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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따위 모르고 살고 싶었겠지만 - 물리 덕후가 들려주는 십대가 꼭 알아야 할 일상 속 물리 199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엮음, 황선영 옮김, 나재흠 감수 / 뜨인돌 / 2025년 8월
평점 :

『물리 따위 모르고 살고 싶었겠지만』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이 책이 물리학을 단순한 공식이나 문제 풀이가 아니라 모험 이야기처럼 풀어낸다는 점이었다. 실험을 반복하다 지쳐버린 물리 군이 어느 날 ‘슈뢰딩거의 고양이’ 그림이 새겨진 맨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낯선 세계 ‘물리도’에 도착한 그는 말하는 고양이 수냥이를 만나게 된다. 물리 군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이곳에서 주어지는 미션들을 하나씩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독자는 그 과정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물리학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책은 집, 음식, 학교, 전자제품, 빛, 날씨, 우주, 연구소라는 여덟 가지 테마로 나뉘어 있다. 각 영역은 우리가 살아가며 흔히 궁금해했지만 대답을 찾지 못했던 질문들로 채워져 있다. 양치질 후 치약거품이 물속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이유, 거품망을 쓰면 비누 거품이 풍성해지는 까닭, 햇볕에 말린 이불이 왜 푹신해지는지, 대형마트의 무빙워크가 어떻게 카트를 붙잡아 주는지 같은 질문들이 등장한다. 답변은 단순히 과학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 장면과 연결되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를테면 치약거품이 퍼지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계면활성제의 구조와 표면장력의 변화를 함께 알려주고, 이불이 푹신해지는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자외선이 세균을 없애고 섬유 속 공기량을 늘려주는 원리까지 덧붙인다.
읽다 보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깨달음이 이어진다. 무빙워크의 홈과 카트 바퀴 외륜이 만들어내는 마찰력이라든가, 거품망 속 촘촘한 구멍이 공기를 비눗물에 잘 스며들게 한다는 원리처럼, 익숙한 풍경 뒤에 숨겨진 과학이 차례차례 드러난다. 이밖에도 “높은 층에 살수록 모기가 덜 올까?”, “인형 뽑기 기계에서 인형을 쉽게 뽑는 방법이 있을까?” 같은 호기심 가득한 질문들도 다뤄지는데, 단순히 생활 팁이 아니라 물리적 원리로 접근해 답을 들려주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미션 수행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다. 물리 군은 특정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의 질문이나 고민을 듣고 그것에 과학적으로 답해야 한다. 그 답변이 곧 미션의 해결이고, 미션이 완료될 때마다 “미션 완료! 다음 단계로 출발!”이라는 문구와 함께 다음 여정이 열린다. 독자 역시 물리 군과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풀어가는 과정에 참여하는 셈이다.
책을 덮고 나면 결국 이 모든 모험이 단순한 이야기 놀이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매일 마주치는 현상들을 과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훈련이라는 걸 알게 된다. “혹시 내가 무슨 사명을 가지고 이 세계로 넘어온 게 아닐까?”라고 자문하는 물리 군의 말처럼, 우리도 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작은 사명을 가진 존재인지 모른다.
『물리 따위 모르고 살고 싶었겠지만』은 물리를 어렵게만 느껴온 사람들에게는 생활 속 호기심으로 들어가는 친근한 길을, 이미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잊고 있던 탐구심을 다시 불러내는 자극을 준다.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도 좋고, 청소년에게는 배움의 즐거움을 다시 일깨워 주며, 어른에게는 일상에서 과학을 발견하는 새로운 눈을 열어 준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곁에 있고, 질문하는 순간 세상은 달라 보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양치질, 햇볕에 널린 이불, 무빙워크 같은 작은 장면 하나하나가 과학적 탐구의 출발점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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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인돌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Q. 대형마트의 무빙워크가 카트를 고정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관찰력이 좋은 친구들은 분명 무빙워크 바닥에 줄줄이 파여 있는 오목한 홈을 발견했을 거예요. 카트를 끌고 무빙워크를 타면 카트의 바퀴가 홈에 끼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이때 카트가 붙잡힌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도 그렇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카트의 바퀴는 바깥쪽 바퀴인 고무 재질의 외륜과 안쪽 바퀴인 내륜, 브레이크 블록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외륜의 폭은 무빙워크 표면에 있는 홈의 폭과 비슷하지요. 카트가 무빙워크에 오르면 외륜이 눌리면서 홈에 끼워지고, 바퀴의 측면과 홈의 측면에 마찰력이 생겨서 바퀴가 앞이나 뒤로 쏠리지 않는 거예요. 다만 외륜이 심하게 마모되면 마찰력이 줄어들거나 생기지 않아서 바퀴가 홈에 완전히 끼어도 카트가 움직일 수 있어요. 브레이크 블록은 이런 상황을 방지합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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