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필의 『내 인생의 빛나는 시간 오십, 당신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된다』를 읽으면서, 다가올 미래의 오십이라는 숫자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책의 서문에서 마주한 문장 ― “인생에는 두 번의 봄이 있다. 하나는 모든 것이 아직 가능할 때의 이십 대,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여전히 가능함을 깨닫는 오십 대” ― 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저자가 말하는 이십 대의 꿈과 오십 대의 꿈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고, 그 안에는 여전히 식지 않은 열정과 호기심이 숨 쉬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 열정을 어디에 어떻게 쏟아야 하는지를 더 잘 알게 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오십을 인생의 마감이 아니라 도약의 티핑포인트라고 정의한다. 예전 사회에서는 오십이라는 나이가 ‘예비 은퇴’나 ‘정리’ 같은 단어와 함께 떠올랐지만, 지금의 오십은 균형 있게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것이다. 사회가 규정하는 오십의 모습과 내가 바라는 오십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 그리고 바로 그 틈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야 한다는 메시지는 내 마음 깊이 와 닿았다.
특히 “두 나라, 두 지구, 두 브레인”을 모두 경험한 세대라는 정의가 인상적이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직관적 사고에서 AI의 효율적 사고로 이동하는 전환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세대가 바로 지금의 50대다. 그래서 오십은 과거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미래를 잇는 다리와 같다. 인간적인 직관과 첨단 기술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가장 큰 자산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물론 책은 가능성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십을 맞이하면서 누구나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 ― “내 경력이 더 이상 필요 없는 건 아닐까?”, “새로운 기술을 못 따라가면 도태되는 건 아닐까?” ― 같은 고민들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기에, 저자의 진솔한 고백에 더 깊이 공감했다. 하지만 그는 마치 옆집 형처럼 등을 툭 치며 “한번 해봐”라고 말한다. 담백하지만 묘하게 힘이 되는 격려였다.
책 속에는 실제 사례가 풍성하다. 52세에 맥도날드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레이 크록, 40대 후반에 첫 책을 내고 50대에 미디어 제국을 세운 마사 스튜어트, 50세에 요리책을 쓰고 51세에 방송을 시작해 미국 요리 문화를 바꾼 줄리아 차일드, 65세에 치킨 프랜차이즈를 일군 커넬 샌더스, 그리고 40세에 웨딩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해 50대에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된 베라 왕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오십을 새로운 시작의 시점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도전은 무모한 기세가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 직관과 자신감 덕분에 가능했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오히려 가장 좋은 시작”임을 강조한다.
책이 반복해서 전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균형’이다. 젊을 때는 속도와 성취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일과 관계, 건강과 배움, 기여 사이의 균형이 핵심이다. 퇴직을 소속의 상실이 아니라 시간의 주권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은퇴 대신 “졸업”과 “새로운 입학”이라는 단어로 바꿔 부르는 발상도 인상 깊었다. 삶을 마무리하는 시기가 아니라, 새롭게 배우고 시작하는 출발점이라는 관점이 참 신선했다.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추상적인 위로나 좋은 말이 아니라,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지침들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아침 시간을 걷기나 독서로 채우는 작은 습관, 관계의 질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는 태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 자세 같은 것들. 화려한 목표가 아니라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이라서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저자는 또 철학자와 예술가들의 말을 인용해 오십 이후의 길을 더욱 풍성하게 풀어낸다. 세네카의 “인생은 짧지 않다. 우리가 그것을 낭비할 뿐”, 루소의 “시간은 우리가 가진 유일하고 진정한 재산”, 고대 그리스의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 개념, 미켈란젤로의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는 고백,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을 통과해야 천국에 이를 수 있다는 비유까지. 이 모든 인용이 오십을 단순한 숫자가 아닌 삶의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오래 남은 메시지는 “비교 대신 자기 수용”이었다. 이십 대에는 남과 비교하며 초조했고, 오십 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비교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꽃이 저마다 다른 계절에 피듯, 나 역시 나만의 리듬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한 문장이 불안했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주었다.
책을 덮고 나니 오십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두려움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바라보아야 할 나이. 저자가 말한 것처럼 하루하루를 천당처럼 감사히 살아가는 태도를 가지려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며 “오늘도 천당에서 하루를 보낸다”라고 생각하고, 작은 선택들을 쌓아가는 것이다. 그 소소한 행동들이 모여 결국 내 전성기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돌이켜보면,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따뜻한 동행에 가깝다. 불안과 두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괜찮아, 해봐”라고 등을 다정히 두드려주는 친구 같았다. 이제 오십이라는 숫자가 더는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이 막 열리고 있다는 설렘으로 다가온다.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고, 오래 미뤄왔던 공부를 시작해보고, 오랜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야겠다. 그 작은 행동들이 모여 내가 꿈꾸는 전성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안게 되었다.
ㅡ
'작품미디어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꿈이란 그 꿈을 달성한 ’미래’가 아닌 몰두할 수 있는 ‘현재’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꿈을 따르고 몰두하면서 수년을 살다 보면 결국 상당히 큰 뜻을 성취할 수 있다. 오십 이후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 - 아리카와 마유미(작가) - P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