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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 관용어 고사성어 천재라면 - 세기의 어휘력 대결! 라면 팀 VS 편의점 팀 ㅣ 천재라면
서재인.박정란 지음, 김기수 그림 / 슈크림북 / 2025년 9월
평점 :

언어는 단순히 뜻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람들의 지혜와 경험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삶의 기록에 가깝다. 『속담 관용어 고사성어 천재라면』은 그런 언어의 깊이를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책은 라면 캐릭터들이 등장해 펼치는 흥미로운 대결 스토리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전작 『맞춤법 천재라면』에서 이어진 줄거리 속에서 ‘함께라면 팀’과 ‘편의점 팀’은 ‘나라면 더 먹으리’ 마을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맞붙는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속담, 관용어, 고사성어, 그리고 서양 고사 어휘까지 함께 익히게 된다.
프롤로그에서는 속담·관용어·고사성어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풀어낸다.
속담은 짧지만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교훈이고, 관용어는 단어 하나하나의 뜻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특수한 표현이며, 고사성어는 옛이야기에서 비롯된 한자 표현이다.
서로 다른 특징을 지녔지만 모두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고, 그래서 오늘날에도 대화 속에서 자주 쓰인다. 표면적인 뜻만 아는 것으로는 진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표현들을 배우는 일은 곧 언어를 넘어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길이 된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서양 고사 어휘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유레카’, ‘판도라의 상자’, ‘트로이 목마’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쓰지만 기원을 잘 모르는 표현들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를테면 ‘백기를 들다’라는 표현은 단순히 항복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흰 천이 가장 눈에 잘 띄고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쟁에서 항복의 표시로 쓰였다는 역사적 맥락까지 알려준다.
또 1907년 헤이그 회의에서 ‘백기’가 공식적으로 항복의 신호로 정해졌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단어 하나에도 이렇게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휘는 단순한 공부거리가 아니라 지식이 되고 교양이 된다.
책은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1장 ‘콸콸 관용어 채우기’는 “비행기 태우다”와 같은 친근한 관용어로 시작한다. 2장 ‘팔팔 속담 끓이기’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같은 속담을 소개하며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3장 ‘솔솔 고사성어 뿌리기’에서는 교과 과정에서도 자주 만나는 ‘형설지공’, ‘역지사지’ 같은 고사성어를 다룬다. 마지막 4장 ‘톡톡 서양 고사 어휘 더하기’는 ‘멘토’, ‘아킬레스건’, ‘트로이 목마’처럼 세계사와 신화를 아우르는 표현으로 확장된다. 이야기는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데, 큰일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끝까지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다양한 학습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순한맛 필기 노트’는 아이 눈높이에 맞춘 간단한 정리이고, ‘매운맛 강의 노트’는 조금 더 깊이 있는 배경지식을 알려준다. 또 ‘한 젓가락 더!’ 코너는 퀴즈 형식으로 복습을 도와주며 별책 워크북은 필요할 때마다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사전처럼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어휘력이 풍부해지고, 아이와 함께 배우면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장점이 있다. 교과서 속 표현을 미리 접하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으며, 하루에 한두 장씩 꾸준히 읽으면 부담 없이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에 좋다.
『속담 관용어 고사성어 천재라면』은 언어가 태어난 맥락을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문화와 가치를 깨닫도록 이끌어 준다. “비행기 태우다”로 가볍게 시작해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로 마무리되는 여정은, 아이들에게 언어 학습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일이 아님을 일깨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갈 때, 표현은 더욱 풍성해지고 소통은 깊어지며 세계를 바라보는 눈도 한층 넓어진다.
이 책은 그 길을 재미있고 든든하게 동행해 주는 좋은 벗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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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맘과 포포리의 서평모집>을 통해
'슈크림북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