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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티브의 눈으로 다시 배우는 티처조의 영어식 사고 수업 - 생각이 영어가 되는 2단계 사고 학습법
조찬웅(티처조).Coleen Dwyer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9월
평점 :
영어를 다시 배운다는 것은, 단어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사고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영어를 오랫동안 공부해왔지만 정작 입을 열면 말이 느리고 어색하다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단어를 알고 문장을 외워도 막상 실전에서는 입이 굳는 이유는 단순하다.
영어가 몸에 익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여전히 한국어 중심으로 굳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 《티처조의 영어식 사고 수업》은 바로 이 지점을 정면에서 다룬다. 영어가 안 되는 이유를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재능 탓으로 돌리지 않고, 사고 시스템의 문제로 정의한다는 점에서 기존 영어책과 완전히 다르다.
저자는 영어 실력은 지식이 아니라 뇌의 동작 방식에 달려 있다고 한다.
우리는 영어를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한국어로 해석하고, 말을 할 때도 먼저 한국어를 떠올린 뒤 영어로 번역한다. 이 두 단계를 거치는 사고 구조를 유지하는 한, 아무리 공부해도 속도는 절대 빨라질 수 없다. 따라서 해결책은 더 열심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 번역기를 통째로 끄는 것”이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고 전환이 반드시 영어권 국가에 살아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아침에 팟캐스트를 들으며 시작하고, 업무 시간에는 영어 이메일과 뉴스를 다루며, 일상 속 대부분을 영어에 노출시키는 루틴을 보여준다. 그는 묻는다. “나는 지금 한국에 살고 있을까, 아니면 영어권에 살고 있을까?” 물리적으로는 한국이지만, 언어적으로는 이미 영어권에 가깝다.
영어식 사고는 장소가 아니라 환경 설계의 문제라는 메시지는 특히 인상 깊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영어를 추상적인 감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고 단위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존 교재에서 popular를 ‘인기 있는’으로 외웠다면, 이 책에서는 be liked by many people이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이라고 안내한다. as soon as 역시 ‘~하자마자’가 아니라 almost at the same time이라는 감각으로 저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방식으로 단어를 이해하면 암기가 아니라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에 실전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깨달음은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닌 영어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식 사고가 자리 잡히면 속도는 자연스럽게 붙고, 표현은 더 이상 한국어를 거치지 않고 바로 튀어나온다. 단어를 더 많이 외워서 실력이 는다기보다는, 언어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면서 반응 속도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티처조의 영어식 사고 수업》은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는 뻔한 동기부여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그렇게 외워도 입이 안 열렸던 수많은 학습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영어를 못했던 게 아니라, 방식이 잘못됐던 것뿐입니다.
지금부터는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고 영어로 생각하세요. 나머지는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영어를 못해서 답답했던 사람보다, 이제는 영어로 말하는 사람답게 사고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다. 영어 공부법이 아니라 뇌의 언어를 교체하는 과정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