단 하나의 태도: 반성할 줄 아는 사람

“늘 자신을 반성하는 사람은 매일 부딪치는 일이 모두 자신을 단련하는 약이 되고, 남을 탓하는 사람은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마다 그 마음이 자신을 해치는 창과 칼이 된다.” 채근담은 날카로운 처세의 기술서라기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매뉴얼에 가깝다. 인생은 풀뿌리를 씹듯 질기고 쓰다. 그러나 그 쓴맛을 씹어내는 동안에 사람은 단단해진다. 책은 고통과 기쁨이 서로를 갈고닦을 때 오래 가는 복이 되고, 의심과 믿음이 서로를 시험할 때 비로소 참된 지식이 된다고 말한다. 검증 없는 행복은 오래가지 않고, 의심 없는 지식은 깊지 않다는 간명한 결론으로 삶의 균형을 가르친다.

《손자병법》에서 배우는 리더십 — 덕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장수가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 위험이다. 죽기만을 각오한 무모함은 죽임을 부르고, 살겠다는 집착은 포로가 되게 하며, 성급한 분노는 계략에 빠지게 하고, 지나친 청렴은 외교적 모욕을 자초하며, 과한 자애는 군율을 흐트러뜨린다. 모두 좋은 덕목이지만 지나치면 약점이 된다. 손자는 덕과 전략의 균형, 감정과 원칙의 조절을 리더십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또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가르침은 전쟁술을 넘어 삶의 태도로 가르친다. 자기 자신도 모른 채 타인을 이기려는 싸움은 애초에 불리하다. 결국 이런 글들을 읽다 보면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너는 너 자신을 잘 알고 있는가?”

우리가 고전을 꾸준히 읽는 이유는, 그 안에 매일 흔들리고 고민하는 우리를 다시 세워 주는 문장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논어의 군자도, 채근담의 지혜로운 사람도, 손자병법의 리더도 처음부터 흠 없는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상적인 성인이 되는 일이 아니라 오늘 단 한 걸음이라도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는 것이다.

그 한 걸음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비교가 아니라 성찰에서 나온다. 잘하는 사람을 보면 질투하기보다 어떻게 닮아갈지를 생각하고, 모자란 모습을 보면 비난보다 먼저 내 안의 같은 약점을 찾는다. 누구나 실수하며 산다. 다만 실수 뒤에 고치려는 태도가 있느냐 없느냐가 사람을 가른다. 특히 실수란 대개 관계 속에서 일어나기에,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내 잘못을 수습하고 바로잡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인생을 운용하는 원리는 결국 균형과 절제다. 용기·자비·청렴 같은 덕목은 모두 소중하지만, 어느 하나에 치우치면 장점이 약점으로 바뀐다. 상황을 읽어 강할 때는 강하게, 물러날 때는 단호히 물러날 줄 아는 조절력이 진짜 힘이다.

그래서 고전은 외워두는 문장이 아니라 살아보는 태도다. 말로 앞서기보다 행동으로 증명하고,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다듬는 자세다. 겉으로는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워 보여도 안쪽의 중심을 세워두면 갑작스러운 흔들림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고전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완벽이 아니다. 작은 실천의 누적, 오늘의 한 걸음이다.

'교유당(아템포)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공자가 말씀하셨다.
"군자는 늘 마음이 여유로워 태연자약하고
소인은 언제나 고민한다."

子曰 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
자왈 군자탄탕탕 소인장척척
* 坦蕩蕩(탄탕탕)은 넓고 평탄하며 거리낌이 없는 마음 상태를 뜻하고,
長戚戚(장척척)은 늘 걱정하고 조급해하며 마음이 좁은 상태를 말합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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