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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벵골호랑이 씨.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앤디 시드 지음, 닉 이스트 그림, 김배경 옮김 / 인북 / 2025년 6월
평점 :

앤디 시드 글, 닉 이스트 그림의 『안녕하세요, 벵골호랑이 씨,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는 단순한 동화책이 아니라, 동물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유쾌하고도 흥미로운 인터뷰집이다. 책장을 펼치면 독자는 어느새 동물 전문 기자가 되어, 야생의 맹수들과 마주 앉아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는 ‘동물 언어 통역기’라는 기발한 발명품을 등장시켜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인간의 언어로 바꾸었다는 설정을 마련했는데, 덕분에 독자는 마치 실제로 호랑이나 늑대와 마주한 듯 생생한 인터뷰를 읽을 수 있다. “호랑이한테 ‘최고의 하루‘는 어떤 날일까요?’, ‘늑대로 살면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요?’, 사자에게 ‘<라이언 킹> 보셨어요?”와 같은 엉뚱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첫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벵골호랑이다. 좋아하는 먹이를 묻자 호랑이는 사슴 고기도 좋지만 육즙이 풍부한 멧돼지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새끼들에게는 어린 버팔로 고기가 알맞다고 덧붙인다. 호랑이를 성가시게 하는 존재로는 원숭이를 꼽는데, 나무 위에서 요란한 소리를 질러 사냥감을 도망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원숭이 고기도 즐겨 먹는다며 은근한 불만을 토로한다. 또한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로 표범, 늑대, 들개, 자칼, 악어, 독수리, 심지어 벌레까지 거론하면서 야생에서의 치열한 생존 현실을 전한다.
이어서 늑대와의 인터뷰는 재치 있는 문답으로 가득하다. 흔히 떠올리는 질문, “보름달이 뜨면 왜 울부짖나요?”라는 물음에 늑대는 “달이 뜨면 당신도 울부짖나요?”라고 되묻는다. 짧고 시크한 답변 속에서도 늑대의 본성이 묻어난다. 하울링은 무리와 소통할 때나 다른 늑대를 위협할 때 필요한 행동이라고 설명하면서, 단순히 고기만 먹는 동물이라는 오해도 바로잡는다. 늑대 특유의 무심한 태도와 솔직함은 독자에게 웃음을 주고, 동시에 정확한 지식을 전달한다.
큰개미핥기의 인터뷰는 엉뚱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개미 말고 다른 것도 먹나요?”라는 질문에 “흰개미도 먹는다”며, 크림처럼 부드러운 맛이라고 묘사한다. 흰개미 둔덕을 파헤치는 방식—앞발로 구멍을 뚫고 기다란 주둥이를 집어넣어 핥아먹는 모습—은 유머와 사실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외에도 재규어, 북극곰, 사자, 왕아르마딜로, 눈표범, 세발가락나무늘보 등 열 마리의 동물이 등장한다. 각 동물들은 인터뷰 방식 속에서 저마다 개성이 살아난다. 사자는 당당하고 위풍당당한 답변을 내놓고, 나무늘보는 느릿하면서도 묘하게 철학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런 의인화된 인터뷰는 단순한 백과사전식 설명과 달리 독자에게 실제로 그 동물들의 성격을 짐작하게 하며 더 큰 재미를 준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중요한 메시지가 전해진다. 등장하는 동물들 중 상당수가 멸종 위기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우리가 지구 환경을 지키지 않으면 이 동물들이 도도새처럼 영영 사라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자연으로 나가 활동하기, 지역 환경 단체에 참여하기, 마당이나 주말농장에서 꽃을 심거나 퇴비를 만들고 채소를 기르는 것, 환경 단체에 기부하거나 캠페인을 벌이는 것, 전기 절약이나 분리배출 같은 생활 속 작은 습관을 실천하는 것 등이다. 또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국회의원에게 편지를 보내 관심을 촉구하며, 더 많은 자료를 찾아 배우는 것까지 포함된다. 단순히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어린이들도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점이 교육적으로 의미 깊다.
마지막 장에는 ‘<도전! 자연 탐구 영역 평가>’라는 퀴즈가 수록되어 있다. 시험처럼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앞서 읽은 내용을 재미있게 복습할 수 있는 가벼운 문제들이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책의 내용을 다시 떠올리며 자신이 얻은 지식을 확인하게 되고 동시에 놀이처럼 즐길 수 있다.
『안녕하세요, 벵골호랑이 씨,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에게 동물의 세계를 흥미롭게 소개하면서도, 환경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는 책이다. 호랑이의 호탕한 대답, 늑대의 시크한 답변, 큰개미핥기의 엉뚱한 맛 표현은 아이들이 크게 웃으며 몰입하게 만들고, 동시에 야생 세계의 다양성과 위기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이뿐 아니라, 환경 문제를 교육하고 싶은 부모와 교사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읽고 난 뒤 독자의 마음에는 “내가 지구와 동물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웃음과 배움, 그리고 실천의 동기를 동시에 선물하는 이 책은, 단순한 그림책을 넘어선 탁월한 어린이 교양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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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북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Q. 제일 좋아하는 먹이가 뭐예요? A. 반가운 질문이네요. 사슴 고기도 맛있지만, 통통하게 살이 올라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멧돼지 고기를 정말 좋아해요. 어린 버팔로는 새끼들한테 먹이기에 좋고요.
Q. 호랑이를 성가시게 하는 게 있나요? A. 그럼요. 원숭이요. 이 녀석들은 정말 참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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