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 - 인생 9할을 웃음으로 버틴 순자엄마의 65년 인생 내공 에세이
순자엄마(임순자)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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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처음 봤던 순자엄마.

직접 농사 지은 야채를 우적우적 씹으며 “AS엠알~”을 외치던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배꼽 잡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특유의 찰진 욕과 시원시원한 말투에 괜히 속이 후련해지기도 했고, 이상하게도 전혀 불쾌하지 않고 정겹게 느껴졌다. 투박함 속에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숨어 있었달까.

그 순자엄마가 책을 냈다기에 호기심에 펼쳐 보았다. 읽어 내려가다 보니, 정말 옆에 앉아 밥 한술 뜨면서 툭툭 던지는 말 같은 이야기들이다. 웃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울컥해지고,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없는 문장들에 자꾸만 멈추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건 “비교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우리는 늘 남들과 자신을 견주며 살지 않나. 친구 연봉이 얼마인지, 집 평수가 몇 평인지, SNS 속 남의 삶을 부러워하다 보면 정작 내 삶은 멈춘 듯 허전해진다. 순자엄마는 그런 허무한 짓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지금 내가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 된다고,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언젠가는 분명 좋은 날이 온다고 말하는데, 그 목소리엔 살아온 세월에서 묻어난 확신이 담겨 있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조건 “버텨라”만 외치는 건 아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가만히 있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마음이 풀린다는 말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솔직하다.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소소한 기쁨에서 답을 찾으라는 것이다. 맛있는 밥 한 끼, 하늘 한 번 올려다보기, 친구들과 함께 웃는 시간.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인생의 본질적인 행복이라는 고백이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준다.

또한 시골살이에서 배운 ‘제철의 지혜’ 이야기도 깊게 남았다. 봄에는 쑥, 여름엔 감자, 가을엔 고구마, 겨울엔 냉이. 제철에 맞춰 피어나고 사라지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기다림과 견딤을 배웠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 인생의 법칙처럼 들린다.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고, 언 땅 속에서도 새순은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결국 힘든 시간을 지나야만 자기만의 봄을 맞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순자엄마는 옛날의 따뜻한 공동체도 자주 그리워한다. 상추 몇 장, 부침개 몇 장을 주고받으며 “고마워” 한마디면 충분했던 시절. 지금처럼 모든 걸 기브 앤 테이크로 따지지 않고, 부담 없이 나누며 살던 그때가 훨씬 여유롭고 따뜻했다고 한다. 요즘처럼 계산적인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크게 공감되는 대목이었다. 그냥 순수하게 베풀고 싶을 때가 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조차 부담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쉽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나이가 들어도 인생은 결코 끝난 게 아니라는 그의 단단한 믿음이었다. 60이 넘으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시기라고 한다. 아프지 않으면 늙은 것도 아니라며, 이 나이가 오히려 더 재미있게 살기 좋은 때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 인생이 드러난다는 말도 오래 맴돌았다. 살아온 태도가 얼굴에 쓰인다는 걸 생각하니, 더 웃으며 따뜻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생겼다.

책의 마지막에는 유튜브 비하인드 스토리와 아들 쫑구, 며느리 유라의 편지가 담겨 있다. 영상 속 밝음이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이 가족을 묶어주는 끈이라는 사실이 전해져 와서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거창한 이론이나 지식보다, 살아온 시간 자체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다. 그래서 더 진하고, 그래서 더 진짜 같다.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피식 웃다가도 어느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건 남과 비교하지 않고, 제철을 기다리듯 내 삶의 속도를 존중하며,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웃으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다.

책을 덮고 나서 제목을 다시 바라봤다.

“그래, 까불지 마. 내 인생 아직 안 끝났어.”

정말 순자엄마가 바로 옆에서 내 어깨를 두드리며 해주는 말 같았다.

엄마의 잔소리 같지만 묘하게 위로가 되는,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책이다.

@aaabbb732님을 통해

'21세기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어느 순간부터는 남 부러워하지 않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좋은 날이 오더라고. 그래서 내가 젊은이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남하고 너무 비교하지 마. 인스타랑 유튜브도 조금만 보고, 친구 연봉 자꾸 물어보지 말고, 지금 사는 집이 몇 평이냐고도 물어보지도 마. 자꾸 그러면 지치는 건 결국 자기 자신뿐이야. 친구랑 인생을 바꿔 살지도 못하는데 그런 생각 자꾸 해봤자 뭔 소용이냐고. 남 따라가지 말고, 그냥 지금 내가 가야 되는 길을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가면 돼. 천천히 가도 결국 좋은 날은 오니께. 결국 좋은 날은 진짜 온다니까.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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