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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 시대의 몰락 - 팔로워 숫자에 중독된 시대, 진짜 영향력을 만드는 법
백성국 지음 / 드림셀러 / 2025년 9월
평점 :

백성국의 『팔로워 시대의 몰락: 팔로워 숫자에 중독된 시대, 진짜 영향력을 만드는 법』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팔로워 수 = 영향력”이라는 공식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저자는 수많은 마케팅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겉으로 보이는 숫자가 아니라 실제 행동과 전환이 진짜 영향력을 증명한다고 말한다.
책은 인간 본능에서 출발한다. 원시시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타인의 기술을 배워야 했고, 이는 곧 팔로잉과 팔로워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였다. 우리 뇌가 생존과 번식을 기본 목표로 삼는다는 사실, 그리고 타인의 행동을 보며 마치 내가 직접 하는 것처럼 반응하는 거울 뉴런의 존재는, 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을 따라 하고 그 안에서 관계를 맺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이가 부모의 말투와 몸짓을 그대로 닮아가는 것도 결국 이 거울 뉴런의 작용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후 이야기는 브랜드와 시장으로 확장된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도입, 성장, 성숙, 쇠퇴라는 주기를 거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초기 수용자에서 대중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생기는 간극, 이른바 ‘케즘’을 설명한다. 이 간극을 넘지 못하면 아무리 화려해 보이는 브랜드도 쉽게 사라지고 만다.
샤넬의 사례는 특히 설득력이 있었다. 샤넬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 상류층 여성이나 유명인에게 무상으로 옷을 제공해, 그들이 입고 다니는 모습 자체를 광고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팔로우하듯 따라 했고, 자연스럽게 브랜드는 유럽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단순히 광고를 집행한 것이 아니라, 동경과 모방의 본능을 활용한 전략이었다. 오늘날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사실 오래전부터 이미 존재했음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책은 한국의 디지털 문화도 짚는다. 싸이월드는 개인 홈페이지 개념을 도입해 사람들의 일상과 정체성을 온라인에 보여주게 했고, ‘파도타기’ 같은 기능을 통해 친구의 친구로 관계를 확장시켰다. 지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추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 역시 학창 시절 미니홈피를 꾸미며 친구의 다이어리에서 다른 친구로 이어지던 경험이 떠올랐다.
결국 기술은 바뀌었지만, “누구를 팔로우하고, 그 사람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방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책의 중반부는 팔로워 숫자에 매달리는 습관을 내려놓고, 행동 기반 지표를 바라보라고 강조한다.
좋아요와 조회수 같은 허영 지표는 잠시 마음을 만족시킬 뿐이다.
중요한 것은 체류 시간, 재방문, 구독 전환, 재구매, 추천 같은 실제 행동이다.
저자는 “영향력은 콘텐츠–관계–신뢰가 맞물려야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그 지점에서 라포르라는 개념이 힘을 얻는다. 신뢰와 친밀감이 쌓일 때 사람은 메시지를 수용하고 행동으로 이어진다. 숫자가 아니라 관계의 깊이가 결국 성과를 만든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또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외적 보상보다 내적 동기에서 나온다. 내가 왜 이 브랜드를 따라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얻는지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 행동이 일어난다. 결국 좋은 콘텐츠란 단순히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선택권을 주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며,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구전효과에 대한 설명도 공감이 갔다. 광고보다 우리는 주변 사람의 말을 더 신뢰하고, 멀리 있는 유명인보다 가까운 지인의 추천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후기, UGC, 커뮤니티 대화 등 다양한 형태로 구전이 번져 나간다. 샤넬이 만든 ‘움직이는 광고’, 오늘날의 브이로그나 공동구매 체험 콘텐츠 모두 결국은 입소문을 촉발하는 장치였다.
인플루언서 활용에 대한 조언도 구체적이다. 단순히 팔로워가 많은 사람을 찾을 게 아니라, 브랜드와의 적합성, 팔로워의 신뢰, 해당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공동구매를 잘 이끄는 인플루언서가 처음부터 제품을 들이밀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활 속 사용 모습을 보여주다가 나중에 제안을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알고리즘의 변화는 팔로워 규모의 의미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추천 시스템이 정교해지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건 더 자주 보고, 원하지 않는 건 아예 차단한다. 작은 계정이라도 전문성과 진정성을 갖춘 콘텐츠라면 정확한 관심사 집단에 깊게 도달할 수 있다. 짧은 숏폼 영상은 이런 흐름에 기름을 붓는다. 신규 구독자의 상당수가 숏폼을 통해 유입된다는 사실은, 팔로워 규모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AI 시대의 변화를 짚는다.
생성형 AI는 단순히 팔로워가 많은 채널이 아니라, 전문성과 신뢰가 축적된 채널을 더 많이 학습한다.
이는 곧 앞으로 영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숫자가 아니라 전문성과 진정성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책을 읽고 나니 가장 마음에 남은 말은 “팔로워의 규모는 지표일 뿐, 진짜 영향력은 관계와 진정성에서 나온다”였다. 라포르로 맺어진 신뢰, 동기부여로 움직이는 팔로워, 구전효과로 확산되는 영향력이야말로 진짜 힘이었다.
『팔로워 시대의 몰락』은 그저 SNS 마케팅 전략서가 아니다. 인간의 본능과 사회적 관계, 브랜드의 역사와 기술 변화를 아우르며,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묻는 책이다.
나 역시 팔로워 숫자에 집착하던 시선을 내려놓고, 앞으로는 진정성 있는 관계와 의미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고민하게 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SNS를 운영하는 개인, 마케터, 그리고 브랜드 관계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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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셀러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콜랩아시아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중에 신규 구독자 중 거의 80퍼센트 이상이 숏폼 콘텐츠를 통해서 채널로 유입되었다고 한다. 이는 팔로워 규모가 작아 짧은 길이의 영상을 자주 만들어서 올리면 그만큼 타겟 관심사에 노출되어서 채널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는 의미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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