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만 알면 되는 경제학 만화 - 뉴스가 어렵고 숫자에 약해도
김상현 지음 / 빅피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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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늘 “어렵다”는 선입견이 앞선다. 금리나 환율 같은 단어를 들어도 내 일상과는 딱히 이어지지 않는 느낌. 그런데 이 책은 그 벽을 만화 한 컷, 대사 한 줄로 가볍게 허문다. 만화처럼 술술 읽히는데, 덮고 나면 뉴스와 생활 장면들이 이전과 다르게 보인다. 단순한 개념 암기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행동, 사회 구조를 경제학의 언어로 번역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의 부정적 호혜성 이야기가 강렬했다. 쉽게 말해 “나한테 해코지하면 나도 갚아준다”는 마음이 강한 편이라는 뜻. 처음엔 웃음이 나다가도 곧바로 뜨끔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런 복수심이 공동체 협력을 받쳐주는 장치로도 작동한다는 해석이다. 서로 함부로 했다가 되갚음을 당할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알면, 오히려 예의를 지키고 약속을 어기지 않으려 한다. 감정이라는 복잡한 요소를 협력의 경제학으로 연결해 설명하는 대목에서, 이 책이 왜 “생활 경제학”인지 실감했다.

쓸모 있는 일이 곧 돈이 되는 건 아니라는 부분도 오래 남는다. 기후 위기를 줄이거나 장애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은 사회 전체에 분명한 가치를 주지만, 그 혜택을 특정 사람에게만 제한하기 어렵다. 그래서 수익 모델로는 이어지기 힘들다. “돈이 안 되니 안 한다”가 아니라, “왜 구조적으로 돈이 되기 어려운가”를 이해하게 만드는 설명이다. 가치와 수익, 공공재와 외부효과를 생활 예시로 풀어 주니 머릿속에 단단히 앉는다.

교육경제학 파트는 현실을 그대로 비춘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부모가 더 엄격해지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임금 격차를 피할 수 있다는 불안이 양육 태도를 밀어 올린다. 그래서 교육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실험들도 유용하다. 성적이 오르면 주는 상보다, 공부 행동 자체에 바로 보상을 주는 방식이 습관 형성에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 성과가 아니라 행동을 보상하면 “어떻게 공부할지”가 구체화되니, 결국 성적은 뒤따라온다. 경제학이 돈을 넘어 행동을 바꾸는 기술이라는 말이 딱 맞다.

투자 파트는 솔직해서 더 좋다. 우리는 손해 본 주식은 끝까지 들고 가면서 언젠간 오를 거라 위로하고, 조금만 오르면 다시 떨어질까 봐 서둘러 판다. 스스로의 정보를 과대평가하며 “최적의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고 믿는 과신 편향도 흔하다. 책이 제시하는 현실적인 태도는 의외로 담백하다. 여윳돈이 생기면 사고, 돈이 필요할 때 판다. 거기에 분산투자와 장기 보유를 더한다. 초보자라면 직접 종목을 고르기보다 시장 전체를 담는 지수형 펀드 같은 수단으로 간단히 분산을 달성하는 편이 낫다. ETF, MMF처럼 끝에 붙는 F가 Fund의 약자라는 기본부터, 펀드의 가치는 기초자산의 합이라는 핵심까지 한 번에 정리된다. 괜히 어려운 말로 겁주지 않고, 실천 가능한 원칙을 남겨 준다.

부동산도 차분히 구조를 보여준다. 공포와 소문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자기실현적 기대, 대출과 금리의 민감도, 그리고 한국 특유의 전세 제도.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돈을 맡기는 게 아니라, 집주인이 세입자에게서 돈을 빌리는 형태라는 설명이 붙자 여러 사건들이 하나의 구조로 연결된다. 전세금을 투자금으로 삼는 갭투자는 결국 레버리지 투자이므로 하방 위험이 크게 확대된다. 감정적인 분노보다 먼저 구조적 이해가 자리 잡으니, 뉴스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돈의 조건을 다루는 대목도 흥미롭다. 위조가 어렵고 신뢰 가능한 방식으로 희소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기준에서 보면, 디지털 기록과 암호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은 적어도 그 한 가지 요건을 충족한다. 다만 실사용성, 변동성, 제도적 수용성 등 남은 과제도 있음을 함께 짚어 준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조건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태도가 균형감 있다.

끝으로 뉴스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다. 경쟁이 있다고 해서 왜곡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게 아니다. 만약 소비자가 자극적인 거짓을 원한다면, 미디어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자극적인 내용을 들이밀 수 있다. 그래서 언론의 편향을 탓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클릭하고 무엇을 신뢰하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결론에 닿는다. 경제학이 소비자의 선택과 인센티브를 다루는 학문이라면, 뉴스 소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첫째, 최저임금이다. 이 책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단순히 좋다·나쁘다로 가르지 않는다. 업종과 지역, 경기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여러 경로를 함께 보여 주면서, 왜 그런 차이가 생기고 정책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를 묻게 만든다. 둘째, 왜 부자만 더 부자가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복리, 자본수익률, 자산 인플레이션, 신용과 정보 접근성 같은 메커니즘을 꼭 필요한 만큼만 짚어 주고, 지금 당장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선택까지 힌트를 남긴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진다. 내 소득에서 투자 가능한 몫을 어떻게 꾸준히 만들어 갈지, 시간이라는 우군을 어떻게 내 편으로 데려올지.

이 책을 읽고 나면, 경제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복잡한 숫자나 그래프만 떠올리는 것만이 경제학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호혜성에 관한 내용과 양육과 불평등, 공부 습관과 보상의 설계, 투자와 심리, 전세와 레버리지, 돈의 조건과 뉴스 소비, 최저임금과 부의 메커니즘까지. 이 책은 거대한 이론을 외우게 하기보다, 내가 매일 마주치는 장면을 해석하는 눈을 길러 준다. 경제 공부가 두렵거나, 시작은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사람에게 이만큼 친절하고 현명한 출발선도 드물다. 만화처럼 가볍게 펼치고, 덮을 때는 생각이 묵직하게 남는 책이다.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빅피시 출판사 @bigfish_book'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패닉 바잉panic buying’이라는 말이 유행 했습니다. 사람들은 지금 당장 사지 않으면 집값이 더 올라서 앞으로 평생 집을 못 살 수도 있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공포심 때문에 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서 실제로 집값이 더 많이 올랐죠. 이처럼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기대는 자기실현적 성격으로 비이성적 충동, 사회 분위기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예측이 어렵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그 순환을 이해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핵심 키워드는 ‘대출‘입니다. 대출이 용이해지거나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합니다. 왜 부동산 시장은 대출 비용에 특별히 민감할까요? 그건 부동산을 구매할 때 큰 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금을 몇억 원씩 가지고 있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탁‘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원하는 집을 사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지요.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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