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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다 2 - 역사의 변곡점을 수놓은 재밌고 놀라운 순간들 ㅣ 역사를 보다 2
박현도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7월
평점 :

『역사를 보다 2』는 단순히 사건을 시간순으로 늘어놓는 역사책은 아니다.
유튜브 채널 ‘보다(BODA)’ 시리즈를 토대로, 정요근·박현도·곽민수·강인욱, 그리고 진행자 허준이 함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패널로 나온 교수들의 전공도 고고학, 이집트학, 이슬람학, 종교학, 고려사로 다양하다. 진행자인 허준이 질문을 던지고, 4명의 교수가 풍성한 대답을 주고받으니 독자는 마치 현장에서 함께 듣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이번 권에는 고려사 연구자인 정요근 교수가 합류해 한국사 비중이 더 커졌고 설명도 한결 친근해졌다.
이 책을 펼쳤을 때 목차만 훑어봐도 평소에 궁금했던 부분이었는데! 싶은 주제들이 많았다.
나일강 문명, 칭기즈칸 제국, 문화대혁명, 스핑크스의 비밀, 금서 이야기, 종이는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등과 같은 이야기들은 우리 일상 속 호기심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책장을 펼치면 학술서라기보다는 흥미로운 탐사 다큐를 읽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의 시작점에 이집트 문명을 소개한다. 나일강을 사람과 땅이 정서적으로 이어지는 공간으로, 토포필리아로 설명한다. 한국사 부분에서는 고구려 장수왕이 평양으로 천도한 이유를 단순히 남하 전략으로만 보지 않고 당시 국제 정세와 환경을 종합해 보여준다. 만주에만 머무른 나라는 오래 살아남기 힘들었다는 분석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준다.
현대사에서는 ‘문화대혁명’을 다룬다. 10년 동안 학자들이 연구를 이어갈 수 없었고, 발굴된 유물마저 파괴되었다. 명십삼릉의 정릉 유골이 홍위병에게 불태워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학이 문을 닫았다가 1978년 다시 열리며 나온 ‘78학번’이 이후 중국 발전을 이끌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문화대혁명은 분명 국가폭력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개혁·개방으로 가는 밑바탕이 되었다는 점까지 함께 다룬다.
또한, 이란 혁명과 고대 이집트 아케나톤의 종교 개혁을 비교하며, 혁명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과 기억에 깊은 흔적을 남기는지도 보여준다. 특히 아케나톤을 기록에서 지우려 했지만 결국 흔적이 남아 후대 연구로 밝혀졌다는 이야기는 역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버뮤다 삼각지대의 수수께끼도 다룬다. 그 지역은 한 변이 1,600km, 면적이 130만 ㎢에 이르는 거대한 항로 요충지다. 통행량이 워낙 많으니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은 단순하지만 설득력 있다. 괴담으로만 알고 있던 이야기를 사실로 정리해 주니 속이 후련했다.
스핑크스 이야기도 흥미롭다. 스핑크스는 신이 아니라 파라오를 사자로 표현한 상징이었다. 얼굴에 왕의 특징이 드러나기도 했고, 머리에는 파라오의 장식이 있었다. 이름도 고대 이집트인이 아니라 후대 그리스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또한, ‘사자의 서’에 나온 거대한 바퀴벌레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해당 그림은 벽화가 아닌 파피루스에 그린 삽화라고 한다. ‘사자의 서’라고 하는 고대 이집트 신왕국 시대에 장례문으로 사용된 문헌이 있는데, 바로 그 문헌의 여러 챕터 중 한 챕터(36장)에 바퀴벌레를 그려 놓은 것이다. 이곳에 바퀴벌레를 사람 몸통만 하게 그린 것은, 위협적이고 부정적인 존재로 비추게 하기 위한 것이다. 제사 음식을 망치는 존재를 크게 표현한 주술적 이미지로, 기록과 그림을 볼 때 의미를 함께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바퀴벌레를 쫓는 주문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책에서 금서 이야기를 통해 사상 통제의 역사를 짚는다. 우리 역사에서는 『도선비기』와 『정감록』이 대표적 금서였다. 주자 성리학만을 강조한 조선 후기에 ‘사문난적’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유럽의 교황청은 금서목록을 만들어 400년 넘게 적용했고, 이슬람의 이븐 루시드는 탄압을 받았으나 유럽 르네상스에서는 높이 평가받았다. 소련의 불가코프 『개의 심장』과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도 금서였으나 결국 해금되어 더 큰 사랑을 받았다. 검열은 책을 막았지만 결국 책은 독자에게 닿았다는 사실이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기록은 왜 남는가”라는 질문에서는 파피루스와 양피지, 제지술 전파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돌, 점토판, 파피루스, 양피지’가 시대마다 기록을 지켜 왔다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가 쓰는 종이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초상화 주제에서는 조선 왕들의 표준영정이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그린 화가들의 친일 논란까지 짚는다. 반대로 고대 이집트는 미라 덕분에 얼굴을 비교적 정확히 재현할 수 있었다.
노동과 신분 문제도 알기 쉽게 풀어낸다. 고대 이집트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예가 아니라 일정한 대가를 받고 일하는 평민 계층이 있었다. 우리 역사 속 노비도 서구의 노예와는 달라 가정을 꾸릴 수 있었고 때로는 다른 노비를 부리기도 했다. 조선 전기의 높은 노비 비율, 제도 변화, 후기의 감소까지 차근차근 짚으며 제도와 삶이 연결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후반부에는 가볍지만 흥미로운 질문들이 이어진다. “현대인이 고려나 삼국 시대로 가면 말이 통할까?”라는 물음에는 학자들이 의견을 나누며, 언어 역시 발굴과 복원이 필요한 자료임을 알려준다. 또 이슬람권에서 고양이가 유독 좋은 대우를 받은 이유, 한민족과 활의 긴 인연 같은 이야기도 등장한다.
결국 『역사를 보다 2』는 질문으로 시작해 비교와 해석으로 이어지는 책이다. 나일강과 문화대혁명, 금서와 스핑크스, 노비 제도와 언어까지 다루며 역사는 멀리 있는 특별한 기록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호기심 속에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깊은 생각을 남겨주는 책으로,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집중해서 금방 읽어나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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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북 @catchbook.kr> 님을 통해
믹스커피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정요근 :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금서로는 『도선비기道詵秘記』와 『정감록鄭鑑錄』이 있습니다. 『도선비기』라 하면 통일신라 후기의 승려 도선道詵이 지었다고 전하는 풍수서로, 현재는 원본은 전해지지 않고요. 『고려사高麗史』에 인용된 일부 구절이 전해지고 있을 뿐이죠. 조선 시대가 되면 『도선비기』의 원본은 이미 사라졌지만, 동일한 이름의 예언서가 현실 상황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가기도 합니다. 『정감록』의 경우 조선 중기 이후 민간에 널리 퍼진 예언서로 이심(李沁)과 정감(鄭鑑)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한양에 도읍을 둔 이씨 왕조가 멸망한 후 정씨가 새로운 나라를 세워 계룡산에 도읍을 정할 거라는 예언이 핵심 내용이죠.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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