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칠하는 마티스 컬러링북 - 명화를 감상하는 색다른 방법
김민영 지음 / 온초록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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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의 『내 손으로 칠하는 마티스 컬러링북』은 “색을 칠한다”는 가장 단순한 동작으로, 앙리 마티스의 예술을 몸으로 익히게 해 주는 책이다. 책의 첫머리에서는 마티스의 삶을 치유와 자유의 여정으로 소개한다. 젊은 날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어머니가 건넨 물감 상자를 그는 ‘인생의 계시’라고 불렀다. 전쟁과 병, 상실을 겪으면서도 그는 색과 형태로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 말년에는 침대와 휠체어에 의지하면서도 손에서 도구를 놓지 않았다. 구아슈 데쿠파주—구아슈 물감으로 칠한 종이를 오려 붙이는 방법—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기록했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페이지를 넘기면, 컬러링이 단지 밑그림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리해 주는 과정이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결과보다 과정의 즐거움을 잘 보여 준다는 데 있다. 선을 따라가고, 어울리는 색을 고르고, 가볍게 덧칠해 농도를 쌓아 가는 반복이 마음을 지금 이 순간에 붙잡아 준다. 저자는 이를 위해 실전 팁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했다. 첫째, 세게 누르지 말고 얇게 여러 번 겹쳐 칠하기. 둘째, 밝은 색에서 어두운 색으로 칠하기. 셋째, 블렌더나 면봉으로 경계를 살짝 풀어 주기.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색이 탁해지지 않고 종이의 결이 살아나 마티스 특유의 선명함이 잘 드러난다. 초보자는 넓은 면부터 채우며 빠르게 ‘성공 경험’을 얻고, 익숙한 독자는 명암과 대비, 흐름의 변화를 더 섬세하게 실험할 수 있다.

수록 작품은 총 24점. 한 권 안에서 다양한 시기와 분위기의 마티스를 차례로 만나며 직접 색을 올려 볼 수 있다.

먼저 〈붉은 방(The Red Room), 1908〉. 테이블과 벽지, 사물이 붉은 색면 속에서 하나로 이어지며 공간이 색으로 새로 짜여지는 장면을 보여 준다. 색연필이라면 밝은 레드를 넓게 깔고, 접히는 자리나 모서리 쪽에 따뜻한 레드를 여러 번 덧칠해 깊이를 만들면 좋다. 선을 칠한다는 느낌보다 넓은 면의 흐름을 만든다는 감각으로 접근해보면 좋을 것 같다.

〈금붕어, 1912〉는 마티스의 ‘고요히 바라봄’이 잘 보이는 그림이다.

물속의 주황빛 금붕어와 주변의 녹색·파란색이 강하게 대비된다.

잎사귀의 녹색을 먼저 얇게 깔고, 물 표면의 반짝임은 남겨 둔 뒤 마지막에 유리 가장자리와 물결을 한 톤만 살짝 올리면 투명한 느낌이 살아난다. “밝은 색 → 어두운 색” 순서를 손으로 이해하기에 딱 좋은 페이지다.

전쟁 이후 마티스가 표현을 더 단순하게 바꾸어 가는 변화는 <폴리네시아, 바다, 1946〉와 〈이카로스, 1947〉에서 뚜렷하다. ‘폴리네시아’는 파란 바탕 위에 흰 모양이 떠 있는 듯한 구성으로, 칠하지 않고 남겨 둔 빈 공간이 그림에 여유를 준다. ‘이카로스’는 검은 몸의 실루엣과 가슴의 붉은 점(심장을 표현), 주변의 노란 별들이 상징처럼 놓여 있다. 이 두 작품에서 중요한 건 정교한 묘사보다 배치와 간격이다.

그 흐름이 〈파란 누드 I, 1951〉와 〈달팽이, 1953〉에서 더 또렷해진다.

‘파란 누드’는 우리가 자주 마시는 와인이나 편의점 술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마티스의 대표 그림이다.

이 그림은 인체를 큰 면과 굽은 선으로 단순하게 잡아낸 그림이다. 배경을 남기고 인체의 윤곽만 색으로 채워도 멋이 살아난다. 코발트 계열 블루를 얇게 여러 번 겹치면 그 깊이가 느껴진다.

‘달팽이’는 색종이 조각을 소용돌이처럼 배치한 작품으로, 이 페이지의 포인트는 순서와 대비다.

따뜻한 색(오렌지·레드)과 차가운 색(퍼플·그린)을 마주 보게 놓고,

만나는 자리에는 중간 톤을 살짝 깔아 경계를 부드럽게 풀어 주면 화면이 경쾌해진다.

이 책의 페이지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티스가 예술을 “마음을 달래는 좋은 약”에 비유한 이유가 쉽게 이해된다. 컬러링은 결과를 자랑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색을 칠하다가 잠시 멈추고, 마음이 끌리는 색을 다시 올리고, 어울리지 않으면 한 겹 더 얹는 동안 나만의 색을 만들어간다. 완성보다 과정, 잘하는 것보다 참여의 과정이다.

종이 두께나 제본 같은 만듦새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도입의 설명, 바로 따라 해 볼 수 있는 도구 가이드, 난이도를 달리한 24점 구성까지 균형 있게 갖췄다. 하루에 한 장씩 색칠해도 좋고, 주말에 몰아서 해도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 구아슈 데쿠파주의 정신—정답을 정해 두지 않고 즐기는 창작—을 색연필이라는 쉬운 도구로 안전하게 연습하게 해 준다. 손을 움직이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마티스의 표현 방식, 즉 선·면·색·리듬을 배우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컬러링북이 전하고 싶은 핵심은 완벽한 결과가 아니라 오늘의 마음을 잠시 쉬게 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색을 고르고 선을 따라가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잦아들고, 흐트러졌던 균형이 서서히 돌아온다. 책은 이를 돕기 위해 “얇게 여러 번, 밝은 색부터, 경계는 부드럽게”라는 간단한 원칙을 안내하고, 1908년의 색면 실험부터 1950년대 구아슈 데쿠파주에 이르는 작품들을 배열해 손끝으로 마티스의 변화를 따라가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명화를 감상하는 새로운 방법이자, 하루를 차분히 마무리하는 작은 루틴이 된다.

이 컬러리북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 마티스의 색과 리듬을 손으로 체득하고 싶은 미술 애호가

- 업무·육아로 마음이 산만해져 ‘집중 루틴’이 필요한 분

- 그림 실력보다 색감 놀이와 몰입의 기쁨을 찾는 초보 컬러리스트

- 색칠하기 좋아하는 어린이와 성인


'온초록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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